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맞아 <Try to remember>를 흥얼거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도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10여일을 살다가 31일이 되어서는 <잊혀진 계절>('차이와결여'는 취향이 노땅입니다.)을 한번 들어주고 나면 곧 11월이 되겠네요.
  11월은 개교기념일이 있는 달이고, 또 수능 시험이 있는 달이고, 그렇게 또 한바탕 시끌벅적 지내고 나면 가을도 끝나갈 것입니다.
  이제는 저의 가을타기도 거의 저물어 갈 때가 되었군요. 아마 이번주, 다음주가 최고점을 찍게되는 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다지 바쁜 것도 없었는데, 계획적인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단풍놀이도 한 번 가지 못한 가을이 되었군요. 하지만 이상 기후 탓인지 뭔지 산과 나무들의 풍경은 그닥 가을 같지 않은데, 하늘 만큼은 요 몇 년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가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늘만 바라봐도 가슴이 아련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했으니까요... 오늘도 하늘이 참 예뻤던 날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밤 하늘에 달까지 정말 예쁘네요.
  아직 늦지 않으셨다면 창을 열고 바라보세요. 어찌나 밝고 동그랗고 맑은 달인지 눈이 다 시릴 지경입니다. 기후가 많이 바뀌어서 요즘엔 4계절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란 말도 무색하게 봄, 가을이 없는 우리나라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가을이라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다음 주말엔 영주 '부석사'에 다녀올 예정인데, 부디 날씨가 도와주기를 벌써부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주 뒤 11월 둘째 주엔 '광릉 수목원'에 다녀올 계획도 잡아 두었어요. '국립 광릉 수목원'은 화~토까지 개방을 하는데 그것도 한 달 전부터 예약을 받아서 하루 5,000명만 입장을 시키더라구요. 한번 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평일날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았고, 주말에는 이러저런 일들로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을 했습니다.
  날짜를 고르고, 핸드폰 번호를 넣고, 주민번호도 넣고, 결재 클릭!
  순조롭게 예약을 마치고 예약 확인 페이지가 떴는데, 이런 화면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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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기억에는 놀라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그런 것이네요. 언젠가도 누군가와 함께 갈려고 예약을 했다가 사정상 취소를 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군요...
  2008년이면 누구 였더라... 왜 하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일까... 왜 취소를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젠 하나도 기억나지는 않았어요. 기억을 더듬어가면 또 뭔가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네요..다만 조금 놀라고, 조금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참 여기 저기 연애의 기억이 없는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

  뭐.. 그렇다고 씁쓸하거나 우울하진 않습니다. 그당시엔 제가 열심히 연애를 했었다는 증거이니까요..

  씁쓸한 건 이런 것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이 되면 고민이 많았더랬습니다.
  제가 가진 옷들이 적다고는 할 수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철마다 때마다 옷을 구입하는 편은 아니고 남자들의 패션, 특히나 바지같은 것들은 크게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입을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체중 변화가 그리 심한 편이 아니라 몇 년을 입어도 그냥 입을만 했었습니다. 살이 갑자기 찌는 것도 아니고 또 빠지는 것도 아니고요.. 연애를 끝내고 나면 잠시 살이 빠지는 기간이 있긴 했는데, 그렇다고 기본적인 피하지방이 싹 빠져나가는 건 아니니까 칫수의 차이는 거의 없었드랬죠.
  그런데, 지난 번 연애 때는 몰라보게 체중이 늘었었어요. 이유인 즉슨 매번 저녁 늦게나 밤에 만나서 '튀김', '떡볶이' 기타 등등의 분식들을 먹어치웠거든요. 그러다보니 평생 안 찔 줄 알았던 제 몸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습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귀찮아서 방치했더니 금방 허리가 늘어서 가지고 있던 바지들의 칫수가 부담스럽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래서 한 두벌 사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멀쩡한 바지들을 버릴 수도 없고 해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올해는 모든 바지들이 다시 잘 맞게 되었습니다. 허리의 살들이 사라진 것이지요. 얼마 전에도 어머니께서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때나 지금이나 평상시 먹는 양은 변화가 없고, 게다가 연애를 끝내고 난 뒤에는 위염에 십이지장궤양에 식도염에 헬리코박터까지 키워서 병원을 다니느라 거의 먹지도 못하고 먹어도 체해서 소화가 안되고 그러던 시절이었는데도 허리살 만큼은 빠지지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허리가 잘 맞게 되었네요.
  저는 엉뚱한데가 있어서 이런 사소한 변화에 의미부여 하기를 즐겨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번 소화기계의 질병들은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을 잊기 위한 과정으로 정신적인 부분을 대신하여 육체가 고통을 겪은 것이라 여겼고요..(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도 괴로우니까 그렇게 생각하기...) 오늘의 이 뱃살이 빠진 것은 비로소 그 때의 사랑으로부터 백 퍼센트 완벽하게 벗어났다고 생각하고만 싶어요... 그리고 새로운 연애를 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 정도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왜 동물들도 짝짓기 시즌이 되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만들고 만반의 준비를 하듯 말이죠...(그렇다고 제가 짝짓기가 혈안이 된 발정난 동물이라는 말은 아닙니다..ㅠㅠ)

  여튼,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참... 나라는 인간도 고지식하고 무식하고 참 초지일관 고집불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이젠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지난 사랑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그때의 기억들은 이제는 더이상 접착력을 잃어버린 '포스트잍'처럼 기억의 한 페이지에 잊혀진 책갈피처럼 갈무리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불쌍하다고나 할까요..
 
  정말,
  이젠 다시 그 '맹목의 시절'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요?
  바라지않고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생각하는 그 삶으로?
  배신당할까 걱정하기보단 믿음으로 믿음을 대신하는 것으로 위안 삼는 그 삶으로?
  때로는 구속과 어찌하지 못하는 억울함과 끝도 없는 좌절과 실망의 감정들이 함께하는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생을 다해도 얻지 못할 반짝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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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2 23: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11월 둘째주, 은혜로운 연휴가 다가오고 있네요.
    저는 이번기회에 담양을 가볼까...하며 슬그머니 가방을 싸고 있답니다.^^;;
    여행이 끝날때쯤 가을과는 안녕이네요. 겨울이 성큼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남은 가을 열심히 즐겼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새벽, 아침, 낮, 저녁, 밤까지.. 모든 시간대의 풍경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시간에 따라 바뀌는 풍경이며 색깔이며..눈을 뗄수가 없네요. ㅋㅋ

    하늘도 파랗고.. 보름달도 너무 예쁘죠? 어쩜 내얼굴라인과 그렇게 닮았는지...ㅋㅋㅋㅋㅋ

    • 차이와결여 2010/10/22 23:31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
      '멍지'님 무슨 그런 말씀을..
      진짜 오늘은 아침부터 이 밤까지 모두가 좋았어요..
      하늘도 달도...이런 날 야자감독을 하고 있어야 하다니.. 유유..

      담양 좋죠.. 늦가을에 가도 그만한 정취가 날까 싶기도 하고, 가을에 찾는 소쇄원은 또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죽녹원' 앞의 '관방제림'과 국수집을 추천합니다.

      그 바로 앞의 '죽통밥'집은 정말 별로에요 ^^

      재작년 여행 갔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아.. 아련한 추억들...

  2. 카르페디엠 2010/10/23 12: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2008년이면 겨우 2년전인데, 무슨 쥐라기 공룡시대 얘기하시듯^^

    • 차이와결여 2010/10/25 09:29  address  modify / delete

      헤헤... 제가 좀 엄살이 심했죠???

      항상 따끔한 지적을 해주시는 '카르페디엠'님...

      그래도, 그 2년 간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느낄 정도로요...

      물론 근본적인 면은 별다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

  3. clovis 2010/10/23 14: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광릉 수목원 참 좋죠.. 가을이라 단풍이 잘 들었겠군요...^^
    영화는 잘 보고계신가요??

    • 차이와결여 2010/10/25 09:30  address  modify / delete

      영화 너무 잘봤어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후후..

      아.. 광릉도 빨리 가고 싶고, 부석사도 빨리 가고 싶고요...

      가을의 끝자락을 불태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