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글로 2011년의 첫인사를 하고 싶진 않았다.
  고단했던 2010년이 마무리되고 뭔가 희망찬 2011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희망들을 정리하는 뜻(?)깊은 포스트를 올리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지지부진하고도 집요한 업무의 끝자락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고, 1월이 되어서도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런 상황으로 진행되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가 무능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무능력하고, 투정 잘부리고, 딴지 걸기 좋아하는 내가 투덜대느라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런지...(그러고 보니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옵니다..)

  아마도, 거의 99% 확정된 소문으로 2011년에는 '교무기획부'에서 '교육과정'을 업무로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돌더니, 어제는 신학기 담당자 연수마저 다녀오고 말았다...
  남들은 방학이라고 여기저기를 다니고, 휴식을 취하고, 학교에는 코빼기도 안비치고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오샘! 듣고 있어요?)에서...(아.. 물론 저보다 더 열심히 학교에 나오시고, 수업연구하시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은 줄은 알지만요..) 방학이 된건지도 느끼지 못하고 새해의 업무를 시작해야만 하는 처지가 이제는 원망스러운 단계를 넘어서 안타까운 동정심에 이르게 되었다.. 어떻게 된 놈의 팔자인지 원....

  여튼,
  오늘로 보충은 끝이 났다..
  보충은 끝났고, 근무도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20여분만 지나면 퇴근을 할 수가 있는 상황인데, 오전에 연락을 받았다.
 
  "교장선생님 빙부님 상 <강화예식장> 발인 27일.."

  우하하하..
  가족애, 동료애를 끔찍히도 중요시하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안가볼 수 없다..
  5시에 끝나면 부리나케 집에가서 옷갈아입고, 강화도 여행이다!
  무지하게 막히는 경부고속도로와 얼마 전 큰 유조차가 넘어져서 화재가 난 뒤로 교통이 통제 된, 본래도 그렇게 막힌다는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한 번 들어가면 돌아나올길 없다는 강화도행 국도로 옮겨타서 룰루랄라 조문을 마치고, 또 부리나케 달려와야 '아시안컵 한일전'을 볼까말까 하겠구나..

  어제는, 연수를 다녀와서 다음날 보고해야만 할 전달사항들과 신학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익혀두어야할 업무들과 내일모레(진짜 내일 모레) 떠나야하는 홍콩여행에 대한 걱정으로(준비를 진짜 하나도 못했어요!) 새벽3시가 되도록 잠이 오지 않더니.. 오늘은 또 장거리 여행을 선사해주시는구나..

  음..
  여튼, 보충은 끝났고, 내일은 오전에 열심히 짐을 꾸리고, 환전도 하고, 공항주차장 예약도 하고, 부모님도 찾아뵈었다가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고 새벽에 1시에는 일어나야 출발할 수 있겠지...그렇게 한번 갔다오면 '설'이고, 설끝나면 9일날은 개학이고....
그 다음은 방학이 없는 것이로구나..
  설마 그럴일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1학년 담임이 주어지면 오리엔테이션에 반편성고사감독에 아이고 맙소사...
  진짜 그렇게 된다면, 모든 대외적은 활동을 마감해야할 듯 하다.. ㅠㅠ

  여튼, 보충은 끝났고, 끝났는데 여전히 방학은 온 것 같질 않고...
  방학이 없는 많은 샐러리맨들께는 이것마저도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억울한 마음이 가득하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22살 이맘때 쯤, 까까머리로 처음 훈련소에 입소해서 멍하니 각잡고 앉아 전방 15도를 바라보고 있는 심정이랄까... 아무것도 모르겠고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상황..
  좀처럼 내일이, 아니 한시간 앞이, 아니 10분 뒤가, 아니 바로 다음이 짐작되지 않는 먹먹함.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하루종일 이런 원망과 고민과 투정들을 하면서도,
  혹시나 내가 없을 때,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갔다가 온다고 말을 하고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루 종일 했다..
  말한다고 가지말라곤 안하겠지만, 말하고 나면 다녀온 다음에 바로 전화해서는 일하러 나오라고 할 것 같고,
  안하고가면 안하고 갔다고 무책임하다고 할 것 같고...
  그래도 결론은 안하고 가기다.. ㅎㅎㅎㅎㅎ

  일이 이렇게나 되다보니, 여행이 기대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귀찮고, 그냥 그 시간을 집에서 누워서 잠이나 잤으면 싶은 마음까지 들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지...

  여튼, 1월도 내일로서 쫑이고, 난 2월에나 컴백!
  내가 없는 동안에 추울건 다춥고, 2월달부터 봄이나 되었으면 좋겠다..

  (아... 나 없는 동안 보일러가 또 얼면 어쩌지.. 일주일 전에도 10만원이나 들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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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renow 2011/01/25 21: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쁘셨군요. 차이와결여님 글을 읽다보면 제 삶이 너무나 안일하고 게으르구나 반성하게 되요. ^^; 그나저나 홍콩, 공기가 너무 나빠요. 저는 내내 마스크 쓰고 다녔는데도 편도선 붓고 기침 때문에 고생했어요. 여행, 즐겁게 잘 다녀오세요~

    • 차이와결여 2011/01/26 19:24  address  modify / delete

      무슨 겸손의 말씀을요^^저야말로 하는 일없이 무의미하게 바쁜거죠. 비효율적인 생활이라고나할까요 ㅠㅠ공기가 별루군요. 저도 호흡기계통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라 살짝 걱정이 되긴 하는데 어찌 잘되겠죠 ^^ 아. 어찌됐든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면서 그간의 복잡했던 마음들 다 비워내고 욕심도 비워내고 깨끗해지고 상큼해져서 돌아올게요^^제겐 여행이란 항상 그런 의미였으니까요~~잘지내고 계셔야 해요 'herenow'님~~

  2. boramina 2011/01/27 18: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지금쯤 홍콩에 계시겠네요.
    공기가 어떻든 따뜻한 곳으로 가셨으니 부러울 따름이에요^^
    저는 여행을 갔다오면 마음이 더 복잡해지던데 말이죠.
    즐겁게 지내다 오시길...

    • 차이와결여 2011/02/06 13:52  address  modify / delete

      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학교에 출근하고 또 바로 설연휴라 정신 없이 보냈어요..
      어제서야 다녀왔던 집을 풀르고 겨우겨우 현실로 복귀하고 있는 중입니다.
      잘지내셨죠? 복된 새해되세요. ^^

  3. clovis 2011/02/03 12: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올 해는 많이 바빠질 것 같아서 자주 못 올 것 같습니다..
    아마 올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네요ㅎㅎ
    차이와 결여님도 성취하는 한 해 보내세요

    • 차이와결여 2011/02/06 13:54  address  modify / delete

      'clovis'님. 너무 늦게 댓글을 남김니다.
      'clovis'님도 저도 올해는 바쁜 해가 되는 것이겠군요. ^^

      저는 그래도 3월이나 되어야 본격적인 일들이 시작되겠지만 'clovis'님은 벌써 바쁘게 생활하고 계시겠죠?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할게요.

      행복하시고, 즐겁게 생활하시고 복도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꼭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어요.

      쉬는 틈틈히 생각나시면 들러주세요. 궁금할거니까요 ^^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