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 - 한국 포스터

이미지 출처 - 다음(www.daum.net)



When : 2008년 09월 13일 20시 35분
Where : 스폰지하우스-Sponge house(광화문)
(★★★☆)

  삶이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 저는 일본영화가 생각나곤 합니다.
  문화의 차이이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본영화에는 다소 과장된 엉뚱함이 들어있고, 다소 억지스러운 코미디가 있어서 우스꽝스럽기만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위안을 받는 건데요.
  처음에는 이질감이 느껴져서 일본영화를 무시하는 편이었지만, 사실 진작부터 세계 영화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일본 영화 아니겠습니까. 무조건적이거나, 편향적인 생각은 못난 행동이겠죠.

  암튼,
  일본의 작가주의 영화들도 좋아하고, 눈물 쏙 멜로영화도 즐겨보고, 엉뚱한 코미디 영화도 좋아합니다.
  물론,
  일본 영화 같은 경우에는 이미 내용이 검증된 만화나 소설을 영화화하거나 스타시스템을 활용하여 제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볼거리와 재미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기도 한 것도 이유가 되고요.

  그래도 뭣보다 일본영화를 보면서 놀라는 점은 소재가 그토록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 간은 아직 못 본 일본 영화 3편을 연속해서 볼 계획입니다.

  그 첫영화 <콰이어트 룸에서 만나요>.

  영화는 일에 시달리는 28세의 한 프리렌서 작가가 불면증으로 시달리다다가 맥주와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끝에 정신병원에서 깨어나면서 시작합니다.
  자살미수로 판정이 되었기때문에, 몸의 5곳을 묶인 채로 독방 '콰이어트룸'-(발작이나 극도의 정신불안 상태의 환자들을 묶어서 수용하는 독방) 침대 위에서 깨어나는데, 자신의 상황을 인정할 수 없는 주인공 '아스카(우치다 유키)'는 넘겨버린 마감때문에 안절부절합니다. 하지만 병원의 상황은 여의치 않고 보호자로서 '아스카'를 입원시킨 방송작가 남자친구 마저 미얀마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퇴원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어쩔 수 없이 의사의 면담이 잡혀 있는 월요일까지 며칠을 병원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당연히 정신병원이기 때문에 다양한 삶의 군상들이 함께 생활을 합니다.
  거식증 환자, 다이어트 중독, 밥먹듯이 거짓말 하는 사람 등등... 그 중에, 굉장히 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미키(아오이 유우)'와 친해지게 되면서 병원생활에 익숙해지게 되는데요.

  영화는 다소 산만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안에는, 환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간호사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아스카'를 통해서 이야기되는 현대인들의 조급증과 같은 이야기도 있고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여인을 통해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위와 같은 문제들의 해결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러하듯 정신병동 특유의 엉뚱함으로 가볍게 가볍게 넘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스토리는
  왜 '아스카'가 내과가 아닌 '정신병동'에 그것도 묶인 채로 깨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수면제가 비록 과다하긴 했고, 정신병 병력이 있긴 하지만,
  온 몸을 묶인 채로 있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남자친구는 왜 그 사실에 동의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나는데, 등장하는 남자친구의 어설픈 모습을 보고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이야기해버리면 너무 커다란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히 밝히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신참들만 골라서 '콰이어트 룸'에 보내는 '시노부'의 계획적 사건에 의해 남자친구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 편지를 '시노부'의 입을 통해 들은 '아스카'.
  '시노부'는 '아스카'를 비난하고 그 비난이 결코 부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분노하게 되는 '아스카'는 난동을 일으키게 되고 '콰이어트 룸'에 다시 갇히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 비로소 '아스카'는 자신이 알지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어쩌면 기억하기 싫어서 모른척했던 과거를 반성하게 되고 나서야
  모든 것을 정리하고 병원을 나설 수 있게 되는데요.

  이것은 어느 날, 친구들과 과하게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채로 느즈막히 방에서 깨어나 뒤늦게 어제 내가 했던 만행을 전화를 통해 전해듣게 될 때의 그 느낌이나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자괴감' 이라는 것. 내가 피하고 싶은 나의 모습. 거기에 모든 영화의 비밀이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소 무거운 내용으로 여러 가지의 생각이 들게 해주어서 그간의 가벼움들과 어느 정도 무게를 맞추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우치다 유키'는 75년생 34살의 배우이지만 결코 그렇게 보이지도 않고,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미인입니다. 참으로 제스탈이더군요. 매우 흐뭇하게 영화를 봤습니다
  '미키'역의 '아오이 유우'는 제가 이제껏 보아왔던 연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녀가 이쁘기만한 배우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또 한 명의 좋아하는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는 워낙에 조금 나와서 얼굴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일본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러 가셔도 좋을 듯 싶고요.
  어수선함이나 말도 안되는 개그 같은 것을 넌더리나 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병원 세트 안에서만 펼쳐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일본 주택가의 아기자기한 풍경이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도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다음에 보게 될 <텐텐>은 도쿄 거리를 산보하는 내용이라니, 그 걸 믿고 아쉬움을 달래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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