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메인 포스터
* 2011년 1월 1일 토요일 11시
* 하이퍼텍 나다(대학로)
(★★★★★)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엔 mp3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고, CD가 최첨단의 음악 매체였던 때였습니다.
또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눈물 나는 사연이 많아서 이야기가 길어질테니까 각설하고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녀석이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메탈 마니아'였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왠지 록음악에 크게 매료가 되어 있었어요. 어디서 영향을 받은 건지는 몰라도, 그냥 막연하게 음악은 록음악이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음악에는 록음악, 밴드 음악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버린 뒤였죠. 당시만 해도, 발라드가 대세였고, 막 '서태지'가 등장했을 무렵이었으니까요..
근데, 그 친구녀석이 어느날 제 귀에 꽂아준 음악을 듣고는 전율을 했었습니다. 당시 '스피드 메탈'(기타속주, 드럼 속주가 난무하는 굉장히 시끄러운 음악)의 최고봉이었던 'helloween'이라는 밴드의 'How many tears'라는 노래였는데요. 도저히 사람이 연주하는 속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드럼과 기타의 연주 속도가 빨랐습니다. 거기에 더해지는 고음의 미성...
여튼, 그 친구로부터 '메탈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었지요. 그 친구는 집에 많은 음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녀석이 이미 중학교 때부터 하나 둘씩 사모으기 시작해서 100장이 넘는 LP음반을 소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용돈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라서 그럴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그 친구한테 자극을 받아서 슬슬 음반을 수집하는 취미를 붙였는데, 그만 그 뒤로 음반 시장이 CD를 발매하고 더이상 LP음반을 발매하지 않는 추세가 되어버려서, 그리고 텐테이블도 더이상 나오지가 않아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모았던 LP음반이 20여장 되는데요.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싸들고 다니고는 있어요. 턴테이블이 없어서 들을 수도 없는데 말이죠..ㅠㅠ
미국 한복판에서 '양키고홈'을 외치는 군요. '저항'의 정신
여튼, 그 때 알게 되었던 '락'음악의 정신은 '자유'와 '저항'이었습니다. 그런 뜻을 알고 나니까 '락'음악이 아닌 것들은 모두 유치해보였어요. 발라드나 댄스는 듣지도 않았었죠.
대학교에 가게되면 꼭 락밴드에 들어가리라, 머리를 길게 기르고 가죽바지와 점퍼를 입고 드럼이나 기타를 연주하리라 맘을 먹었었는데요. 어찌 된 건지 '국어'와 '락'음악은 도대체 매치가 되지 않았던 탓으로...(그리고 당시까지 '미제타도' 의 분위기가 남아 있던 과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ㅠㅠ)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요새 아이들은 '힙합'을 좋아하지요.
가끔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힙합의 정신은 뭐니?"
제대로 대답하는 아이들이 드물어요. 음악을 듣더라도, 마치 온 세상의 음악이 그것 아니면 없는 것처럼 열심히 듣는다면 그 음악이 왜 좋은지 정도는 생각하면서 들었으면 하는데, 그것도 저의 욕심인가 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2011년 새해 벽두부터 서울까지 상경하여 본 올해의 첫 영화는 바로 <헤드윅>
이미 몇 번 본 영화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군 아버지와 동독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셀'은 아파트가 좁다는 이유로 오븐 속에다가 머리를 넣고 미군 라디오 방송의 락음악을 듣는게 취미인 아이였습니다. 일찌기 아버지에게 성추행도 당하고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그는 베를린 장벽 아래에서 벌거벗은 채로 일광욕을 즐기다가 동성애자인 미군 병사에게 유혹을 당하게 되고, 그 남자와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만 실수로 풍만한 가슴을 얻지도 못한 채, 6인치의 그것이 5인치만 잘리고 1인치만 남은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미국으로 왔지만 결국은 버림받게 되고 트레이너에서 생활하던 그는 'Angry inch'라는 밴드를 구성하여 락음악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성전환이나 동성애 코드가 거북하신 분들에게는 첫인상이 결코 좋은 영화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런 이유로 아예 처음부터 외면을 당할 수도 있는 영화겠지요. 하지만, '한셀'의 삶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시고 그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노래를 들으신다면 그렇게 거북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어색해보였던 '한셀'의 과장된 머리와 여장이 뒤로 가면 갈 수록 예뻐지고 아름다워진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게다가 성전환이나 동성애가 핵심코드라고 볼 수도 없으니까..
영화는 굉장히 많은 상징과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그 상징과 은유는 권력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의 의미가 될 수도 있는데요. 완전한 사랑은 평등이라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항상 수평저울의 기울기가 어느 쪽이냐 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고는 하니까 사랑 역시 큰 권력 관계 안에 있다고 본다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한셀'은 소수자 혹은 약자를 대변하는 상징이라고 봐야하는 거겠죠.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구원받기가 얼마나 힘이든지, 왜 그런 아픔을 노래를 통해서 풀어낼 수밖에 없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면 아마도 영화에 나오는 노래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으실 겁니다. 게다가 다 좋은 음악들이에요. 저는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노래들 중에 'Origin of love'가 너무나 좋습니다. 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왜 사랑이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는지를 너무나 정확하게 집어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 들을 때는 마음이 울컥하더군요.. 그리고 영화에서 노래가 나올 때 보여지는 애니메이션도 너무나 맘에 들어요..
서두에서 락음악의 정신이 '자유'와 '저항'에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것에다가 '사랑'이라는 메시지까지 결합하여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똑같은 뮤지컬 형태의 영화가 있었는데 <물랑루즈>입니다. 그 영화도 굉장히 아름답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요. 저는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했고, 아직 볼 생각도 없는데요. <헤드윅>이라면 언제든지라도 오케이 입니다.
언젠가, 뮤지컬도 한 번쯤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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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골드마인과 헷갈리다니..어이없어요..-_-;
락음악 좋아하시는지 몰랐네요. 전 월요일에 보러갑니당~~~~~
뭐 그럴수도있죠 그런것 가지고 자책하세요 ㅋㅋㅋ락을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훌륭한 영화이니까 아주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전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뮤지컬 보면 실망할까 두려워하는 사람 중에 한 명 이니까요^^ 즐거운 관람 되시길...
조승우가 지킬,하이드를 버리고 다시 헤드윅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의 가녀린 조승우 팬입니다.
이 나이에 방 벽에 붙여놓은 사진이 조승우 사진이랍니다 히히.
조승우 헤드윅을 못 본 것이 너무 가심이 아파요~~
영화에서 헤드윅으로 분한 무슨무슨 미첼이라는 감독이 만든 영화에
'숏버스'라는 영화가 있는데, 순수하신(큭큭) 결이님은 영화는 보지마시고
ost는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지킬, 하이드'는 보셨어요?
저는 둘다 안봤는데요. 이번에 제대후 복귀작으로도 '지킬, 하이드'를 선택했더라구요. 조만간 '헤드윅'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ㅋㅋㅋ 정말 방에 '조승우'가 붙어 있단 말씀이에요? 우우...
'숏버스' 이름은 들어봤던 것 같은데, 볼까봐요.. 순수하지 않은 '차이와 결여'로 바뀌어서 말이죠.. ㅋㅋ
노랜 꼭 들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