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을이초음파

리을이가 살고 있는 곳



   1.

  이게, 8주 되었을 때의 초음파 사진입니다. 이때가 1.8Cm쯤 되었고, 지금은 11주차가 되어서 키는 약 5Cm쯤 자랐다고 합니다.

  이번에 찍어 온 초음파 사진을 보니, 팔도 있고, 다리도 있고, 이마와 코도 만들어져 있더군요. 참 신기하였습니다.

  아이를 갖게되고 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무리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한다고 해봐야,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아는 것이 개뿔도 없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를 보니까 아주 자세하게,
  그것도 컬러풀 한 사진을 곁들여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저는 그야말로 성, 임신, 출산과 같은 단어들은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되는 것처럼 교육받았던 촌스러운 세대라 정말 아는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식한 식쟁이답게 육아와 출산에 관련된 책들만 3권 구입했지요.. 

  여튼!
  그 중에 제일 놀라웠던 것은, 임신의 주차를 계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관계를 통해 난자와 정자가 수정이 된 후, 엄마의 몸 속에 착상하게 된 때부터 1주차로 계산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 전 달 아내의 마법(?)일부터 1주차를 계산하는 것이더군요. (왜 그렇게 계산하는 것인지 자세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이유는 있을테니 너머가고, 여튼)

  그래서, '지영씨'가 아이를 갖게 된 것 같다면서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었을 때보다,
  계산해보니'4~5주차'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더욱 놀랐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제 기억과 일치하는 날은 없었거든요.. ㅎㅎㅎ

  그렇게 아이를 갖게된 사실을 확인하고 처음 진료를 받게 되었을 때,
  약 2mm밖에 안되는 녀석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그것도 매우 빨리 뛰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매우 신비로웠습니다.

  처형의 말을 들으니(처형은 산부인과 의사) 어떤 남편분들은 아내와 초음파화면을 통해 아이의 심장소리만 듣고서도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한다는데,
  아직까지 저는 새롭게 접하게 되는 많은 일들이 기쁜 것도 기쁜 것이지만, 매우매우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어서 눈물보다는 눈만 휘둥그레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놀랍고도 어려운 일들이 한 가득일 것만 같아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제가,
  나말고도 또 내 몸처럼 아껴줘야 할,
  아무 말도 못하고 앙앙 거리기만 할 녀석을 어떻게 보살필까 걱정부터 앞섭니다.

  또한, 얼마 전에 불현듯,
  '생명보험이라도 하나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니,
  은근히 책임감이 느껴지긴 하는가 봅니다.


  2.

  오래전부터 나에게 아기가 생긴다면, 이름을 뭘로 해줘야 할까, 참 고민스러웠습니다.
  저는 '김'이라는 성씨가 참 멋이 없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해오고 있었고,
  어떤 좋은 이름을 가져다가 붙여놔도 평범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국어선생님 답게 한글 이름을 붙여보기도 하고, 한자로 멋있어 보이는 이름을 붙여보기도 하고,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위인들의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었지만,
  딱히 맘에 드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의미있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싶은데, 능력은 안되고,
  또,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오샘'의 아이들 이름이 '아섬(여)' '솔겸(남)'이라는 정말 괜찮은 이름이어서 내심 그 못지 않은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역시, '김아섬', '김솔겸' 처럼... '김'자만 붙으면 평범해져버리고 마는.....

  제가 생각했던 좋은 이름 가운데 몇 가지 요건은
  1. 한번 들으면 쉽게 기억되는 이름.
  2. 성별의 구분이 없는 중성적인 이름.
  3. 한자인 것도 같고 한글인 것도 같은 이름.
  4. 그럼에도 한자로 표기할 수 있는 이름.
  5. 한자로도, 한글로도 뜻은 좋은 이름.
  이었는데,

  말이 쉽지 이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기도 해서, 일단은 '덕봉이'라는 촌스러우나 애정가는 이름을 붙여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글 자모 중, 'ㄹ' 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

  울림소리여서 '밝고 맑고 명랑한 기운이며'
  자음 중 유일한 '유음'이어서 특별하다는 의미.

  언뜻 보기엔 한글이름인 것 같지만,
  본래 처음 'ㄹ'의 이름이 최세진이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을 때, 
  한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利乙' 이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한자 이름으로 표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쉬운 한자 '利乙'
  
  문제가 되는 것은 '乙'의 뜻이 '새'라는 것이었는데,
  사전을 뒤적여보니, 

  본래 '乙'자는 상형문자로 '봄철이 가까와져 초목의 싹이 땅 위로 나오려다가, 한기(寒氣)를 느끼고 주춤하고 있는 모양을 나타냄.' 이며 '생명력'을 상징한다

  고 풀이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주풀이를 하는 사람들도, 그런 비슷한 뜻으로 풀이하고는 하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진 '리을'이라는 이름을 꿈보다 해몽식으로 풀이하자면, '세상을 이롭게하는 봄날의 풀' 정도 될 것 같은데 그것도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지영씨'에게 물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여서 일단은 '리을이'로 아기의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정해놓고 나서도 너무 특이한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김리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또, 혹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을만 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그정도 놀림이야 다른 이상한 이름보다는 아주 미약하지 않을까.. 합니다.

  몇 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름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 튀는 것 같아서 걱정하는 듯 했습니다만,

  '리을아', '을이야', '을아' 

  왠지 부를수록 입에 착착 붙는 것 같아서 저는 정말 좋은데,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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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5/10/21 14: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축하드립니다~^^ 이미 아버지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