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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오후 8시
* 잠실 실내체육관
  (★★)


  현대백화점에서 이벤트로 기획한 '윤종신과 친구들'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생활하는 주변에는 현대백화점이 없어서 사실 현대백화점과 별로 친하지도 않지만,
  처형께서 표를 구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마는 저희 두 부부도 꽤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콘서트 보러 가기를 좋아합니다.
  허나,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관람을 간다는 것은 때론 저녁식사를 포기할 각오를 하고, 길이 막힐 것도 예상하면서 게다가 빠듯한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잦은 이벤트가 될 수는 없는 것이겠죠.

  그런데 꽁짜표가 생겼으니 감지덕지 였죠. 게다가 마침 1학기 보충수업도 종료되어서 시간적 여유도 생겼기에 낼름 받았습니다.

  여튼, 
  이번 공연은 얼마 전부터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외적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윤종신'과 그의 회사 'MYSTIC89'에 속한 여러 뮤지션들이 나온다기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고, 저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하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기쁘기도 했습니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처형들과 미리 신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고, 저녁을 가볍게 먹은 뒤, '설빙'이라는 곳에서 맛있는 인절미 빙수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실체육관은 지난 겨울 '윤도현과 박정현'의 '그해 겨울'이라는 공연을 보러 온 적도 있었기 때문에 낯익은 곳이었는데, 무대배치도 지난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한 가지 놀라웠던 일은, 공연하고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는데요.
  '현대백화점'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보니, 공연장 안 모든 안내판과 표지판, 출입구의 번호표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현대카드체'로 바꾸어놓았는데,
   어찌보면 하찮고 굳이 해놓지 않아도 될 일들을 일일이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과 반대로 생각하니 역시나 세세한 부분까지도 이미지를 알리고 선전하는데 신경을 쓰는 대기업 마케팅의 힘은 놀랍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여튼, 
  콘서트의 시작은 '윤종신, 조정치, 하림''신치림'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치림'의 노래는 '퇴근길' 한 가지 였고, 나머지는 각자의 노래를 부르는 식이더군요. 
  저야 '하림' '출국''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가 정말 듣고 싶었으니까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큰 공연의 주제가 없다보니 전체적으로는 각 뮤지션들의 공연이 겉도는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신치림'의 공연의 마지막에는 '윤종신''팥빙수' '고속도로 로망스' 두 곡을 연달아 부르면서 공연의 시작을 흥겹게 띄울려고 애쓴 모습이 보였는데, 회사 사장으로서의 나름대로 책임감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고, 노래는 역시나 '윤종신'이구나 싶을 정도로 잘 불러주었습니다.
  '조정치'의 솔로곡은 잠실체육관같은 큰 공연장에서 부르기엔 그닥 어울리는 노래가 아니었고, '하림'의 노래 두 곡은 역시나 애틋한 20대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곡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하림'의 목상태가 별로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로 등장한 뮤지션은 '투개월''김예림' 이었고, 세 번째로 등장한 뮤지션이 '슈퍼스타K'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에디킴' 이었는데요.
  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짧은 활동기간과 이제 막 뮤지션으로서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극히 주관적인 감상을 해보자면,

  '김예림'은 몇 곡 되지않는 자신의 노래이긴 하지만, 매 곡마다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공연하고 있다는 느낌은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곡 자체가 가지는 카리스마와 섹시함에 비해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이랄까, 프로다움이 부족해보였고, 어찌보면 아직 신인인 이 가수에게 회사 측에서도 가능성만 바라보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솔로 여자 가수가 살아남기 힘든 우리 나라 음악계에서 꾸준한 지원과 자신의 연습으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몇 년 뒤에는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가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에디킴''슈퍼스타K' 때 꽤 열심히 봤던 사람인데, 이번에 발표한 앨범도 그렇고, 공연에서 본 장면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너무 과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떠한 뮤지션들이라도 모두가 대중들의 공감 속에서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아직은 서툰 기교와 스캣, 오버하는 애드립 등등은 '에디킴' 만의 색깔을 돋보이게 하기보단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말끝을 흐리는 듯한 특유의 창법은 '에디킴'만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가사 전달력에서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등장한 뮤지션은 '박지윤'인데요.
  음... '박지윤'은 뭐라고 해야할까요. 몇 번의 시도가 있긴 했지만, 어쨌건 오랜 공백을 깨고, 작년에 '미스터리'라는 싱글로 사랑을 받았고, 그 이외엔 예전 앨범들의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는데, 앞의 두 사람 보다는 경험이랄까, 연륜이랄까, 아무튼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등장 때부터 외모가 너무 가녀리고, 얼굴에는 이제 나이 표시가 나기도 해서, 예전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저로써는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공연의 마지막 대미는 '김연우'였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대학교에 다닐 때, '김연우'의 노래들과 관련된 한 두가지 추억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고, 또 그만큼 당시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대변한 노래들을 불러주어서 무한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역시나 '김연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멋진 노래와 공연, 그리고 재치 넘치는 입담까지 정말 짧지만 즐거운 공연을 펼쳐주어서 앞서 조금은 지루했던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주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사랑한다는 흔한 말',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과 같은 주옥같은 노래와 '나는 가수다'에서 존재를 확인시켜주었던 '나와 같다면', 최신곡 'Move'까지 너무나 좋았고, 특히 '나와 같다면'의 마지막 후렴구를 마이크를 떼고 불렀을 때, 공연장 가득히 울려 퍼지는 고음의 성량에 모두들 짜릿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륜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김연우'가 마지막에 배치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텐데, 중간 부분에 조금은 느슨해진 관객들의 마음을 다잡아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갈수 있도록 미리 계획된 것이라면 정말 완벽한 순서배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앞서도 얘기했듯, 공연의 특성상 큰 흐름이 없는 공연구성에, 맨앞, 맨뒤의 가수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중간 뮤지션들로 인하여 공연집중도는 매우 떨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현대백화점'이라는 주관이 따로 있다보니, 가수들도 좀 설렁설렁한다는 느낌일까요. 가볍게 한다는 느낌일까요. 암튼, 감동을 주기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 정식으로 돈을 주고 관람한 공연이라면 많이 아쉬웠겠지요.

  더군다나, 공연장의 관람객들 또한, 공짜공연임을 의식해서인지, 여기 저기 플래쉬에, 동영상 촬영에, 중간에 일어서서 나가는 사람들에... 아무도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처음엔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너도나도 동참하는 분위기이더군요...
  꼭 통제를 받아야만 그럴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잘 할 수 있으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딱히, 할말이....여튼, 여러 모로 집중할 수는 없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저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관객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뮤지션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고 그를 통해 뮤지션들이 열심히 공연할 때, 큰 호응을 하며 서로 상호작용이 일어났을 때 좋은 공연을 봤던 기억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김연우'의 공연은 너무 짧아서 아쉬울만큼 좋았기도 해서, 퉁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넘는 공연이 끝나고, 처형네에 들렀다 집에 오니 12시가 다되었더군요.
  월요일부터 열심히 논탓에, 어제는 학교에서 하루종일 비몽사몽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즐거운 공연관람...다음은 또 어떤 공연을 보게 될지, 기대하면서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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