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같은 느낌에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왜 똑같은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어그러짐은 상대방의 탓도 아니고,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한 그 사람의 탓도 아니고, 상황이나 타이밍, 시기의 탓도 아니고, 내 탓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남을 마치고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처럼 허탈하고 허무하고 헛헛한 마음으로만 한 가득이었습니다.
  푹 가라앉은 마음을 달래기위해 음악을 틀고 차창을 조금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때 잠깐,
  오늘 만난 그 분이 담배연기에 민감해 얼굴에 뭐가 나고 가렵기도한 알러지 반응이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잠깐, '피지 말까' 생각하다가 또 헛웃음을 피식 웃고는 담배를 피웠습니다.

  바스락 담배불이 타들어가고 빨갛게 불이 빛나고 온갖 상념들이 머리를 어지럽혔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만남은 즐거웠습니다.
  상냥하고 귀엽고, 애교도 많고, 키도 크고, 말랐고, 미모도 어디다 내놔도 뒤질것도 없는 분이었습니다.
  말도 잘통한 것 같고, 식성도 잘 맞고, 가정환경도 좋은 것 같고, 어디 하나 구김없이 잘 커온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보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거니까 몇 번은 더 만나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말로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부족했습니다.
  '끌림', '매력' 정도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그것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제가 철이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한번 보고 그런 느낌이 생긴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에만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뒤늦게 모든 걸 깨닫고서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보다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일인지를 잘 알기에,
  혼자 연 마음을 가지고 닫힌 한 마음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애꿎은 희망고문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직까진 나 혼자의 힘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때, 상황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정하고나자 지난 내 사랑들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사랑'이라 부를수 있는 것인지, 불러도 되는 것인지조차 불명확해졌지만,
  나는 과연 어떤 상황에서 마음을 빼앗기고 또 마음을 열었던 것인지, 그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것은 먼저 휩쓸린 적도 있고, 또다른 것은 혼자 휩쓸린 적도 있었고, 나름 고민한 뒤에 시작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가 내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 속에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 '강한 끌림', 혹은 '운명'

  서른이 한참을 넘도록 저러한 말들을 붙들고 있는 제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말들이기도 합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 '사랑'이라면, 저는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저의 모든 것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지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합니다.

  어떻게 생겨먹은 인생이 이다지도 괴롭게 사는 것인지 안타까워졌습니다. 그래서, 오늘까지만 안타까워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고자 합니다.

  이젠, 나 혼자 결정한 이 일을 또 어떻게 전달해야하는 건지가 고민스럽습니다.
  정말이지, 다시는 안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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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1/02/21 01: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토닥토닥...

    아니라고 느끼신다면 아닌거죠 뭐...;;
    그냥 사람마다 자신의 신념대로 생겨먹은대로 사는게 인생이 아닌가 해요.

    편안한 밤이 되셨음 좋겠습니다.

    • 차이와결여 2011/02/21 12:02  address  modify / delete

      흑.. 위로 받았어요...

      괜한 자괴감에,, 오늘까지도 제가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불쌍한 차이와 결여... 오늘까지만...ㅠㅠ

  2. 비밀방문자 2011/02/21 19: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11/02/21 20:03  address  modify / delete

      어쩌나... 듣고 좋아하면 안되는 일인데, 왠지 그말씀에 저는 위로를 받게 되네요.. ^^;;
      나 혼자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뭐 그런 위안..^^;;

      정말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감당하기 벅찹니다. 빨리 없던 일처럼 잊어야죠.. ㅠㅠ

  3. 우연 2011/02/21 20: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니......이런......소개팅후에 이리 울적함 한가득이시라니... 흠흠흠 '소개팅을 통한 차이와결여님의 성장일기' 모드세요 ㅋㅋ

  4. 건설아줌마 ^^ 2011/02/22 14: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야 선이라도 본것입니까? 사람의 모든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것 같으나
    딱히 꼭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수가 없네요 ^^
    그저 순리라는 그 말로 물이 흘러가듯 흘러가는것이 사람의 삶이 아닌가 싶어요 ^^

    • 차이와결여 2011/02/22 16:05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아직까지는 소개팅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어요...

      그건 아는데요. 세상이 맘먹은대로만,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가끔은 남들이 다 하는 건데 왜 나만...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에요... 후후..

      반가워요.. '건설아줌마'' ㅎㅎ

  5. 카르페디엠 2011/02/22 20: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젊었을 때 쉬웠던 것이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