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모던보이> 공식홈페이지(http://www.modernboy.co.kr/ )
When : 2008년 10월 03일 08시 30분
Where : CGV(오리)
(★★☆)
영화 <모던보이>를 봤습니다.
오후에 친구녀석 결혼식이 있기도 하고, <고고70>도 봐야하겠기에,
나란히 개봉을 한 <모던보이>를 먼저 예매하고 보게 되었지요.
영화를 보고자 했던 이유는, '박해일'의 능글능글한 표정이 1930년대 경성을 주름잡던 '모던보이'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그런 연기는 <연애의 목적>을 통해 익히 확인을 했었지요.
또한, '김혜수'는 제게 오랫동안 불신의 배우 상위권을 랭크하고 있던 배우였는데, 최근작 몇 편을 통해(<좋지 아니한가>, <열한 번째 엄마>, <타짜>) 연기에 모든 것을 던질줄 아는 배우라는 이미지로 바뀌어가고 있던 탓에 신뢰를 가지고 보게 되었습니다.
대충의 스토리는,
친일파 아버지가 봐준 사주, '어느 회사든 망하게 할 녀석이다' 를 철썩같이 믿고 나름 '의미있는' 선택으로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해명(박해일)'은 우연히 클럽에서 만나게 된 '로라(김혜수)'의 노래와 춤을 보고선 '로라를 얻기 위해서 인생을 걸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침 조선으로 발령을 받은 동경대 동기동창이었던 '신스케(김남길)' 검사의 도움을 받아 그녀에게 접근 하는 데 성공한 '이해명'은 가짜 '신스케' 흉내를 내며 그녀를 손에 얻게 되는데요. 우연히 조선총독부 안에서 폭발물 테러가 일어나고 그게 '이해명'이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로라'를 찾아다니던 '이해명'은 그녀가 '로라', '조난실', '나타샤' 등 10개도 넘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
이 정도까지 오게되면 관객들은 '로라'의 정체에 대해 짐작할 수 있게 되고 과연 '이해명'이 그 혼돈 속을 어떻게 헤쳐가느냐가 영화의 중심 스토리로 잡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암시하듯,
1930년대의 경성의 모습을 재현하는데에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첫 장면에서 페이드아웃되는 경성의 모습은 마치 실제인 것 처럼 느껴지고, 조선총독부, 숭례문, 서울역과 같은 화면들도 실제로 그랬을 것처럼 섬세합니다. 그리고 '로라'가 춤추고 노래하는 클럽의 화려함도 괜찮구요.
'모던보이' 이해명의 모습도 극중 인물의 대사처럼 '어디 한 군데 빛나지 않는 데가 없'습니다.
화면의 색감도 전체적으로 따스한 느낌이 나는 브라운 톤으로 예쁘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나름 괜찮습니다.
전작인, <극락도 살인사건>에서는 미스테리를 파헤쳐가는 시골마을 보건의로서의 수수함을 보여주었고, <괴물>에서는 철딱서니 없는 신경질적인 욕쟁이, <연애의 목적>에서는 '사이코'같은 영어 교사를 연기하면서 나름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한 편으로는 연기스타일이 너무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들었던, '박해일'의 연기도 봐줄만은 했고,
'섹시스타', '건강미인'이라는 수식어에만 갇혀지내지 않고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펼치기 시작한, 그리고 망가질 줄 아는 배우 '김혜수'는 슬픈 눈빛 연기와 함께, 멋진 스윙과 노래솜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나중에 크래딧을 보니 재즈보컬리스트 '웅산'님의 노래 지도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여튼, 두 배우의 호연은 좋았는데, 어디선가 조금씩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장면이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해명'과 '조난실'의 러브스토리.
키스신도 많고, 두 번이나 '이해명'의 집에서 동거를 하다가 배신하는 '조산실' 덕분에 그 집에서 같이 사랑을 나누는 신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에 껴드는 이미 다 밝혀져 관객들은 알고 '이해명'만 모르는 미스테리들..
집중을 하지 못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을 가지다가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솔직히 좀 지루하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과연 결말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 내려고 이렇게 다 보여주고 들어가나, 밑지는 장사 아닌가.. 할 정도로 영화가 걱정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결말,
영화는,
'모던보이'의 뽀대나는 인생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제시대에 희망을 잃어버리고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향락에 빠져버린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감동적인 희생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마는
이 영화 <모던보이>는 결국,
'모던보이'도 사랑을 할 땐 '신파'다!
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듯한 영화였습니다.
크래딧에 보니, 이 영화도 원작소설이 있던 것 같은데,
능력 있는 두 배우를 데려다 놓고,
이도 저도 아닌 그저그런 정도의 스토리밖에 끌어내지 못한 것이,
편집을 잘못한 감독의 탓인지,
각색을 잘못한 작가의 탓인지 알 순 없지만,
암튼,
엄청 아쉬운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극 중, '조난실'이 부르는 '개여울'이라는 노래.
가사가 애절하다 해서 크래딧에서 확인해봤더니, '김소월'님의 시였더군요..
영화에 나오는 그 노래에 담긴 사연을 알게 되신다면 저 처럼 하루 종일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 개여울 가사보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박해일은 [국화꽃 향기]이후에 가장 멋있게 나왔습니다.(물론 외모지요)
체격이 크다고 생각했던 김혜수가 뜻밖에 박해일과 잘 어울리는 한쌍 인것도 화려한 화면과 의상 때문인지.....좋지 아니한가?, 11번째엄마, 타짜,그리고 박해일의 괴물, 좋지아니한가는 출연하지않았으면 좋았지 안니 한지?
연애의 목적은 박해일의 뜻밖의 모습에 ,매력의 발견이었습니다.
두 배우의 멋진 모습, 김헤수의 노래 실력 일제 시대의 서울 모습, 모두 새로만듯 것이 너무 티가 난 단점이 있었고, ...김소월의 [개여울]은 70년대 정미조라는 유명한 가수의 노래입니다.
이화여대 미대 재학생일때 데뷰해서 전성기때 파리로 유학을 갔다 와서 현재는 미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그리고 대사중에 [꽃미남],[찌질이]등은 현재의 유행어인데 좀 웃겼고, 도시락 폭탄은 [안중근의사]를 모방한 것같았습니다.
[영화는 영화니까] 영화 감상의 목적중에 화려한 화면 스피드, 멋진 배우, 스토리, 등이 있는데 이영화의 장점은 어둡지 않고 상업적인 영화라는 것입니다.
김혜수는 큰 아들이 좋아해서 미니홈피에 사진이 많이 올라 있어서 관심이 갑니다.
책을 많이 읽고 총명하고 지혜로운 배우여서 좋습니다.
[모던보이]에서 그녀는 눈빛으로 연기하는 데 성공 한 듯합니다.
박해일은 장가 가더니 더 멋있어졋습니다.
안정된 자세와 멋진 외모가 배우는 잘 생기고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70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여자 관객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2시간 눈이 즐거웠고 귀가 즐거웠으며,[몰입]의 기쁨을 얻고 왔습니다.^^
자세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__)
제가 그냥 넘어가버린 탓에 부족했던 설명을 채워주셨네요. ^^
저도 검색을 통해서 '정미조'님의 노래를 들어봤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모과'님께서 지적해주신대로 어둡지 않은 상업영화라는 데에는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자칫 배경상황으로 인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처리하여 '이해명'의 전부를 내던지는 사랑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겠지요.
'김혜수'의 가슴 속에 담은 말은 많으나 차마 하지 못하는 듯한 눈빛 연기에는 저도 가슴이 떨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