<영화는 영화다> 티저 포스터

이미지 출처 - 다음(www.daum.net)



When : 2008년 09월 27일 12시 00분
Where : 프리머스 시네마(오산)
(★★★★)

  <영화는 영화다>에 대한 정보는 다른 영화에 비해 많이 접했던 편이었습니다.
  예고편도 여러차례 봤었고,  일주일 평균 TV시청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제가 우연히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영화는 영화다>의 촬영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봤었으니까요...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김기덕'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했다는 정보도 알게되었지요.
  '김기덕'감독을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극단적인 표현법을 '영화는 영화일뿐'이라는 생각으로 흥미있게 관람하는 편이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나쁜남자>의 경우에는 잊지 못할 기억과 함께 강하게 사로새겨져있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선뜻 예매할 순 없었습니다.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여튼,
  이미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가 다 난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요즈음의 우리 나라 관객들의 수준은 놀랄만 한 것이어서 '맥스무비'와 같은 사이트의 평점은 극히 신뢰할만 합니다.
  <영화는 영화다>의 경우에도 8점대 중반을 왔다갔다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군요.)
  대략 그정도면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엄청 재미있게 봤고, 간혹 기대에 비해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영화다>도 그만큼의 평점에 어울리는 영화였습니다.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켜 사회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우 '장수타(강지환)'은 나름 영화에 대한 열정만은 강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오만방자한 태도와 욱하는 성격 때문에 주변 감독이나, 배우들, 매니저에게는 버겁기만 한 배우죠.
  그러던 도중, 우연히 신작영화의 감독과 주연배우들과 함께 회식을 하게되었는데, 평소 그의 영화를 좋아하던 깡패 '이강패(소지섭)'와 마주치게 됩니다. 헌데 이 '강패'란 인물은 예전에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작은 실랑이를 벌이면서 이둘은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헤어지게 되는데, 마침 '장수타'가 영화를 촬영하다가 상대배우를 때려 크게 부상을 입히게 되고 상대배역으로 참여하겠다는 배우가 나타나지 않아서 고민하던 도중 '이강패'에게 영화에 출연할 것을 제안하게 되는데, '이강패'는 영화 촬영 때, 실제로 싸울 것을 제안합니다...

  뭐 이정도의 도입부 스토리 입니다.
  이 밖에서 곁가지로 걸려있는 많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여배우 '미나'와의 러브스토리 라인도 있고, '장수타'의 일반인 애인을 통한 연예인과 일반인의 사랑이야기도 있고, 배우와 매니저와의 관계, 촬영장에서 일하는 스텝들의 이야기, 감독의 고충, 조직폭력배 간의 암투 등.
  매우 복잡한 이야기들이 영화현장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하여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엉켜있지만 전체 스토리를 방해할 만큼 어지럽지 않게 잘 정리한 감독의 능력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김기덕'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보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영화의 감독인 '장훈'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장훈'감독도 '김기덕'감독의 조감독 출신이고, 시나리오와 제작을 '김기덕'이 하고 있기때문에 어쩔수 없이 '김기덕'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튼,
  '김기덕'의 모습은 '이강패'의 모습에 대부분 투영되어 있고, 극중 감독 '봉감독'에게 어느 정도 투영되어있지 않은가 합니다.

  <영화는 영화다>의 가장 큰 갈등은 '이강패'와 '장수타'의 영화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아닌가 하는데요.
  '이강패'가 기존의 작위적 영화제작에 대항하여 즉흥적인 연출을 중시한 '누벨바그'적인 영화 촬영을 선호하는 반면,
  '장수타'는 영화 안에서의 모든 것들을 배치하고 조작하여 말그대로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는 '미장센'을 중요시 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현대의 영화에서는 이 두 가지가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볼 순 없겠죠. 어쩌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현실을 제대로 연기할 것인가', '현실 그대로가 연기인 것인가'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이 둘은 끝까지 대립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둘은 조금씩 변화하게 됩니다.
  이것은 두 인물이 현실에서 사용하는 '대본의 대사'를 통해 표현되는데요.
  초반 '이강패'를 비난하는 말로 내뱉은 '장수타'의 대사
  '왜 그러고 살아, 짧은 인생 나중에 자식에게 창피하지 않겠어?' 가 영화 대본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었고
  중반 '이강패'가 '백회장'을 살려주면서 하는 대사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으로가서 죽은 듯이 살아.' 가 또 영화의 대본 그대로 였습니다.
  그렇게 현실을 살던 '이강패'는 영화에 빠져들고,
  영화에 빠져 살던 '장수타'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변증법적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비중은 적지만 그둘 사이에서 현실과 영화 어느 것에도 기울지 않고 둘을 조종하는 것이 '봉감독'이 보여주는 역할인데,

  결국, '김기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와 현실이 별개일 순 없지만, 영화와 현실은 완전히 같을 순 없고 다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다만 감독은 영화와 현실의 괴리를 조정하는 역할일 뿐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듯 했습니다.

  중간 중간, 너무나 영화적인 대사나 연기를 보여주는 '장수타'역의 '강지환'의 연기가 거슬리긴 하지만, 두 배우의 호연은 영화에 멋을 더해주고 있고, 무엇보다 '간지작렬'의 '소지섭'은 도를 넘지 않는 과묵한 연기로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미나'역의 '홍수현'<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배우였는데,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약간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발성이 그녀의 연기를 깍아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요.

  나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라서 제작비를 부풀려 홍보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여러 가지의 복잡한 이야기들을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마무리 한 감독의 역량에 박수를 보냅니다.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7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