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임홍빈 역, 문사미디어
문학사상사에서 간행되어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이어져오고 있는 "상실의 시대"의 완역판을 표방하며 이번에 출간된 책.
우연히 광화문 교보에 갔다가 발견하고 덜컥 구입했다. 덕분에 초판본이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전도사"라고 자처하는 문학사상사의 임홍빈씨가 나름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하였다고 자부하고, 책의 장정까지 일본 원본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것까진 좋은데,
왠지, 잘팔리고 있는 책을 다시 팔아 먹으려는 상업적인 측면이 엿보이는 건 왜일까...
대학교 때, 아는 친구들의 집에 갈 때마다 만나게 되는 이놈의 "상실의 시대"란 소설이 도대체 뭐길래 그런 것일까 하고 사보았다가 하루키의 광팬이 된 나였기에, 여기 저기에서 우후죽순 간행되는 하루키의 책들이 많이 못마땅하던 차에,
몇 해전 부터 문학사상사에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서 판권을 사들여 꾸준히 간행해주는 건 좋은데,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도 양장으로 간행되는 점과, 임홍빈씨께서 직접 번역을 하신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일본어를 모르기에, 임홍빈씨의 번역이 원문에 더 가까운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상실의 시대"는 유유정님이 번역했던 2판까지의 번역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에세이는 윤성원님의 번역, 또는 김춘미님의 번역이 더 하루키의 상실감 가득한 문체를 잘 번역하지 않았나 싶다.
뭐 암튼,
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소설은 그렇게 불현 듯 다가와서 다른 모든 소설들을 제치고 내 생애 최고의 소설로 등극하여 여지까지 10년이 넘는 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소설에서 와타나베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언제, 어느 때고,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전혀 시시하지 않고,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고 마는 소설이다.
또한
이번에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500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천천히 읽어나가다 400페이지 쯤을 읽어가게 될 쯤이면, 곧 이야기가 끝나고 말 거라는 안타까움 때문에 매번, 아쉬워하며 쉬어 읽게 되는, 정말이지 나에게는 최고의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거의 유일한 리얼리즘 소설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20살 청춘기의 불확실함, 불완전함과 섬세하게 떨리는 상실의 감정들을 잡아내는 건지, 읽을 때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4월은 외톨이로 지내기엔 너무나 외로운 계절이었다. 4월엔 주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코트를 벗어던지고, 양지 바른 곳에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캐치볼을 하거나,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완전 외톨이였다. 나오코도 미도리도 나가사와 선배도, 모두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겐 "안녕."하고 인사할 대상조차 없는 것이다. 그 돌격대 마저도 나는 그리웠다. 나는 그런 처량한 고독 속에서 4월을 보냈다......
4월이 가고 5월이 왔지만, 5월은 4월보다 더 가혹했다. 5월이 되자, 나는 깊어가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내 마음이 떨리고 흔들리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그런 떨림은 대개 해질녘에 찾아들었다. 목련 향기가 아련하게 풍겨오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까닭 없이 부풀어오르고, 떨리고, 흔들리고, 아픔으로 차올랐다. 그럴 때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그것들은 지나갔고, 그 후에 둔탁한 아픔을 남겨 놓았다.
또한
사랑이라는 불확실한 감정과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무게에 대한 정의도 따스하고 명철하게 제시된다.
그런 식으로 온갖 일을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는 건 좋지 않다고 나는 생각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멋진 일이고, 그 애정이 진실하다면 누구도 미궁 속에 내동댕이쳐지지는 않아. 자신을 가져.....
그러니 모든 걸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이야. 자로 길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며, 은행 예금처럼 그렇게 융통성 없이 살아갈 순 없어. 안 그래?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미도리라는 여자는 아주 멋있는 여자인 것 같아. 와타나베가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는 건 편지만 봐도 잘 알겠어. 그러면서 동시에 나오코에게도 마음이 끌린다는 것도 잘 알겠어. 그런 건 죄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 드넓은 세상에는 흔히 있는 일이거든! 날씨가 좋은 날 아름다운 호수에 보트를 띄우면 호수도 아름답지만, 하늘도 아름답다는 것과 다를게 없어. 그런 식으로 고민하지마. 내버려둬도 만사는 흘러가야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 입을 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게 마련이야. 인생이란 그런거야.
나는 이 소설을 적어도 15번 이상은 읽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내용이 나름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읽을 때마다, 밑줄을 긋게 되는 곳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 때의 상황이나, 처지에 맞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곳도 다른 것 같다.
처음에 읽었을 땐, 미도리라는 여자에게 폭 빠져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었고,
그 다음엔, 나오코라는 여자가 훨씬 더 예뻐 보였으나,
나중에 와타나베의 입장에서 읽어보니 또 다른 의미가 다가왔다.
가끔,
주변사람들이 (특히나 여자친구들이...)
나의 행동이나 생각이 와타나베를 닮았다고 하는데, 겉으로는 무슨소리냐고 버럭하긴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거나, 내 상황과 똑같다고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어서 더 신기한 소설.
곧 <그린 파파야 향기>의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는데,
잘 만들어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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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인의 홈피에서 저를 가리켜...어느 면으로보나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를 닮은 녀석..이라고 표현한 걸 봤어요.
상실의 시대....고 1때 엄마가 추천해주셨는데, 그땐 "내가 그런 아줌마들이나 읽는 소설 읽을줄 알고?" 라며 지나쳤다 몇주 후 하이텔에서 우연히 '과감한 성적 묘사'라는 리뷰의 구절을 보고 당장 엄마 책장을 뒤져, 영어,수학, 자율학습 시간 할것없이 일주일 내내 읽은 결과는....'뭐야, 6학년때 읽었던 겨울여자가 훨씬 더 야하잖아...'라는 실망감 ㅎㅎ
그 후, 우연히 대화중 하루키 얘기가 나와, 미도리 어떤애야? 라는 나의 물음에..
"어 걔 완전 변태에다가 성격파탄이지..왜?' 라는 친구의 대답.
오늘 이 글을 보니 다시 생각나네요. '어느 면으로 보나' 미도리를 닮았다는 말....
상실의 시대를 15번이나 읽으셨다니, 여쭤봅니다. 무슨 뜻일까요?
ㅎㅎㅎ
어머님께서 생각이 많이 열려있으신 것 같네요^^ 물론, 여러가지면으로 볼때,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점이 많은 소설이지만, 성적인 묘사가 좀 노골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약하셨다니 ㅋㅋ
글쎄요,
저는 현실에서 '미도리'와 같은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었으나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어요. 어쩜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그 후에 생각하게 된 것은, '미도리'와 '나오코'는 두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한 쪽으로 극대화 시켜놓은 인물들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드랬죠.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미도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rainforest'님께서 그런 말씀을 들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에 대해 자신감있게 표현하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멋있는 칭찬처럼 들립니다. 좋으시겠어요.
p.s : '성격파탄에 변태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저는 뭔가요? ^^
미도리 열혈팬한테 질문한 제가 잘못이네요^^
전 차라리 성격파탄에 변태쪽에 가까운 듯 한데요-.-;;
어젠 우디 알렌의 신작 Vicky Cristina Barcelona를 봤어요.
재치와 유머가 빠진 우디알렌의 영화를...누군가는 부비부비가 빠진 포르노라고 표현했던데....미흡한 시나리오를 그나마 스칼렛 요한슨과 페넬롭 크루즈의 매력으로 극복해보려 한 점이 기특한 정도....의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네요.
결여님의 영화평 기다려봅니다. 감기 쾌유하시길 바래요^^
'부비부비가 빠진 포르노'라는 표현이 너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rainforest'님은 영화 쪽과 관련된 분이신가 봐요,
주변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굉장히 날카롭습니다. ^^
요새 우디알렌이 '스칼렛 요한슨'을 많이 좋아하나봐요. 자주 출연시키는 걸 보니 ^^
저도 얼른 봤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쪽과 관련이라...전혀 아닌데요^^
스칼렛 요한슨..자주 출연시킬만 하죠. 그런데, 우디 알렌의 요한슨은 대놓고 요부의 느낌이나서 오히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나 'lost in translation'에서같은 스칼렛의 은근한 섹시미를 반감시키는거 같아요. 항상 스칼렛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느낌이랄까?
참 그건 그렇고, 오늘 에릭 로메르전 쏠로 탈출은 결국 다녀오셨나요?^^
아 저도 동감해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의 은근한 섹시미는 정말 최고였는데요. '스쿠프' 같은 영화에서는 정말이지.. 영화도 재미도 없고... 제가 졸면서 봐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니었습니다..
후후,
당첨된 쏠로 대탈출은 아쉽게도 다녀오지 못했어요.
다음 기회에 더 멋진 기회가 생기겠지용 ㅎㅎㅎ
"노르웨이 숲" 양장본을 살까 유유정님이 옮긴 "상실의 시대"를 살까 고민중인데요^^;; 15번 정도 읽으신 결여님의 조언을 들으려고 찾아왔습니다^^ 어떤것을 사는것이 더 좋을까요?ㅠ
반갑습니다. '초코사랑'님. 방문을 감사드려요 ^^
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유유정'님 본이나, '양장본'이나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모두 세 권의 '상실의 시대'가 있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96년에 구입한 2판본이 한 권, (유유정 역)
05년에 구입한 3판본이 한 권, (유유정 역)
글고 양장본, (임홍빈 역)
3판본과 양장본은 거의 같고, 2판본만 조금 다르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나오코'가 '와타나베'에게 존대를 하느냐 안하느냐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어를 잘모르기는 해도, '여성'이 '남성'에게 예의를 갖추어 표현할 때에는 존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연배였지만 서먹한 관계였던 '나오코'가 '와타나베'에게 예의를 갖추어 존대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런데 제가 처음 봤던 책이 '제2판'이었으니까 저에겐 '나오코'가 존대를 쓰는 것이 더 익숙한 것이죠 ^^
여성스런 '나오코'와 당찬 '미도리'의 성격차이도 훨씬 부각되었었구요.
하지만 지금 시중에서 '2판본'을 구하기는 어려우시 것 같아서, 지금 구입하신다면 차라리 '양장본'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임홍빈'님이 번역하시면서 꼼꼼히 각주도 달아 놓았구요. 나름 원본 그대로 번역하시고자 노력하신 것 같으니까요. 조금 어색해도 그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양장본은 두 권으로 나온 덕분에 페이지의 줄 간격이 시원스럽게 넓어져서 읽기도 좀 수월하답니다.
그래도 단점은 가격이 무려 두배라는 거에요. 20,000원.
미니홈피에 가봤더니, 이미 한 번 읽으셨던 것 같은데요. 그렇담 양장본으로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종 결정은 '초코사랑'님이 하시는 거지요.^^
그리고
언제 읽어도 실망하지 않는 책
절대 동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