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때면, 삶은 버거워진다.

나 또한,
폼나게 살고 있지 못해서 이래라저래라 왈가왈부할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흔히 통용되는 밥 몇 알 더 먹었다는 이유로,
아니면 네 삶에 대해 간직하고 있는 친밀감이라는 이유가 허락된다면,

머잖아 잦아들 바람이라고 여기며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때론,
이렇게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지켜보기만 한다는 게
또 사람살이라는 부질없음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무심히 받아본 편지에서 힘을 얻었던 내 기억을 떠올리며,
힘이 될만한 글귀를 덧대어 보낸다.
어서, 무기력에서 탈출하시길...


     나 서른이 되면    - 나희덕 

     어둠과 취기에 감았던 눈을
     밝아오는 빛 속에 떠야 한다는 것이,
     그 눈으로
     삶의 새로운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이,
     그 입술로
     눈물 젖은 희망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렵다.
     어제 너를 내리쳤던 그 손으로
     오늘 네 뺨을 어루만지러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
     결국 치욕과 사랑은 하나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가을비에 낙엽은 길을 재촉해 떠나가지만
     그 둔덕, 낙엽 사이로
     쑥풀이 한갓 희망처럼 물오르고 있는 걸
     하나의 가슴으로
     맞고 보내는 아침이 이렇게 눈물겨웁다.
     잘 길들여진 발과
     어디로 떠나갈지 모르는 발을 함께 달고서
     그렇게라도 걷고 걸어서
     나 서른이 되면
     그것들의 하나됨을 이해하게 될까.
     두려움에 대하여 통증에 대하여
     그러나 사랑에 대하여
     무어라 한마디 말할 수 있게 될까.
     생존을 위해 주검을 끌고가는 개미들처럼
     그 주검들으로도
     어린 것들의 살이 오른다는 걸
     나 감사하게 될까, 서른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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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 2008/09/25 18: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접니까?ㅋㅋㅋㅋ

    • 차이와결여 2008/09/26 07:28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
      어느 'j' 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마 전,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 'j'라면,
      맞는 거 같아.

      탈출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