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의 생명>


슬픔이여 잘가.
슬픔이여 안녕.
천장 줄 속에서도 너는 새겨져 있다.
내 사랑하는 눈 속에도 너는 새겨져 있다.
너는 비참함과는 어딘가 다르다.
왜냐하면
가장 가난한 입술조차
미소 속에
너를 나타낸다.
슬픔이여 안녕.
욕정을 부채질하는 육체들의 사랑
사랑의 힘.
몸뚱이가 없는 괴물마냥
유혹이 솟아난다.
희망에 배신된 얼굴
슬픔, 너 아름다운 얼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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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아 사강의 책 <슬픔이여, 안녕>에 실려 있는 폴 엘뤼아르의 시.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서 라도

솔직한 욕망의 모습을 드러내는

'욕정을 부채질하는 육체들의 사랑
사랑의 힘.
몸뚱이가 없는 괴물마냥
유혹이 솟아난다.'


라는 원색적인 구절과

"슬픔이여 잘가
 슬픔이여 안녕"


이라고 청명한 소리로 또랑또랑하고 말하고 뒤돌아 걸어가는
아직 채 유년기의 모습을 벗지 못한,
당찬 아가씨의 뒷모습이 느껴져서 좋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옆 모습, 뒷모습이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윽히 바라볼 누군가가 없어서 왜 좋은 건지 이유를 생각해볼 순 없었다, 하지만

먼 기억 속에,
사랑했던 그녀가 긴 스커트의 자락을 팔랑팔랑 날리면서 걸어 가는 뒷모습과 그 이미지를 아직도 기억하는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분명이 그의 걸음걸이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런 느낌의 시다.

"슬픔이여 안녕~"

어제 서가 정리 중 발견한 '사강'의 책을 떠들러보다 꽂힌 시.




폴 엘뤼아르 (Paul Eluard)

출   생 : 1895년 12월 14일
사   망 : 1952년 11월 18일
출신지 : 프랑스
직   업 : 시인
경   력 :
            1942년 공산당 가입
            1940년~1944년 작가 국민위원회 북부책임자
대표작 :
            이곳에 살기 위하여, 사랑이란 의미를 알기에 멀리서만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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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forest 2008/11/13 23: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당장의 생

    잘가 슬픔이여
    반가워 슬픔
    천장틈에도 넌 새겨져있다
    내가 사랑하는 눈에도 넌 새겨져있다
    넌 비참함이라곤 할수없다.
    가장 가난한 입술조차 미소로 너를 고발하기에.
    반가워 슬픔
    사랑스런 육체들의 사랑
    사랑의 힘
    그 힘의 온화함이
    형체없는 괴물처럼 불쑥 나타난다.
    희망에 배신된 표정
    슬픔, 아름다운 얼굴



    Adieu tristesse
    Bonjour tristesse
    Tu es inscrite dans les lignes du plafond
    Tu es inscrite dans les yeux que j'aime
    Tu n'es pas tout à fait la misère
    Car les lèvres les plus pauvres te dénoncent
    Par un sourire
    Bonjour tristesse
    Amour des corps aimables
    Puissance de l'amour
    Dont l'amabilité surgit
    Comme un monstre sans corps
    Tête désappointée
    Tristesse beau visage.

    역시 번역은 창작인가봐요

    "슬픔이여 잘가
    슬픔이여 안녕"
    이라고 청명한 소리로 또랑또랑하고 말하고 뒤돌아 걸어가는
    아직 채 유년기의 모습을 벗지 못한,
    당찬 아가씨의 뒷모습이 느껴져서 좋다.

    ..여기서 '안녕'은 헤어질때의 인사가 아니라..만날때의 '안녕'인데..
    bonjour tristesse죠 불어로는
    그래서 이 유년기의 아가씨는 슬픔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정말 당찬 아가씨라는 느낌을 전 받았는데..
    '안녕'이라는 한국어로의 번역으론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거 같아..
    제가 감히-.-; 번역(이라기 보단 직역이겠죠)...을 해봤어요.
    물론 제가 한 직역이 문학적이진 않지만, 슬픔이여 안녕이 슬픔을 떠나보내는게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라는 걸
    느끼셨음 해서요^^

    감수성이 제로에 가까운 전..사실 '직접의 생명'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는..

    • 차이와결여 2008/11/14 08:51  address  modify / delete

      오... 감사해요..
      멋지십니다. 'rainforest'님..

      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원문으로 보고 제대로된 의미를 알게되니까 훨씬 새롭군요..

      제가 받아 들였던, '작별인사'와 'rainforest'님께서 말씀해주신 '만남의 인사'...
      화자의 태도가 당차고, 사랑스럽다는 측면에서는 일치하지만,
      속 뜻은 전혀다르네요.

      '만남의 인사' 쪽의 의미가 훨씬 강하게 와닿고 좋은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태껏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깨우쳐주셔서요..
      이렇게 참뜻을 알고 나니,

      '프랑소와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