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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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문학동네


  '개밥바라기별'이란
  초저녁 서편에 달과 함께 나타나는 별을 가리키는 말로,
  잘 아시다시피 정식 명칭은 '금성'.
  '금성'이 새벽녘에 동쪽 편에서 반짝일 땐, '샛별'이란 말로 불리듯,
  저녁무렵에 서산 위로 살짝 떠오른 별을 그렇게 부른다고 소설 속 인물인 '대위'는 말합니다.

  이 소설 <개밥바라기별>은 전작 <바리데기>를 읽은 독자층이 자신의 전작들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깨달은 작가 '황석영'이 새로운 세대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연재하고, 자신의 '10대' 쩍 이야기들을 나직하게 속삭여주며 지금의 '10대'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산물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월남전' 차출을 앞 둔 주인공 '준'이가 잠시 서울집에 들러 어린 시절 첫 사랑이었던 '미아'에게 연락을 하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가 길이 엇갈려 결국 만나지 못하고 부대 복귀길에 오르면서 지난일들을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의 '월남전 참전' 경험과 맞물리며 작가 자신의 분신이 바로 '준'이 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소설에는
  주인공 '준'이 말고도 '정수', '인호', '상길', '중길', '상진', '장무' 등 다양한 또래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찾고자하는 것은,
  맹목적이고 수동적인 제도권교육에는 없는, 고민하고, 사색하고, 몸으로 부딪혀서 깨닫게 되는 '살아있는 지식'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퇴학당하기도 하고, 유급도 당하고, 무단결석도 하고,  혹은 무전여행을 하면서 끊임없이 진정한 자신과 만나기 위해 방황합니다.

  물론 그 모습에는,
  유년기와 청년기 사이의 혼란스런 시기에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열정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든지 가능할 것 같은 뜨거운 마음. 하지만,
  길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막연한 공포,
  치기어린 행동과 예기치 못한 아픔 등이 밑바탕에 깔려있기도 하지만,

  약간은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냉소하고, 어른들의 흉내를 내는 어설픈 모습들 속에서도
  그 어떠한 현실에도 피하지않고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10대' 특유의 진지함과 건강함들이 들어 있어 그들의 방황이 부질없어 보이지 않고, 의미를 찾게 됩니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하는데에는 그 시기까지 배워왔던 모든 것과의 결별을 통해서 새로운 나로 거듭남이 필요했다는 것을 깨닫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무엇이든지 원해보고, 원하면 부딪혀보고, 부딪혀서 몸으로 깨달으라고 말하면서,
  그런 '너희들을 무한히 긍정하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황을 통해 학교에서도 가르쳐 줄수 없으며, 책 속에도 길이 없고, 어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오직 자신만이 찾을 수 있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라고 말해줍니다.

  사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이러저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꿈꿔왔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못했는지, 나 스스로는 <개밥바라기별>을 읽으면서 그들의 모험과 도전에 경도되기도하고, 박수치며 응원하기도 하면서 좋아라했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가는 방황의 시간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임은 분명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이 책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켜 세상이 뒤집어 지는 것이 아니라
  몇 몇 아이들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그 아이들이 커서 사회를 조금씩 바꾸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가고,
  그렇게 세상은 점점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나 세상은 한 걸음씩만 움직여왔으니까요.
  아마, 작가 '황석영'님도 이런 부분까지 다 생각하신 거겠지요.

  아무튼,
  총 13장으로 나눠서 서술이 되고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 '준'이의 1인칭 서술이 한 장 나온 다음, 다른 인물이 한 장을 1인칭으로 서술하고, 그 다음 장은 다시 '준'이의 시점으로 돌아오는 '피카레스크식' 구성으로
  주인공 '준'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서술을 통해 소설 속에 나오는 10대의 감정이 어느 특정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그런 감정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소설, 10대 여러분과 꿈을 읽어버리신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 젊거나 나이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거랍니다. 젊은 날을 잘 보내세요. 평범하고 지당한 말씀이었는데,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p. 17)

  "하지만 그 무렵의 나는 애초부터 여자애들에게서 연애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무엇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일까. 어머니에게 사로잡혀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자신의 또다른 존재에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 몸 근처의 한 걸음 곁에 따로 떨어져서 나를 의식하고 관찰하고 경멸하거나 부추겼다. 나는 그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안과 바깥이라는 불완전한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구인가."
(p. 198)

"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의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저도 모르게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표내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
(p.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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