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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 공식 포스터



When : 2008년 11월 1일 18시 15분
Where : 메가박스 (영통)
(★★★★☆)


  원제는 <おくりびと>, 영어명은 <Good & Bye> 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제목도 그냥 <굿바이>라고 쓰지 않고 <굿'바이>라고 쓴 것이겠지요.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뭣보다 '히로스에 료코'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철도원>, <비밀>에서의 순수했던 연기를 기억하고 있고, 그간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배우는 <으라차차 스모부>에서 나왔던 '모토키 마사히로'라는 배우였고, 감독은 <비밀>의 감독 '다키타 요지로' 였습니다.
  더군다나 '2008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라고 했습니다.
  '몬트리올 영화제'라고 하면 저에게는 89년도 대상 수상작인 <몬트리올 예수>라는 잊을 수 없는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데요. 그 이유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영화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튼,
  이래 저래 기대가 많이 됐던 <굿'바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날은 전일제 계발활동을 하는 날이었지만, 학교에 나가서 도서관 정리를 했고, 점심 때에는 반 아이들과 '단합대회' 비슷한 회식을 하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간 후에, 머리를 자르고 영화를 보러 갔던 매우 할 일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나름 심신이 고단한 날이었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마음이 많이 치유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작은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오케스트라의 갑작스런 해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게 됩니다.  비록 어렸을 적부터 '첼리스트'의 꿈을 꿔오긴 했지만, 자신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진작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다이고'는 어렵사리 얻게 된 오케스트라 자리를 통해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노력해보자 생각하고 아내 몰래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며 '첼로'를 구입했었기 때문입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처럼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버린 '다이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는 그런 남편을 믿고 힘이되어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요.

  "그럼 우리 당신 고향으로 내려가자. 거기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집도 있잖아."
  "당신 시골에서 살 수 있겠어?"
  "응,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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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 샘나게 했던 둘 <굿'바이> 스틸컷



  아내의 응원 덕분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다이고'는 첼로를 팔아 빚을 갚고 고향마을로 내려가서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됩니다.
  이곳 저곳을 알아보던 중, '연령무관, 근무시간은 적고 수익은 높은' 여행 가이드 자리를 발견하고는 면접을 보러 가게 되는데, 면접이랄 것도 없이 바로 합격되어 버린 '다이고'의 일자리는 여행 가이드가 아닌 '전문 납관사'였습니다.
'납관사'란, 시체를 '염습(죽은 이의 몸을 정결히 닦고, 자세를 올바르게 한 후, 의복을 입히는 일)'하여 관에 안장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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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깊은 눈빛, 초보 납관사 다이고의 걱정스런 눈빛 <굿'바이> 스틸컷



  고수익 이라는 말에 덜컥 면접을 보고, 얼떨결에 일당을 받아버린 '다이고'는 어쩔 수없이 '사장'을 쫓아다니며 이러저러한 일들을 배우게 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뭐 그 다음 내용이야, 감동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예상대로의 결말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염습'이라는 것이 참으로 경건하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신성함이 느껴지는 행위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위하여서 온갖 정성을 다하는 '납관사'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또한,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정성을 다하여서 치장을 해놓은 죽은 이들의 모습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주변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지요.
  사실, 어느 포스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저는 죽음에 대한 감정이 좀 메말라있는 편이어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눈물을 흘릴 것 같지도 않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슬픔이 쏟구쳐 오를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평소 그렇게 생각을 해오면서,
  '진짜로 안 슬프면 큰일인데, 눈물이 안나오면 어쩌지..'라는 말도 안되는 고민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영화에서 '납관사'들의 정성어린 손길을 보고,
  그 손길 속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고, 이별해야 함을 깨닫게 되는 영화 속 죽은 이의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저도 저의 가족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만약 어머니가, 아버지가, 내 동생이, 내 아내가,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과의 이별이라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포스트를 올리기 위한 글이 아니라,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만큼, 이 영화는 납관사들의 '염습'을 자세하고 주의깊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망자와의 이별의 순간을 대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누군가와 이별을 한 사람들입니다.
  '다이고'는 아버지와 오래전에 이별했고, 어머니와는 오래전에 사별했습니다.
  '사장'은 아내와 9년 전에 사별했고,
  같이 일하는 여직원 역시 아들과 오래전에 이별했습니다.
  중간에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목욕탕집 주인 아주머니'도 남편과 사별했지요.

  이 영화에 그만큼이나 많은 이별이 등장한다는 것은 ,
  우리 주위에는 이별과 사별이 너무도 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도 이별이 흔하지만, 우리들은 흔히 만남이 주는 화려함 때문에, 이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것은 '관계의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듯, 누군가와의 이별도 중요하겠지요.
  물론, 이별을 하게되면 그 누군가와 나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고, 미래를 공유할 일도 없으므로, 뒤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예의, 함께 지나온 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는 것, 그것 때문에 이별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이별부터 또다른 만남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 건지요.
  오늘의 아픈 이별이 내일의 기쁜 만남으로 가는 문이 아닐 런지요.

  여튼,
  영화 속에서 나오는 '염습'은 죽은 이에 대한 배려임과 동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은 이와 함께 보내온 시간들을 생각해보고 마지막 한 마디를 준비하게 해주는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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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에 대한 최고의 배려 염습 <굿'바이> 스틸컷



  다분히 동양적인 정서에 기대고 있는 이 영화는 일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가볍게 다루어 넘어가지 않고 매우 깊이 있게 그리고 신중한 태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상황 때문에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순간들은 때론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도 합니다.
  또한 줄거리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다이고'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감동적이고,
  특히,
  '다이고'가 '염습'을 한 뒤에 상주들이 보이는 변화된 모습에서 많은 관객들의 흐느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부분부분 눈물을 흘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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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나는 히로스에 료코 <굿'바이> 스틸컷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기에 임해준 '모토키 마사히로'는 실제 '납관사'에게 '염습'의 절차를 전수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만 정말 신중하게 연기해주어서 믿음이 갔습니다.
  또한 '히로스에 료코'는 많이 나이 든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웃으면서 눈물짓은 그 연기만은 변함이 없더군요. 예뻤습니다.
  '사장'역으로 나왔던 아저씨도 많이 뵌 분인데, 단호하면서도 깊이 있는 눈빛이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첼로 연주가인 덕에 첼로 연주도 많이 나오고 마치 음악영화인 듯 느껴지기도 하는데, 참으로 멋있는 이 음악은 또 '히사이시 조'가 맡았습니다. '히사이시 조'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음악으로 유명한 분이시지요. 그만큼 음악도 좋습니다.

  암튼,
  영화를 보고 나오면,
  나도 나중에 죽게되면, 저런 '염습'을 받을 수 있게된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크게 와 닿는 영화 <굿' 바이>.

<Good & By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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