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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 푸른숲
한창 책읽기에 속도가 붙어 여름방학 동안 읽을 책을 선별하던 중, 서점가에 깔렸던 감성적 표지의 이 책.
지인에게 추천 받았던 비슷한 이야기 <작가의 방>(박래부, 서해출판)이 참 좋았던 기억 때문에, 혹시 그 남은 잔향에 자꾸 고개가 돌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입하기를 주저했었습니다.
뭐, 결국은 이렇게 구입하였지만요..
솔직히 '정혜윤'에 대해 검색해보다 알게된 전작 <침대와 책>이 더 끌리더군요..
하지만, 일단 구입하게되었습니다.
이번 '정혜윤'이 만난 사람들은 정말 매혹적인 분들이었습니다.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까지..
대부분이 제가 호감을 가진 분들로 구성되어 있고, 책 제목에 기초하여 생각해본다면, 그들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책, 혹은 인상적 독서 경험들을 위주로 설명이 될 것이고 그에 따른 간단한 설명,
이 정도가 책의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서점에서 몇장을 떠들러 보았습니다.
대충 훑어본 면은 '정혜윤'이 작가에 대한 이미지를 자신이 읽은 어떤 책에서 발견하고 독자에게 이야기해주는 글. 좋은 듯 보였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구입을 하여 드디어 어제 '군산'을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다 읽어버렸는데요.
기대만큼 만족하진 못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 '정혜윤'이 읽은 책들 중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아서, 어느 한 부분의 글만 읽고 분위기를 파악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읽고나면 대략적인 줄거리와 분위기를 위주로 곱씹어 보면서 파악하는 편이라, 세사한 부분들의 내용이나, 밑줄 그었던 부분의 내용들은 다시 떠들러 보기 전까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글 읽기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두 번째, 한 사람의 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이 너무 적어서 그 사람들의 면면을 다 파악할 수도 없었고,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읽은 책을 소개한다기 보다, '정혜윤'이 떠올린 인터뷰이들의 이미지를 자신이 읽은 책들에서 찾아보는 형식이 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적부터의 여러가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자세히 나오던 '문소리'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세 번째, '정혜윤'이 프롤로그를 통해 밝힌 이 책의 의의 '어떤 이의 인생을 책으로 역어본 작은 전기 정도', '한 개인이 책과 만나는 지점에 관한 이야기가 주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부족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급되는 책들 몇 권으로 그들의 인생을 파악해보기에는 너무 부족하기도 하고, 어느 단편만을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한 개인'이라 함은 인터뷰이를 말하는 것일텐데, 그 보다는 작가 '정혜윤'이 책과 만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고, 보편화되기 어려운 감정의 문제들을 자주 언급하여서 공감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하는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은 평점을 받은 이유는 그 만큼 작가 '정혜윤'의 무시무시한 독서량과 그 모두를 기억해내는 능력등이 한없이 부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책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영역의 책들은
'진중권'이 언급한 '개가식 도서관 에서의 헤메기'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해주고 그런 면에서 우리를 좌절시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보다 앞서 간 위와 같은 사람들을 통해서, 몇 가지의 정보와 좀 더 쉬운 지름길을 알게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책에 대한 많은 정보도 주었으니까 그것도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겠죠.
아무튼 이 책을 보면서, 저는 '문소리'가 추천 받았다던 '<에이어그램의 지혜: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9가지 성격 유형>'이라는 책이 무진장 보고 싶어졌습니다.
또,
'정혜윤'이 무지 좋아라 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책들도 보고 싶어 졌습니다.
때문에 여러 가지의 장점과 단점들을 종합해 볼때,
이 책을 추천하기에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지만,
저보다 독서광이신 분들은 어떤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내가 살던 집에 남편이 들어왔어요. 결혼 전의 습관이 그대로 있어서 나는 주로 침대에서 책을 봐요. 남편이 옆에 누워도 고민이 있으면 책을 봐요. 남편이 불을 탁 끄면 동시에 내가 반대편의 스텐드를 탁 켜요. 그러면 남편이 그러죠. '나, 뭐 한 거니?' 결혼하고 칠 팔 개월 지난 어느 날 스텐드를 탁 켰더니 남편이 비로소 한 마디를 하더라고요. '아, 공포의 책 넘기는 소리!'"
(p. 242)
"작가는 덫을 놓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나의 독자들이 내가 쳐놓은 복잡하고 신비로운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덫을 놓는 사람입니다. - 오르한 파묵
나는 그 덫에 걸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덫이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복잡하고 신비로운 인간의 속성이었다. 그러므로 사람과 책이 만나는 지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힌트를 준다. 왜냐하면 책이란 다름 아닌 사랑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고 결국 어떤 책을 사랑하느냐는 그 사람의 속성, 그 사람의 자존감, 그 사람의 희망, 그 사람이 꿈꾸는 미래, 그 사람이 살아 온 삶, 그 사람의 포용력, 그 사람의 사랑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p. 276~277)
'문소리'의 말을 인용한 첫번째 것은, 뭔가 완벽히 서로를 인정하는 존재들을 보는 것 같아서 따왔고,
두 번째, '정혜윤'의 글은 많은 부분을 동의할 순 없지만, 글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따왔습니다.
혹시 내가 편협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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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책이 추가 되네요,
요새따라 책에 대한 욕심은 많아지는데
그에 비해서 읽는 시간은 별로 없어지는것 같아서 아쉽네요,,
그래도 오늘도 좋은 책 소개받고 갑니다,,
차이와 결여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요새 읽는 책들이 다양하지 못하고 다 고만고만한 해서,
추천드리기도 뭣한데,
그래도 좋은 책 소개받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주말.. 추석 연휴, 이래저래 정신없기도 하겠지만,
저는 책 2권, 영화 3편의 계획을 잡았답니다..ㅎㅎ
못지키면 말구요. ^^
카르도스님도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