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 김용철, 정혜신, 진중권, 정재승, 정태인, 조국, 한겨례 출판


  제5회 한겨레 인터뷰 특강 <배신>

  인터뷰 특강 시리즈는 한참이나 책을 등한시 하면서 살아가고 있던 찰나,
  후배 선진양이 추천해준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을 읽고 급감동하여 모든 시리즈를 다 구입하게된 책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인터뷰 특강이 학기 중에 개최되는 관계로 마음만 먹고 올해도 직접가보지 못했지요.

  여튼,
  올해의 화두는 '배신'
  올 초, 삼성의 어둠의 권력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포함하여, 근 일년간 우리 나라에는 대대적인 '배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었습니다.
  아직까지 실체가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이명박'과 '김경준'사이의 '배신'도 있었고,
  학력 위조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신정아'사건도 '배신'이고,
  국민에겐 꽁꽁 숨긴채, 미국에게 굽신거리며 체결한 한미FTA도 '배신'이고......
  우리 주위에 만연한 개인간의 '배신' 말고도 국가나 조직이 다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배신'이 어느 때보다 많았던 이 때,
  참으로 시의적절한 주제를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는 다시 '오지혜'선생님.
  다른 분들도 모두 훌륭하시지만, 강의에 앞서 강연자가 편안하게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선생님의 질문들은 정말 훌륭하고, 웃음과 날카로운 시각이 함께 묻어나는 비유적 표현들에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치며 감탄사를 남발하게 됩니다.

  첫 번째, 강연은 '삼성의 배신, 나의 배신' 제목을 가지고 나오신 '김용철' 변호사님.
  좀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형식적인 수사결과도 모두 발표가 되었지만,
  강연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밝혔던 내용대로 수사가 마무리되었고, 그런 앞 일까지도 모두 예상하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그 일을 해내신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길거리에서 파는 '짝퉁' 나이키가 아닌 진품 나이키운동화를 사주고 싶다는 아주 세속적인 목적으로 '삼성'에 들어간 그를 제발로 걸어나오다 못해, 비리를 폭로하게 만든 '삼성'의 최상위 층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와 미친 권력의식에 치가 떨렸습니다.

  두 번째, 강연은 '배신의 정신분석'이란 제목을 가지고 강연해주신, '정혜신' 선생님.
  많은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제에 접근해들어 가는 방식이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몰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항상 친근하고 쉬운 비유들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는 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정신분석학을 좀 불신하기는 하지만, 선생님의 설명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오지혜'선생님도 지적하셨듯 우리가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가 '내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고 타인의 행동은 현상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은 그동안 내가 타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다가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르게 된 결론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과거, 한 사람을 배신했던 기억 때문에, 내 안에 '배신의 트라우마'가 형성되어서 쉽게 돌아서고, 쉽게 아파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죄책감, 혹은 부채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강연은 '대중의 배신, 논객의 배신''진중권' 님.
  역시나 똑똑하신 이 분은, 단순히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지식인의 책무'로서 사회에 모든 영역에 발언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놀이'와 같은 생각으로 담론의 장을 여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지식인이라면 언제나 더 보편적이고, 더 공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배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역발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

  네 번재, 강연은 '배신의 딜레마, 배신의 과학''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님.
  어쩌면 과학을 이렇게 깔끔하게도 설명하실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말씀 중에, 이과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고, 문과생들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지금 한 쪽 뇌를 더 사용하게 되면 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양분을 흡수할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정태인' 선생님의 '이명박 경제의 배신'
  선생님은 이번 강연에서도 노무현정부의 FTA정책과 이를 이어받은 이명박정부의 경제 및 교육 정책, 광우병 쇠고기 등의 일련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을 해주셨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만 있으면 우리의 앞 날이 너무 어둡게만 느껴져서,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5년 살이가 너무나 힘들 것 같지만, 힘들 때 일 수록 좀더 관심을 갖고,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수와 법률가의 배신''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님.
  사회자님이 소개해주셨듯, 이 시대의 젊은 '선비'와 같은 이미지의 교수님은 역시나 자신이 발 담고 있는 물부터 깨끗이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법률가와 교수들의 사회적 '배신'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한지, 그들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신격화하고, 이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룹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성찰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성'의 모습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년에 한 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최고의 지성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시간을 같이 하고, 담론의 장을 펼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데, 함께 참석한다면 얼마나 뜻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6분의 명사들이 하는 말들을 100% 이해할 수도 없고, 그게 내 안에 다 들어왔다고 볼 수도 없지만, 이렇게 듣고 나면 나 스스로도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고, 생각을 정리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면에서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그러한 영향을 준다면 '책'으로서도 스스로 뿌듯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그런 책입니다.

강추,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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