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반가운 얼굴들...

어린시절 1년 간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무엇으로 표현하지 못할 애틋함을 가지게 한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녀석은
놀라울만치 세밀한 기억력으로 온갖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듣는 모두는 끄덕이고, 폭소하고...

누가 이야기를 꺼냈더라...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한참이나 흐르던 중, 한 녀석이 나를 보았다.
"아직도 힘든 건 아니지?"
"어? 뭐?"
"왜 헤어진거니?"
"아~ 그거? 그게 언제적인데~ 6개월이 다 되간다."
지들도 똑같으면서 그래도 한 마디, 두 마디씩 위로의 말들을 건네온다.
그 말들을 들으면서, 나란 사람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모임을 끝내고 차를 몰아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왜 헤어진거지?"

누구나 이별을 하게되면,
그 순간에는 이별에 대해서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고자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먹먹한 가슴
대상을 잃어버린 사모의 마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남겨진 습관들 때문에
감당하지 못할 슬픔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감정을 과장하기가 쉽다.

더군다나,
그 누구도 이별할 때,
"우리는 이러이러해서 이별하게 되는 거야."라고 동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별의 이유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별하는 순간부터 맞이하게 되는 불완전한 혼자만의 생각은
자기 안으로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
몸의 곳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명하면서
심장을 떨리게 하고, 숨을 가쁘게 하므로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기가 쉬워서,

그래서, 때론 잊어야만 하는 번호를 핸드폰에 눌러보다가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의 떨림
해선 안될 전화를 하는 조마조마함을 혼동하여 자기애에 빠지거나,
그럴 용기도 없는 사람은,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게 되기가 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연히 "왜 헤어진 건가?"라는 물음은 결코 정답이 나올 수 없는 수학문제와 같은 것이었다.
정확한 이유를 알기위해서는 사심없이 '그'와 머리를 맞대고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러니, 나는 이별의 이유에 대해서 한 번도 확신 있게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번의 사랑도 이별 뒤에 혼자서 생각해본 것 뿐이고,
그전 사랑도, 그 전의 사랑도
모두 혼자만의 생각과 혼자만의 판단으로 혼자만의 예상답안 중, 가장 근사치를 구한 것에 다름 아닌 것.

어쩌면 그 사실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
나는 이별의 이유를 알지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의 이유를 알지못하므로,
아무리 전과 다르게 하려고 해본들,
겉모양만 바꾼다음 새로운 모델이라고 소개되는 자동차처럼
'사랑'의 알맹이는 그대로인채 '사랑의 경험'이라는 가격만 올렸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

결국,
결론은
내가 달라지지 않고서는 '사랑'도 달라질 수없는 것이고,
켜켜이 쌓인 때를 벗겨내는 것은 지난 시간에 정비례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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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티나타 2008/09/16 14: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악을 들어 보심이.... 가령 조슈아벨의 라벤더의 연인같은거라도....

    • 차이와결여 2008/09/16 14:33  address  modify / delete

      핫핫핫.. 그럴까요??

      그 곡 한참 듣다가
      괜히 가을 타는 것 같아서 접었더랬는데...

      정말 다시 들어야겠어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