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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 2008년 7월 21일 14시 40분
Where : CGV(죽전)
(★★★)
  김지운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반칙왕>과 <장화, 홍련>에서 느꼈던 인상이 오랫동안 남아 김지운 영화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내 머릿속에 쌓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여기 저기에서 훑어 모은 지식에는,
  "마카로니 웨스턴"에 비견 되는 "김치 웨스턴"의 창조,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등등의 미사여구들이 가득하여 어쩜 더 기대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색채와 스타일...  
  그의 전작인 <달콤한 인생>에서도 그러했지만, <장화 홍련>에서 부터 빠져들기 시작한 화려한 색채와 스타일에 대한 김지운의 방점이 이 영화에서 극에 달한 듯 하다.

  어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스토리의 허술함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선과 악의 대립구도, 혹은 완전한 선인도 완전한 악인도 없이 오직 유혈이 낭자하는 세계를 그리는 웨스턴 무비의 특성상 영화 안에서 캐릭터들이 얼마나 잘 구현되었느냐, 그리고 그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느냐에 중점을 두어서 관람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정통 웨스턴무비라고도 볼 수 없는 애매모호한 형식안에 스타일에 대한 과도한 추구가 겹쳐져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스토리가 엉성하게 느껴지고, 캐릭터가 외려 죽지 않았나 싶다.

  시대적 상황이 일제시대 만주국이기도 하고, 일본군들이 최후의 보루로 감추어둔 유전을 찾아가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후반부 일본군의 등장은 어설프고, 거기에 어정쩡하게 끼어드는 엄지원을 비롯한 독립군의 이야기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

  그 보다는 송강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보강하여 손가락 귀신의 미스테리를 부각 시켰더라면 송강호 캐릭터가 더 살지 않았을까...

  캐릭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 영화는 정우성을 위한 영화라고 할만큼 정우성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반면, 빈번하게 남발되는 이병헌의 잔인무도함은 시간이 지날 수록 면역성을 갖게 하여 외려 이병헌을 어설픈 싸이코와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 모든 것이 감독의 과도한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첫 부분의 기차 안 씬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황무지와 같은 만주 벌판을 달려가는 무채색의 기차, 그 안에 타고 있는 온갖 종족들의 화려한 색깔의 의복들, 뭔가 언밸런스한 분위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는 평균 이상이었으며, 만주라는 공간을 설정하여(물론 이것도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불가능할 것만 같은 우리만의 서부극을 이해시켰다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큼 훌륭한 일이지만,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장르적 특성이나, 캐릭터가 살아 숨쉬지 못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언급하여 내러티브를 약화시켰다는 건 감독의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2% 아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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