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 2008년 10월 31일 19시 40분
Where : 야우리14(천안)
(★★★)

  포스트를 올리는 이 순간에도 리뷰를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왜냐면,
  영화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를 올리는 것이 몇 몇 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지만,
  나름 애정을 가지게 되었던 영화였기에, 용기를 내어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이 영화 <컨트롤>은 영국의 모던팝의 개척자였던, 혹은 펑크(Punk) 의 선구자였던 'Joy Division'이라는 그룹의 보컬이자 리더였던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입니다.
  저는 평소 음악영화를 무지 좋아라하고,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락음악에 빠져서 한참이나 즐겨들었던터라,
  락음악이 묻어나는 콘서트와 같은 영화를 생각하고 영화관에 앉았지만,

  '브릿락' 쪽에는 문외한이었던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이런 것 밖에 못들어봤어요..ㅡ.ㅜ) 저의 예상과는 한참 다른 방향으로 영화는 전개되어 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Joy Division'이라는 그룹에 대해 좀 알고 가는 건데.. 하고 후회할 찰나, 영화는 한참이나 '이언 커티스'의 내면 묘사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언(샘 라일리)'은 19세 때 친구의 여자친구로 만나게 된 '데비(사만다 모튼)'와 불같은 사랑 속에 이른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이언'은 한참이나 '데이빗 보위', '이기팝'등의 글램락에 빠져있었던 때였고, '워즈워드'의 시를 즐겨 읽으면서 다수의 소설과 시들을 창작하고 있던 생각이 많던 소년이었습니다. '데비' 역시 그런 면에 빠져들게 된 것이고요. '이언'은 '데비'에게 이렇게 청혼을 합니다.

  "우리 결혼하자."
  "지금 청혼하는 거야?"
  "넌 내꺼야."
  "......"
  "어쩔수 없어, 너도 알잖아."


 그렇게 '데비'와 결혼한 '이언'은 낮에는 집근처의 직업소개소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친구들과 모여 밴드를 하는데, '섹스 피스톨즈'의 콘서트를 본 후에 밴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소 음울한 듯한 사운드와 '이언'의 시적인 가사들이 결합을 하게 되자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하여서 이들은 점차 유명해지게 되고, '비틀즈', '버즈콕스'와 같은 그룹들이 데뷔를 가졌던 '토니 윌슨'쇼에서 TV 데뷔무대를 갖게 되는데 이 방송 이후 그들은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점차 공연도 많아지게 됩니다.
  자연히, 아내 '데비'와는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 때쯤 '이언'은 자신에게 '간질'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른 나이에 결혼, 아내와 아이, 간질, 밴드에 대한 기대,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오는데, 그렇게 공연을 다니다가 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아닉 오노레(알렉산드라 마리아 나나)'라는 이름의 벨기에 출신의 이 여성은 처음부터 '이언'의 마음을 사로잡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맙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언'은 '데비'를 생각하고 괴로워하지요.

이미지 출처 - 다음

이 사람이 바로 '아닉 오노레' 눈이 아주 커서 이상한 느낌 <컨트롤> - 스틸컷


  새로운 삶의 돌파구가 될 줄 알았던 '아닉'과의 만남도 그를 더욱 억누르는 짐이 되고, 밴드는 점점 유명해져서 미국투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 다가오자 '이언'은 더이상 자신의 삶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줄거리가 꽤나 긴 것을 보니 역시 할말이 정리가 안된 듯 합니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처음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에는 저까지 모두 9명이 관람을 시작했으나, 나올 때에는 5명이 남았을 정도로, 영화는 매우 무미건조하게 진행 됩니다.
  더군다나 화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삽입되어있는 노래들도 그다지 요즘의 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는 노래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적인 가사가 좋기는 했습니다만..)
  또한 이미 스토리의 끝은 대부분 다 알고 갑니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금방 답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어떠한 대단한 사건이나, 반전이나,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들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제가 이 영화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촬영의 공'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마치 흑백 인물사진, 혹은 풍경사진을 한 장 한 장 붙여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매 장면들이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까를 연구한 영화처럼
  매 장면 장면들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감독인 '안톤 고르빈'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분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쥬얼적인 부분이 매우 강조되어 있고,
  포스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 '이언'의 모습도 말그대로 '간지좔좔' 입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이거 보세요! 완전 엽서 사진이죠?? <컨트롤> 스틸컷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 혹은, 촬영감독이 매우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아마도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이 아닐까 하는데,

  너무나 순수해서 나약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모습을 봐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예인들 중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그들이지만, 평생을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리다가 자살의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요.
  가까이에는 '최진실', '안재환'도 있겠구요. '이은주', '유니', '정다빈'... 우리나라 연예인만 해도 이렇게 많습니다.
  외국 쪽으로 가보면 '커트 코베인', '히스 레저', '장국영' 등.. 이루 셀 수가 없습니다.

  물론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감독이 이 영화에서 찾은 '이언'의 자살 이유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부담감 때문입니다.

  언제나 최고의 공연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주위에선 더 나은 것을 바라고,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데비'와 헤어질 수도 없고, 그를 사랑하고,
  '아닉'을 사랑하고 그녀와 헤어질 수도 없는

  이래저래 아무것도 '컨트롤'할 수 없게 돼버린 자신의 삶이 그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식으로 감독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요.

  제가 가장 가슴아프게 본 '이언'의 순수하고도 나약한 모습은,

  '아닉'을 처음 만나고 온 날 '이언'이 '데비'와 관계를 가지려다 울어버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갑자기 울어버리는 '이언'을 달래기 위해 '데비'가 손을 뻗치만,
  경련하듯 몇 차례나 그 손을 밀쳐버리고 우는 '이언',  그 마음,
  미안함과 죄책감과 후회가 온통 섞여버려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마음, 하지만 어쩌지못하고 똑같을 수밖에 없음을 아는, 그래서 절망 할 수밖에 없는 '이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울지 말아요 '이언' <컨트롤> - 스틸컷

  영화를 보면서,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거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기 위해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은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서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그 순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예술가의 삶이라는 것도 하나도 부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간이라,
  남들이 누리는 것은 다 누리면서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만큼 용감하지도 않으니까요..

  아무튼,
  영화의 시작부터, '데이빗 보위'의 노래가 깔리고, 중간 중간, '이기팝'과 '섹스 피스톨즈' 그리고 'Joy Division'의 음악들이 자막과 함께 흘러나오니까,
  이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고,
  'Joy Division'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들 음악의 철학과 삶의 깊이를 느끼면서 그들 노래를 더 좋아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도 저도 별로이신 분들이 보기엔 좀 버거운 영화.
  그래서 별점이 저렇습니다.
  아마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컨트롤> -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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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컨트롤 _ 흔들리는 청춘. 그리고 이언 커티스.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8/11/05 11:12  delete

    컨트롤 (Control, 2007) 흔들리는 청춘. 그리고 이언 커티스. 안톤 코르빈의 첫 장편 데뷔작인 <컨트롤>은 밴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보컬로, 23세에 짧은 인생을 살다간 이언 커티스(Ian Curtis)에 관한 영화입니다. 롤링 스톤스, U2, 메탈리카 등 밴드들의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연출해 오던 안톤 코르빈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자신이 실제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던('Atmosphere')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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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8/11/01 19: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서 영어자막도 없이 봤던 영어로 봤던 영화라 다 이해하진 못했었지만.

    글쎄요...^^;

    1월에 봤던지라 생각은 잘 안나지만.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를 생각하게 되었던거 같네요. 아닌가...;;;

    우리는 얼마나 사랑을 알고 삶을 알아서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감상 잘읽고가요!!^^

    • 차이와결여 2008/11/01 22:30  address  modify / delete

      '실버제로'님의 말씀도 일견 타당하지요.
      '이언'이라는 인물은,
      가정에서도, 한 사람의 남편으로써도, 밴드의 리더로써도,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써도
      끊임없이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매기지 못하고 결국 뒤죽박죽 컨트롤 할 수 없는 삶에 절망하고 마는 거니까요. ^^

      아.. 저에겐 중요한 게 뭘까요??
      저도 요새 자꾸 헤깔리고 있습니다. ^^

  2. 카르페 디엠 2008/11/01 23: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현대백화점 지나는데 쇼윈도우에 버버리 광고가 커다랗게 들어가있더라구요
    저놈 왠지 낯이 익다...디카프리오?
    히히 왠걸 이 영화 주연배우더군요!
    스포일러 피하느라 혼비백산했네요^^
    월요일에 보러가거든요~

    • 차이와결여 2008/11/02 00:06  address  modify / delete

      아~~ 맞다 맞다.
      '카르페 디엠'님이 음악 많이 좋아하셨던 걸 깜박했네요.. 흑흑..

      제가, 저 방면에 지식이 좀 모자란지라 스스로 정리를 하다보니 그만 주저리주저리 떠벌려버리고 말았드랬습니다.

      요리조리 피해서 읽으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월요일에 보고 오셔서 간단하게 도움이 될만한 말씀해주세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

  3. 카르페 디엠 2008/11/04 11: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 너무 좋았어요!!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예요!!
    전 영화에 대한 평이 좋다 멋지다 인상깊다 먹먹하다 등등...형용사 하나면 땡이에요^^
    형용사 하나로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은 전에도 말했었죠?ㅋㅋ
    결이님 표현대로 저도 세속적이고 순수하지 못한 예술가 기질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서인지
    왜이리 삶이 컨트롤이 잘되고 가볍답니까..ㅎㅎ
    춤을춰 춤을춰 라디오에 맞춰 춤을춰~~
    전 이만 라디오에 맞춰 춤추러 갑니다~~

    • 차이와결여 2008/11/04 17:51  address  modify / delete

      그러실 줄 알았드랬죠!! ^^

      '카르페 디엠'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설마 이정도로 좋아하실 줄은 예상 못했네요. ^^

      항상 열정적이고 멋있게 사시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ㅎ
      간혹 삶이 심심해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일테지요..
      아.. 저도 춤을 잘 추었으면 좋겠네요..ㅋㅋ

  4. 아쉬타카 2008/11/05 11: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음악을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흑백의 영상과 이언 커티스의
    삶을 풀어내는 건조한 방식도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 차이와결여 2008/11/05 21:41  address  modify / delete

      '아쉬타카'님도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으시니까요, 당연히 좋아하시리라 예상했었어요 ^^

      저도, 좋았어요. 저 또한 이시기 음악에 담긴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무지 좋아하거든요.

      저도 이때로 가서 살 수 있다면... 하고 허황된 꿈을 꾸곤 한답니다.

      하지만, 제가 몇 몇 유명한 음악가들만 편식해서 좋아하는 고로 '조이 디비전'에 대한 기본 지식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본 탓에, 잘못 이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일반적인 관객들을 생각하며 별점을 매긴 결과에요.

      개인적으로는 별 네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방문감사드려요~~^^

  5. S.P.M 2009/04/04 15: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작부분에 펑크(funk)가 아닌 펑크(punk)입니다.
    음도 같은 알파벳 하나 차이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이지요.

    • 차이와결여 2009/04/05 22:54  address  modify / delete

      너무 감사드려요. ^^
      제가 이렇다니까요.. 엄벙덤벙...

      'S.P.M'님 덕분에 이제서라도 바로 잡게 되어서 천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