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치 사장님과 사모님

무지 정겨운 공간으로 기억에 남은 Piparchi 키친



  멀리든, 가깝게든,
  오래든, 잠깐이든,
  여행을 다녀오면 몇 가지의 장면은 기억에 남아서 문득 문득 떠오르고는 한다.

  그리고 언젠가부터인지,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몇 달은 된 것만 같은 느낌에,

  '이제 겨우 한 달밖에 안 지난 거야?'

  하고 놀라게 되는 것도 같다.

  이게 나이를 먹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영님 또한 거의 매번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아마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여행의 기억들이, 오래 전 추억과도 같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여튼, 
  작년엔 캄보디아에 다녀왔던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서 문득문득 떠오르더니,
  올해는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오키나와의 기억들이 떠올라서 뭔가 자꾸만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한다.
  지영씨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리을이 태어나면 너무 늦기 전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어요.'

  라고 이야기하는데, 어쩌면 그냥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피파치키친'에 찾아갔을 때는, 오키나와 본섬에서 클럽메드가 있는 '이시가키'섬으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다.
  계획을 잡을 때에는 유이레일(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내려서, 500여 미터를 걸어가야 나오는 주택가 한갓진 곳에 있는 식당이라, 나름은 최대한 여유있게 시간을 안배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도 작은 공간에 대기하는 사람들만 3팀.

  도착하자마자 서빙을 보시는 사모님께 미리 주문을 넣어놓은 터라, 주문을 취소하고 그냥 가기에도 민망하여 다가오는 비행기 출발시간을 체크하며 마음 졸이며 기다렸는데 그렇게 기다리다가 막상 맞이한 식사는 기대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지영님이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계산을 하려니
  조금은 수줍은 듯한 한국어로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라고 물어보는 사모에게, 벽에 진열되어 있던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 이라는 우리말로 된 책을 가리키며 그 책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자.

  'This book writer is my  friend' 

  라며 활짝 웃어보이던 모습이 무척 따뜻하게 기억에 남았다.

  꼭 이 부부 말고도
  오키나와에서 5박 6일을 머무르는 동안,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정겹게, 때로는 친밀하게 친절을 베풀던 오키나와의 사람들 때문에, 한 번 쯤은 더 찾아가 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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