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

무슨 책이었을까요...

 

  오늘이 '블랙데이' 였더군요.

  저는 며칠 전,

  급식소에서 나온 식단표에 아이들이 분홍색 별표를 해 놓은 날짜가 있길래

  뭐가 나오길래 또 이리 난리인가 한참을 들여다 봐놓고도,

  오늘 나오는 식단이 자장면이었다는 것을 보고서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점심 나절에 옆자리에 계신 선생님이 알려주어서 뒤늦게 '아차' 싶었네요...

 

  뭐, 꼭 먹어야 하는데, 놓칠 뻔 하여서 '아차'스러운게 아니라,

 

  '아~ 이젠 이런 날들도 잊고 사는 구나,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아차' 싶었습니다.

 

  피할 순 없는 것이겠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그리고 삶에 때묻어 간다는 것은요..

 

  아마도,

  요즘 너무 바빠서였기 때문이라고,

  어제는 대학원 졸업시험을 보느라 정신 없었고,

  오늘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라고,

  학교가 끝나면 아침거리를 준비하러 마트에 갈 생각 때문이었다고 자위해보지만,

  한번 든 아쉬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튼,

  요새는 정말 눈코 뜰 새 업이 바쁜데요.

  그러다보니, 제 생활은 '학교 - 집 - 학교 - 집 - 마트 - 학교 - 대학원 - 집' 의 반복입니다.

  생활 뿐만이 아니라

  생각마저도

  '수업 - 과제 - 시험 - 농땡이 - 업무 - 업무 - 업무' 의 연속이지요.

 

  그러다보니, 매일 만나는 얼굴들이 똑같았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중에도, 차를 몰고 다니니까, 다른 사람들 틈에 껴 있을 일이 없었더군요.

  기껏해봐야 다른 얼굴들이 있는 곳이라고는 마트에 가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곳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곳이라, 내가 살 물건들만 휙휙 보고 지나쳐올 뿐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아를 타자화' 할 시간이 부족했다 봅니다.

  혹은 '나를 객관화' 할 시간이 부족했는지도 모르지요.

 

  때로는 나를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가만히 낯선 시간 속에 있다보면 오히려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인데 말이지요.

 

  오늘, 마트에 들르기 전에

  잠시 주간지를 사기 위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일이 있었습니다.

  날도 쌀쌀했는데, 왠지 오늘은 좀 걷고 싶더군요.

  그래서 차에 있는 MP3 플레이어를 꺼내어 들고 음악을 들으면서 한동안 거리를 걸었습니다.

  마침 퇴근 길이라 종종거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또는 신호등에 걸려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있으면서

 

  '오늘 누구와 만나기 위해 전화를 받고 있을까?

  무슨 일로 이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집에 가는 것인가 백화점에 가는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초조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담배를 비우면서 차를 마시고 있었고,

  작년에 졸업시켰던 아이들 둘은 모르는 새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지,

  '롤'을 시켜먹으며 가까이 얼굴을 대하고 무언가 속삭이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제서야 한동안 제가 살았던 모습이 특별히 유별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괜스레, '오샘'을 붙들고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거냐고' 투정부렸던 일들이 부끄럽게 생각되더군요.

 

  갑자기 겨울로 되돌아 간 듯한 날씨에 울적해졌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도 같았습니다.

 

  확실히,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객관화 한다는 것은 꼭 자신의 내면을 응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의 굴곡이 깊었던 오늘입니다.

  내일부턴 다시 힘을 내서 살아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아침거리를 다듬어 놓고 ㅎ

  빨래도 해놓아야겠네요.

 

  주말까지는 날이 차답니다..

  독감도 유행이던데,

 

  감기조심하세요~~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278

  1. Subject: 블랙데이도 지났는데 때늦은 짜장라면 리뷰

    Tracked from Image Generator 2010/04/21 03:00  delete

    블랙데이는 한참에 지났는데 뒤늦은 짜장라면 리뷰라니, 정말 뜬금없다. 사실 사진작업 하다가 나온 사진이라 생각 난 김에 올리기로 한다. 세 가지 종류의 짜장라면 리뷰...라기엔 뭐 간단한 감상이지만. 삼양의 짜짜로니. 한 때 이경규 씨가 광고하던 TV커머셜의 영향으로 인기가 좋았다. 성분표. 하지만 이후 농심의 일요일엔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강력한 태그라인 덕에 침몰 -_- 짜장 스프 분말이 아닌 액상 형태. 아무래도 분말 보다는 액상 스프가 더 나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clovis 2010/04/15 1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저도 친구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던데.. 주말에 또 추워진다니.. ㅜㅠ
    벚꽃 구경하려 근처 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ㅜ_ㅠ

    자아의 객관화라.. 무언가 말이 어렵군요
    사실 글을 읽으면서도 저는 그런걸 느껴본적이 없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만
    .......... 경험해보고도 싶어지네요

    '차이와 결여'님도 독감조심하세요!

    • 차이와결여 2010/04/15 20:41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역시 드셨군요!! ㅋㅋ

      저는 자장면을 놓치지않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았기도 했지만, 평소 그닥 맛나지 않았던, 학교 급식 치고는 상당히 먹을만 했던 자장면이라 좋았답니다..

      이런 자장면이라면 한달에 한 번쯤은 원츄인데요. ^^

      아.. 천안 쪽 까지는 벌써 활짝 폈든데요.. 제가 있는 곳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어요.

      'clovis'님이 계신 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주말 쯤엔 피겠죠?

      좀 춥더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서 꽃도 보고 사진도 찍어 남기고 그러자구요~

      싱글일수록 부지런해야 사는 법! ^^

  2. 에코 2010/04/16 01: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들 살아가는게 비슷한가봅니다^^

    • 차이와결여 2010/04/16 08:50  address  modify / delete

      에.. 설마 '에코'님두?? ^^

      오래간만에 들러주셨네요. 저도 오래간만에 '에코'님 블로그에 가보았답니다. 여전히 놀라운 활동력을 보여주고 계시네요..
      항상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에코'님! 대단하셔요! ^^

  3. 최성* 2010/04/18 00: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블랙데이가 뭐대요?
    요즘은 하도 별게별게 다 있다보니 그냥 지나가게 되는 아줌마랍니다. ^^

    잔인한 4월인가요?
    곧 바쁜 5월입니다...

    언젠가 언니들끼리 모여서 수다떨다 우울증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는데
    다 한가하니까 생기는 병이다 라는 결론이 났었어요... 저도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뜬금없이 왠 우울증이냐고요? 오늘 오빠글을 읽고 나니 왠지 좀 힘이 없네요....
    화이팅입니다~~~~ 솔로 잘 즐기고 있는 거 맞죠???

    • 차이와결여 2010/04/25 11:37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

      그치 곧 바쁜 5월이 오는 거지..

      난 그닥 우울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우울한게 아니라 괜히 쓸쓸한 거지. 삶에 여유가 없다 보니..

      이렇게 사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