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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오리지널 포스터



When : 2008년 10월 5일 17시 35분
Where :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 ECC)
(★★★☆)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이번 주까지 '히스레저와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소규모의 상영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히스레저'를 추모하고 그의 뜻을 기리자는 의미인 줄은 알겠고, 선택된 영화들의 면면도 나름 훌륭하지만,
  불과 몇 억원에 불과하던 그의 유산이 <다크나이트>의 성공으로 몇 백억으로 불어나면서 시끄러워지는 유산에 둘러싼 잡음들 때문인지,
  히스레저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행사마저도 달갑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암튼,
  '히스레저와 친구들'에서는 그가 출연했던 <다크나이드>, <브로큰백 마운틴>, <캔디>를 비롯하여, '제이크 질렌홀'의 출연작 <도니타코>,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의 전작 <메멘토>, 그리고 그녀의 연인이자 와이프였던 '미셸 윌리암스'가 출연한 바로 이 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저는 <도니다코>와 <스테이션 에이전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봤더니, <도니다코>는 어렵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선택한 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입니다.
슬쩍 검색을 해봤더니,
  진실로 믿을 수 있는 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각본상, 연기상 수상'의 경력이 있는 2003년의 영화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선댄스의 관객상이라면 절대 손해볼 일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검증된 사실이기 때문에, 유쾌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하였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핀(피터 딘클리지:Peter Dinklage)'은 오랜 친구였던 '헨리'와 함께 'The Golden Strike'라는 전동기차 전문완구점을 운영해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가게는 '헨리'의 소유였고, 정확히 말해 '핀'은 수리공쯤 되는 관계였지만 아주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기차를 사랑하는 둘의 취향이 너무도 잘 맞아서 과묵했던 두 친구는 가끔씩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기차를 찍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 정도가 소일거리였죠.
  그런데 '핀'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문제랄 것도 없는 것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만한 사실.
  '핀'의 키가 140도 채 안되는 작은 '난쟁이'였다는 것. 하지만 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체구 커다란 흑인인 '헨리'와 키가 아주 작은 백인 '핀'이라는 어색하기만한 조합에 익숙해진 둘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 따위쯤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는 법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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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스틸컷 - 핀

  하지만,
  진짜 이야기의 시작은 '헨리'가 갑자기 쓰러져 운명을 달리하면서부터입니다.
  '핀'은 '헨리'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퍼할 틈도 없이 변호사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해듣는데요. '헨리가' 뉴저지 '뉴파운드랜드:New Foundland'에 1에이커 정도의 땅(검색을 해보니, 1에이커는 약 1224평정도라는 군요...)을 그에게 유산으로 남겼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더군다나 그곳에는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작은 '간이역'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전에 살던 완구점은 이미 매각이 결정되었으므로 거처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핀'은 두번 생각 않고 짐을 꾸려 그 간이역을 찾아가게 됩니다.

  '핀'은 그 간이역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자신만의 생활을 만들어가고자 하죠.
  하지만, 간이역 바로 앞에 있는 '이동식 햄버거&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조(바비 카나베일:Bobby Cannavale)'라는 히스패닉계 친구는 '핀'의 이주를 무척이나 반겨하면서 그와 친구가 되고자 한시도 그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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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스틸컷 - 조


  또 한 명,
  멀리 떨어져있는 편의점을 찾아가던 길에 달려드는 차를 겨우 피한 '핀'은 그 차의 주인인 '올리비아(패트리샤 클락슨:Patricia Clarkson)'라는 여자와 안면을 트게 되는 데요. 그녀는 무슨 이유에선지 혼자 살면서 가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조'의 이동식커피전문점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오가는 길에 두 번이나 '핀'을 곤경에 빠뜨렸던 '올리비아'는 사과를 하기위해 '핀'의 간이역을 찾아오고 나눠마신 위스키와 피곤했던 일상에 지쳐 그 곳에서 잠들어버리게 되죠. 아침에 조심히 빠져나오는 데 그만 '조'에게 그 사실을 들키게 됩니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조'가 그 장면을 놓쳤을리가 없죠. 그렇게 얽히고 설키는 가운데 세 사람이 만들어가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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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스틸컷 - 올리비아


  사실,
  셋이 친구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 쯤의 아픔은 간직하고 살아가고, 그 아픔이 겉으로 들어나는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외로움을 숙명인 듯 달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요.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마음을 주려하고, 마음을 열려하고, 또 한 편으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고,
  영원히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만나기를 소망하고 그러는 것일테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런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나의 외로움과 그의 외로움이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을 때, 그게 사랑이든 우정이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 위안이 되는 그런 만남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소중한 것일 겁니다.

  영화에서의
  '핀'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외로움에 익숙해져있던 사람이고,
  '조'는 혈기왕성한 청춘의 날들을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아버지 대신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동식 햄버거&커피전문점'을 지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올리비아'는 몇 해전,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남편과 별거한 뒤, 혼자 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살아가고 있는 외로운 사람이었죠.

  그들이 간이역을 매개로 해서 서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비워두고, 그렇게 친구가 되는 과정을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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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스틸컷 - 핀, 올리비아, 조


   물론, 중간 중간 그들의 우정을 시기하는 운명의 장난도 있고, 때문에 위기가 오기도 합니다. 또, 작은 소도시에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 평화롭고, 조용하기 만한 미국의 전원마을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기도합니다.

  아! '미셀 윌리암스'는 비중이 적은 단역입니다. '뉴파운드랜드'의 공공도서관 사서 '에밀리'역으로 나오는데요. <브로큰백 마운틴>에서보다는 훨씬 앳된모습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자세한 건 영화를 보심이...

  암튼,
  영화를 보는 내내, 한적한 시골의 풍경과 다소 심심한 듯 조근조근히 펼쳐지는 세 사람의 마음쌓기가 흐뭇한 영화.
  영화를 보고서도 매우 기분 좋게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상영일정이 5일, 7일 모두 17시35분 1회씩 상영이 잡혀 있는데요.
  기회가 되시면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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