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 출처 - 맥스무비(www.maxmovie.com)



When : 2008년 09월 10일 20시 00분
Where : 2008 충무로 국제 영화제 (대한극장)
(★★★★★)

  충무로 국제 영화제를 예매하면서 보고 싶은 영화가 몇 가지 있었는데, 저번에 보았던 <미지와의 조우>, 톰크루즈가 나오는 <매그놀리아>, 히치콕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방학이었더라면 원없이 보았겠지만, 직장인의 몸이라 모두 볼 순 없었고, 그 나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미지와의 조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부실한 체력 탓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못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영화제 기간동안 가장 인기있는 작품을 상영한다는 마지막날 마지막 상영 <깜짝상영5>를 예매해놓고 내심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상영되기를 바랐었죠.

  하지만, 170여편의 영화들 중, 가장 먼저 매진되어버린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이라더군요.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블레이드 러너>도 그 못지 않은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니 기쁜맘으로 보러 갔었습니다.

  극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스텝들이 매진임을 알리면서 정해진좌석에 앉아줄 것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극장 안의 분위기도 조금 흥분된 것 같았구요.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미 봤던 영화이지만, '파이널 컷'이라는 의미와 '디지털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보러온 것 같았습니다.

  저도 다소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영화를 보았고,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워낙에 유명한 영화라 줄거리도 다 알려져 있으므로 간략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배경은 2019년의 로스엔젤레스, 지구는 인구폭발과 환경오염으로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본격적으로 이주를 시작하게 되고 '타이렐'박사의 '타이렐사'에서는 '리플리컨트'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식별이 불가능 할 정도의 복제인간을 개발하여 식민지 건설에 이용하게 된다. 이 '리플리컨트'들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수명을 4년으로 정해놨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식민지에서 4명의 '리플리컨트'들이 인간을 살해하고 지구에 침입하게 된다.
이러한 '리플리컨트'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적인 형사들을 가리켜 '블레이드 러너'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베테랑 전문형사인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서장의 호출을 받고 이들을 검거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하는데...

  발단 부분인데요.
  보시다시피 미리 알고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꽤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주된 스토리 안에 포함되어 있는 철학적 질문들과 등장인물들의 상징성, 그리고 철학적 대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스토리 자체로도 훌륭한 SF영화이지만,
  이 영화 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의 질문들이 있어서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주제가 심오해지고 스토리도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영화에 등장하는 '리플리컨트'들은 모든 부분에서 인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의 모습으로 태어나므로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 때론, 감정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이상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타이넬'박사는 새로만들어지는 '리플리컨트'들에게는 과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주게 됩니다.
  문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인간으로 살아가던 '리플리컨트'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자신이 '리플리컨트'이고 수명이 4년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되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건 단순히 죽고 사는 문제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되는 순간이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리플리컨트'들이 느끼는 혼란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데커드'는 '타이넬'박사의 조수였던 '레이첼(숀 영)'이 '리플리컨트'임을 알지만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것 또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데커드'를 사랑하고 있는 '레이첼'은 그의 목숨을 구하고 그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데커드'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도망치는데,
  그녀를 붙잡고 '데커드'는 외칩니다.
  '키스해달라고 말해!'
  '날 원한다고 말해!'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한 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지배를 표하는 남자의 대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리플리컨트'임을 알고 좌절하는 '레이첼'에게 모든 것을 잊고 '인간'이기를 바라는,
  끝까지 인간이기를 포기하면 안된다는 절규처럼 들렸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 '베티의 최후'

이미지 출처 - Yes24 DVD(http://www.yes24.com)

  또,
  자신의 창조자이자 아버지였던, '타이넬'박사를 찾아 간 '리플리컨트' '베티(룻거 하우어)'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알게되고 그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이라던가,
  그렇게 좌절하고 돌아와 서서히 멈춰가는 왼손을 보며 '데커드'와 대결하는 장면.
  그리고
  예술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베티'의 최후.
  ('리플리컨트'의 최후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글썽여질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의 반전까지...


<블레이드 러너> - 2019년 LA 첫장면

이미지 출처 - Yes24 DVD(http://www.yes24.com)

  디지털로 새롭게 복원된 화면은 이전에 보았던 칙칙했던 분위기 보다 훨씬 더
  2019년의 암울한 지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큰 화면으로 접한 영화의 첫 장면은 한 마디로 '장관'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것이 1982년, 당시엔 CG가 사용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이 모든 장면을 CG없이 모형들과 카메라 기법에 의해서 완성하였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과 감동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던 적이 최근 1년 사이에는 없었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은 훌륭한 영화.

  "명불허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이미 DVD판으론 나와 있다니까 아직 못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왕 보실 거면 최대한 큰 화면으로 보실 것도 당부드립니다.
  극장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죠.

  보고 싶었던 영화 대신에 봤지만,
  이번에 못봤으면 정말 억울할 뻔 했습니다.
  최고!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5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카르페 디엠 2008/09/22 12: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로이의 최후 장면에선 저도 눈물을 흘렸더랬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특권을.. 나는 인식하고 후회없이 살고있는가..라는 생각에..
    깜짝상영때 한번 더 보고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구요
    연말에 블루레이로 정발된다고하니 그때 필구입입니다^^
    영화보고 ost도 구매했는데 아랍 멜로디가 가미된 곡이 참 맘에 드네요

    • 차이와결여 2008/09/22 16:53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 노래 혹시 '뱀 비늘' 가지고 찾아가던 장면에서 나오던 노래 아닌가요?? ^^

      간혹, 이런 종류의 의문을 던지는 영화들을 보면,
      인간으로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자꾸 의문을 가지고, 물어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평생토록 함께 되어야 하는 거겠죠..

      방문 감사드립니다. 댓글은 더더욱요 ^^

  2. 카르페 디엠 2008/09/24 09: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넵 뱀비늘 추적하며 이집트 상인을 만나러 가는 부분에서 나옵니다
    로이가 타이렐사 회장을 만나는 부분 기억나세요?
    뭐..생명을 연장하고 싶다..그러면서 아버지라고 부르잖아요?
    저는 그 대사가 참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대사는 'Fucker'라고 하더군요
    후에 파이널컷으로 만들면서 'Father'로 수정했다는^^ 그러면서 리들리 감독이
    이제는 자기도 나이가 들었는지 'Father'가 더 좋게 느껴진다고 했다네요
    블루레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 차이와결여 2008/09/24 13:07  address  modify / delete

      오..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의미차이가 엄청나다는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Father'가 더 의미심장하다고 여겨지는데요?
      저도 아직은 여력이 되지 않아 영화 콜렉션은 뒤로 미루고 있는데요. 부럽습니다.^^

  3. suie 2008/10/03 02: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번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직접 보셨군요! 부럽...
    Fucker와 father에 대해서는 블레이드러너 팬들사이에서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애초에 리들리스콧 감독이 두가지 버전 모두 촬영했다고 하니 뭐...
    저도 개인적으로는 'Father'가 더 의미심장하더라구요

    • 차이와결여 2008/10/03 10:01  address  modify / delete

      방문을 감사드립니다.


      'suie'님 블로그에 가봤더니. 심플한 스킨이 너무 부러워 업어올까 했었습니다. ^^


      큰 화면으로 접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감동은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는 기립박수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2시간 동안 앉아있는 모습도 멋졌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함께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