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쓸었다>
가을이 간다기에,
시린 손을 비비며 낙엽을 쓸었다.
투명한 햇살을 먹은
노랗고, 빨갛고, 엷은 그것들이
빗자루 끝에서 가을을 붙잡고
바동대었다.
보내는 마음이야 안타깝지만,
낙엽을 모두 쓸고,
눈도 쓸고, 꽃잎도 쓸고, 땀도 닦아야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만나기 위해선 보내야한다는
진부한 사실을 생각하며
쓸고 또 쓸었다.
그렇게,
고단했던 나의 기다림도
지지부진했던 가을을 지나 만날
차갑게 빛나는 결정(結晶)들을 위해
빨갛고, 노랗고, 반짝이던 열망을,
한 곳으로만 향하던 해바라기를,
내 것과 같다고 믿었던 너의 모두까지를
하나도 남김없이 보내는 것이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하며
낙엽을 쓸고 또 쓸었다.
2008.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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