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

<Macau Street> Fuji Finepix S5Pro+Nikkor 18-55mm, ISO 1000, F4.5



1.
  어찌됐든, 이번 소개팅은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던 내 모습을 들춰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감사.
  다시, 책을 읽고 싶어지고, 어딘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고,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히 좋은 의미일테니까..
  하지만 담배 생각이 조금 더 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조금은 불행한 일..  끊기는 끊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여튼, 나는 이번 겨울 방학 때, 지난 몇 년과는 다른 조금은 시끌벅적하고, 굳이 의미를 남기려고도 하지 않는 편안한 여행을 다녀와서 매우 기쁘다.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고, 그냥 걸어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쩜 그리 맘이 편하던지...
  매번 그런 여행을 다닌다면 또 지루하고 식상할테지만, 요녀석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유쾌하였으므로.. 그런 녀석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또, 감사...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 동안은 첫 해외여행의 기억에 묻혀 잘 살아갈 수 있겠지..그런 모든 것들을 감사..
  하지만, 이놈의 역마살을 도대체 만족을 몰라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 하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28일쯤 1박 2일로 속초에 다녀올지도 모른다.. 가서 맛난 새우튀김을 먹고, 인적 드문 모래사장에 하염없이 앉아서 한 학기를 계획할지도... 음.. 하지만 그날 가봐야 알 수 있겠지...


2.
  어쩔 수 없이 또 생각이 든건데,
  아내라는 존재는 왜 필요한 걸까?

  출근을 하면서 아침에 먹은 것을 떠올리다가 문득 생각이 깊어졌다.
  오늘 아침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유와 바나나 그리고 시리얼바 두 개를 먹었다. 커피는 미리 내려놓은 것을 먹으려했으나 너무 졸아서 실패..
  잘 먹고 나와서 차를 몰고 나오는데, 만날 먹는 아침이 좀 지겹더라..그래서 '봄이 되고 과일이 나오면 메뉴를 좀 바꿔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결혼을 하면, 아내가 생기면 이런 생활패턴이 달라질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같이 직장을 다닐 가능성이 농후한데, 그런 상황이라면 분명히 출근시간은 내가 훨씬 앞설 것이므로, 아마도 내가 해결하는 아침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내는 전날 저녁에 내가 아침에 먹을 찬 몇 가지를 미리 준비해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것도 거부할 것이므로 역시 지금과 그다지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직장을 다니니까, 하루 중에 보는 시간보다는 못보는 시간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것이고, 역시 잠자기 전 몇 시간을 함께 있는 것 말고는 달라질 것이 없겠다.
  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이도 안 가질 수 있으니까, 아기를 갖기 위해 아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청소는 내가 할 거고, 빨래도 널 때는 내가 할 거니까... 우....
  결국 별 다를 것은 없다는 거다...

  그래도, 우울해서 무언가 말을 하고 싶다거나, 누군가와 오붓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싶을 때, 혹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와서 혼자 짐을 옮기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땐,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하게 된다.

  너무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상상일 뿐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놓고 보니, 난 아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거인, 또는 애인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님, 짐꾼? 말벗? 우.. 이건 너무하잖아....


3.
  책을 사지 않겠다고(아직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많으므로) 다짐을 하건만 매번 허무하게 무너져버린다.
  약속이 있어서 책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약속이 미뤄져서 할 일이 없어지거나,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할 땐, 어김없이 서점에 가서 책을 사게 된다.
  그래서, 지난 주에도 몇 권의 책을 샀는데, 오늘도 알라딘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음반 두 개를 주문하려다 책을 세 권 더 사고 말았다..

  이래서 또 읽을 책들이 쌓여간다..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영웅열전 1, 2>, 허수경 시인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의 생활명품>, <2011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래도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괜찮겠....지...?

  음반은 '10센티'라는 듀오의 정규 1집 앨범, 그린콘서트에 참여한 인디 뮤지션들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Save the air' 역시나 좋은 음악들이겠지...
  그리고 오늘은 <혜화, 동>이라는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갈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내 감성, 내 호기심의 대부분은 음악과 책과 영화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속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 부족한 나를 찾고, 얻을 수 있는 지식에 해갈하는 기쁨을 느낀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런 나의 만족감이나 포만감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기 위안이나 도피가 아닐까하는 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부딪혀야겠다.


4.
  개학이 다가올 수록 스케쥴이 빡빡해져 간다.
  매일 같이 학교에 나와서 '교육과정' 및 기타 등등을 처리하는데, 일들은 계속 생겨나고, 반가운 약속들과 행사들은 또 생겨난다.
  내일은 졸업생을 만나고,
  모레는 정말 반가운 친구를 보아야하고, 저녁 땐 공주까지 내려가 사은회를 해야하고,
  토요일은 또 친구들과의 모임이다.
  28일은 전직원 출근일, 그날 오후 강원도행,
  3월 1일 집에와서
  3월 2일은 개학...
  우... 이런 일정을 소화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바쁘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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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설아줌마 ^^ 2011/02/22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속초여행은 혼자가나? 나는 그때 아들 개학 준비로 억지 휴가를 내야할듯.ㅋㅋ 아이 데리고 힘들지 않다면 우리도 데리가줘 흑흑..ㅠ.ㅠ 아님 새우튀김을 사오던지!! ㅋㅋㅋㅋ

    • 차이와결여 2011/02/22 18:57  address  modify / delete

      뭐야~~ 아이들 개학준비한담서 어딜 놀러 가겠다는 거샤 ㅋㅋ 새우튀김은 바삭할 때 먹어야 제맛이거든 그래서 배달할 수가 없어 ㅋㅋㅋ

  2. boramina 2011/02/22 17: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청소도 내가 할 거고, 빨래도 내가 널 거고...' 이런 걸 주변에 팍팍 주지시키면 여자친구가 금방 생기실 것 같은데요^^

  3. 카르페디엠 2011/02/22 20: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은 뭐를 하고 뭐를 할거라는 둥,
    별 것 아닌 투로 무심히 적은 결이님의 일과가 저한텐 너무 달콤해 보인다는..ㅠㅠ
    아이를 낳지않는 것만 확실하다면, 다소 헛헛할 때도 있겠지만 지금의 일상을
    충분히 즐기세요^^ 그렇게 살다보면 '이 여자다' 하는 생각이 드는 예쁜 분을 만나실거임.
    마카오의 개와 늑대가 만나는 시간인가요?
    참 예쁘네요.
    저는 다음에 갈 여행지를 찍어놓고 미리 여행가이드북을 삽니다. 그러곤 그걸 읽으면서 계속 설레어하죠.
    곧 캄보디아 앙코르와트편을 사려구요 ㅎㅎ

    • 차이와결여 2011/02/22 23:08  address  modify / delete

      헤헤..

      사실, 자꾸 말로 꺼내고 조급해하고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주변에 롤모델이 될만한 사람이 없어요.

      아.. 혼자서도 잘 하는구나.. 나도 괜찮겠다.. 할만한 본보기가 없는 거죠.

      그래서 혼자 헤쳐나가다보니 자꾸 뒤뚱거리는 것 같습니다.
      멋있게 살고 싶은데 말이죠..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앙코르와트 데리고 가주세요 ㅠㅠ 비행기값은 가져갈게요...흑흑..

  4. 클라리사 2011/02/23 00: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내가 필요한가,하는 물음 자체가요,지금 상태에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거 아닐까요?
    동거인 같은 아내, 애인 같은 아내를 구하셔요!

    • 차이와결여 2011/02/23 10:54  address  modify / delete

      어딘가엔 있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현실이 되리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

  5. 비밀방문자 2011/02/23 01: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11/02/23 10:56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엊그제, 아무것도 붙이지않고 아무것도 씌우지않을 거라고 막 자랑하셨으면서 오늘 그런 난감한 일을 당하시다니요..ㅋㅋㅋㅋ

      뭐 살다보면 더 민망한 경우도 많잖아요.. 너무 자책하진 마세요..ㅋㅋㅋ

  6. clovis 2011/02/23 22: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열심히 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ㅎㅎ
    저도 몸이 두개여도 모자랄것 같아요.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ㅜ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이 야속스럽습니다 ㅜㅜ

  7. 차이와결여 2011/02/24 16: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열심히 생활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새업무를 맡아서 어리버리 지내고 있답니다. 올 한해를 또 어떻게 지내야 할런지요. 구래도 'clovis'님도 저도 화이팅해요~~

  8. 비밀방문자 2011/02/25 01: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9. 지나가는사람 2011/07/14 03: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내? 애인?동거인?^-^
    그렇게말하면 또 그렇지만..어떻게해도 (요즘세상은,,무린가?후후)떠나지않을 내편이있고
    집에가면 날기다리고있는 내가사랑하는사람이있다는거..그리고 다음날 눈을뜨면
    또옆에있다는거...(결혼하면.........자는모습이 젤이쁘다는걸...알수있어요..)
    이벤트나 선물같은 로맨틱한것이없더라도 잠들기전 사랑한다는말만해도 온전히 알수있게되죠
    그러고보니 서로를 떠나지않는다는게..중요한것같네요..

    • 차이와결여 2011/07/14 10:23  address  modify / delete

      감사합니다. ^^

      그냥 지나가셔도 괜찮을텐데, 이렇게 친히 수고를 해주셔서요. ^^

      아.. 그런 것이군요.. "내편" 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군요...

      무슨 일을 해도 나를 지지해주고,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