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 2008년 11월 6일 20시 00분
Where : 야우리 14(천안)
(★★☆)


  원제가 "올빼미와 참새: Owl and thd Sparrow"<러블리 로즈>를 보고 왔습니다.
  아..
  정말이지 '러블리 로즈'라는 영화명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수입상들은 겨우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건지...
  제목을 바꾼다는 것은, 감독의 의도를 바꾼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성의 없는 영화제목은 영화에 대한 느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이라고 해봤자 채 몇 주 지나진 않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관심을 가졌던 영화가 개봉을 한 터라 기대를 조금 가지고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그리고, 역시 영화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조금 읽고 갔지요.
  가기 전에 제가 얻은 정보는, '꼬마 여자아이가 주인공', '베트남 영화' 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깜찍한 '투이' 인형놀이 중 <러블리 로즈> 스틸컷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러저러한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았던 영화더군요.
  'Los Angeles Film Festival', 'San Francisco Asian American Film Festival', 'Gotham Film Awards' 등등등...

  아무튼,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놓고, 영화관에 도착하니, 시간이 허망하게 많이 남아버려,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기다리다 드디어 입장.
  제가 입장을 좀 늦게 해서 5분 전에 했는데요.
  막상 상영관에 들어가보니, 제가 첫 관객이었습니다.

  '오호라.. 일등이구나..'

  기쁜 마음에 좌석에 앉았지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어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네...
  저 혼자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관 하나 전세내서요..ㅎㅎㅎ
  이럴 때, 여자친구라도 옆에 있었으면,

  "널 위해 준비했어..영화관 같은 홈 씨어터~" 

  실없는 농담이라도 던졌을 테지만, 혼자 좀 뻘쭘하더군요.
  그래도 친절한 기사아저씨는 시간에 딱 맞춰서 영화를 돌려주셨드랬습니다.


  줄거리는 대충 이러합니다.
  (스포일러 될만한 것이 있네요.^^)

이미지 출처 - 다음

'하이' 역의 레더 루 지금 '투이'에게 뗑깡부리고 있음.



  '투이(팜 티 한)'는 부모를 여의고 삼촌이 운영하는 돗자리 공장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촌은 무섭기만 하지요. 하루는 실수로 삼촌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게 되고, 견디다 못한 '투이'는 모아둔 얼마 안되는 돈을 가지고 '사이공'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조그만 꼬마아이가 혼자서 '사이공'이라는 8백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대도시에서 살아가기란 만만한 것이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로 '장미꽃'을 파는 일도 얻게 되고, 동물원 사육사 '하이'와 스튜디어스 '란'을 만나기 까지 합니다.
  셋은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죠.
  '하이'는 실연의 상처 때문에, '란'은 진실한 사랑을 찾지못해서, '투이'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부재하는 상황 때문에 외로움을 느낍니다.
  외로운 그들이 삭막하기만한 대도시에서 만나면서 펼쳐가는 일주일 간의 이야기가 바로 <러블리 로즈>의 큰 줄거리 입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란'의 직업은 스튜어디스 <러블리 로즈> 스틸컷


  그런데, 워낙에 아는 정보가 적었던 탓인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이라던가, 화면의 구성, 화려한 분위기의 시내장면 등은 헐리우드 영화의 그것과 같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배치 한 것 처럼, '사이공'의 여러 곳들을 보여주면서 마치 관광홍보 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드랬습니다.
  또,
  영화가 분명히 베트남의 모습을 담고 있기는 한데,
  약간은 방관자적이거나,  다소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는 컷들을 보면서,
  뭔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이유는 감독에게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영화의 감독인 '스테판 거져'는 미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었고, 어머니에게 배운 베트남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각본', '감독', '연출', '촬영' 까지 다재다능한 솜씨와 함께, 자신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베트남에 대한 애정을 마음 껏 표현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의 감독님 <러블리 로즈> 스틸컷



  그러나, 영화에서 나오는 베트남의 모습들은 매우 이질적이고도 사실적이어서,
  도시의 모습에는 자본주의의 물결이 많이 들어가서  '과거''현재', '전통''변화'가 모두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시골로 갈수록 낙후되고, 초라한 베트남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영화의 주요 내용은,
  '하이'와 '란'사이를 연결해주는 마음씨 고운 '투이'의 앙증맞은 일들이 핵심이지만,
  중간 중간 베트남의 사회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배움이 없는 아이들, 생활의 최선선에 있는 아이들, 삭막한 도시환경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건드리려고 하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내용이 되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베트남어이기 때문에 대사를 자유롭게 알아들을 수 없었던 탓으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영화의 대사들이 많이 잘리고, 해석이 되지않고, 뭔가 모자란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좀더 다듬어지고 유연해질 수 있는데 말이죠.

  암튼,
  영화의 데뷔작이면서도 깜짝한 연기력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거부할 수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 '팜 티 한'은 정말 대단한 것 같고,
  다른 중요한 두 인물 (하이 역의 레더루, 란 역의 켓 라리) 역시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영화 자체는 그냥저냥 볼만 했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반전이나, 사건이 존재하지 않아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최소한의 조명과 최소한의 스텝으로 촬영한 것 때문인지 내용은 다소 늘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유로
  처음부터 사용되는 '핸드헬드(삼각대나 지지대 없이 들고 촬영)' 촬영기법은 뒷모습을 따라간다거나, 극도의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전달해주기에는 적절하지만, 
  걸리적거리듯 느껴지는 부분도 상당수 있어서  다소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착하고 예쁜 사람들만 나오는 탓으로 필히 보아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기는 힘들고,
  그냥저냥한 정도의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덧붙임 : 1. 그러고 보니 상을 받은 영화제는 거의다 '미국'에서 받은 거네요..
                  이 영화는 '미국'과 '베트남'의 합작영화입니다. ^^
              2. 영화보는 내내, 쌀국수와 에그롤, 철판 볶음밥, 볶음 우동.. 이런 것들이 무지하게 먹고 싶었습니다. 흑...
              3. 원제 '올빼미와 참새'는 각각 '하이'와 '란'이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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