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주변의 평판에 대하여 신경을 쓰면서 살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작게는 '조직' 크게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저도 무심하게 던지는 한 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나의 어떤 부분이 그런 모습으로 새겨지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에겐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한 예로 평생을 함께 한 부부들도 상대방에 대해서 계속 알아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고,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이나 그 반대의 경우라 해도 항상 예상치 못했던 행동이나 상황을 만나 혼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흔히 우리들은 한 사람의 일상 중 일부분만을 보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마치, 주사위의 숫자 "1"만 보고 주사위에는 "1"이라는 숫자만 써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지요.

  여튼, 그런 평판을 듣고 크게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대로 끌어모아서 오해되었다고 확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만 제거 할 수 있다면 그나마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나의 모습을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에게 좋은 말은 굳이 해주지 않아도 될 것만 같고, 뭔가 트집잡는 말은 돌려서 말하더라도 꼭 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인지, 저의 경우에만 돌아보아도 남들에게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거의 해준 적이 없고, "이런 점은 아니지 않아?"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한 것 같기 때문이죠...
  왠지, 제 무덤을 제가 파는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여튼, 요즘 들어 저에게 내려지고 있는 몇 가지 평판들과 과거에 내려졌던 몇 가지의 평판들을 모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재밌겠죠? 재밌을라나?


  1.  안성의 '김' 여사님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녀석."

      -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인류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에...

  2. 친구 '김'군
     "아니 천하의 OOO이 뭐가 부족해서!"

     - 오래간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제 '선'이나 봐야 겠다는 내 말에...


  3. 분당 N고의 '오'모 교사
      "니가 그렇지 뭐, 아직 멀었다니까...."

     -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니겠냐며, 예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에...


  4. 분당 N고의 '이'모 교사
      "매사에 진지하고, 한 편으론 차가울 것 같아요."

     - 왜 이렇게 사는 지 모르겠다고, 한심한 처지라는 푸념을 늘어놓는 와중에....


  5. 분당 N고의 '박'모, '정' 모, '이' 모  학생
    "초등학생!", "어린왕자!", "티거!"

     - 수업시간 중 혼자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거나, 머리를 펌한 것을 보거나, 캐릭터 인형을 들고와 얼굴에 대보고서는...


  6. 후배 P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가 저보다 심각함 ㅋㅋ망했어 망했어,,"

    - 우연히 누군가에게 가지게 되는 호의의 감정이 안하니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7. 또다른 후배 L양
    "오빤 여자가 너무 많아. 다 좋은데 그게 문제야.."

    - 느닷없이 한 잔을 걸친 듯 밤 10시 쯤에 전화를 해서는(하지만 그리 취하지 않은 목소리로).. 담날 물어봤더니 기억 못함..
  

  8. 친구 Wife '양'모 님
    "한 사람에게 정착을 못할 것 같아요."

   -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소개팅 시켜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보고...


  9. 예전 짝꿍 샘
    "샘에겐 무지 착해서 모든 걸 다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 한 껏 가을을 타며 우울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10. 블로그친구 "A"님
    "차이와 결여 님은 참 맑고 깨끗하신 분인 것 같아요."

   - 가을을 표현한 짧막한 글을 써 놓은 것을 보시고....


  11. 과거 매우 친분 있던 "N"모씨
     "쌤이 원래 이렇게 자상한 사람이었나? 아 그랬었구나..맞아 그랬었어..."

   - 지나간 내 생일을 축하할 필요가 어딨냐며 생일 축하 방명록을 남긴 것에 대한 댓글....



  대충 뭉뚱그려서 10개 정도를 뽑아 봤는데, 발언의 시차는 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의 평판은 엊그제 정도로 가깝고, 가장 오래된 말은 몇 년 전이거든요.

  여튼, 이렇게 기억나는대로(정말 자체 삭제 한 것 없이 생각나는대로) 적어 놓고 보니, 참....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들은 거의 없군요...
  더군다나, 현재 저에 대한 최대 관심사가 '결혼' 내지는 '연애' 일 수밖에 없는 것을 알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저의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연애관에 대한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ㅎㅎㅎ 아... 결혼 여부로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하는 더러운 세상...

  찬찬히 보다 보니, 저란 인간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은 들긴 하지만, 굳이 뽑아 보자면,

  2번, 10번, 11번 정도가 호감의 표현이고,
  1번, 3번, 7번, 8번 정도는 확연한 부정적 표현,
  그리고 나머지가 중립적인 표현인 것 같습니다. 속내는 찬찬히 뜯어보아야 겠지만 나쁘지 않네요..

   또, 그 중
   2번, 5번은 극히 외적인 부분에 기초한 생각인 것 같고, 나머지는 모두 행동방식이나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누구에겐가 함부로 못났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런면에서 본다면 2번, 5번은 아주 예의상의 멘트로 몇 가지가 걸려든 것이라고 생각해야겠죠.. 결국은 외적인 부분은 아주 평범한 인간..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핀잔이나 비난으로 볼 수 있는 것이 1번, 3번, 7번 정도인데
  1번 김모 여사님과 3번 오모 교사는 애증의 관계이기 때문에 감정을 과장했다고 믿고 싶고, 또 한 편으론 기대하는 바가 많아서 기대에 못미친 저의 모습을 돌려 말하기 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7번은 술을 한 잔 걸치고 하신 말이기 때문에 패스!( 취중진담 따위는 몰라요 전!)

  나머지 발언들은 대개 저의 상황이나 성격적인 부분을 걱정하거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줄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잘 날 것도 못 날 것도 없는 인생인 것 같네요.
  음.. 아닌가? 주변 사람들 걱정시키는 존재인가?? ㅎㅎㅎ

  시작할 때에는 굉장히 재미있는 글이 될 것 같았는데, 써 놓고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되고 만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무색, 무미, 무취한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시험을 앞두고..(저는 수능 2세대~) 반 아이들의 별명을 하나하나 꼽아 보았는데, 세상에 저만 따로 별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론 뭔가 특징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는데... 흑.. 여전히 저는 별 특징이 없는 사람인가봐요...흑흑...

  급! 오늘의 교훈!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건내고 살아요 우리...!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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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멍지 2010/10/19 17: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결여님처럼 '들여다 봐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듯 하네요. 연구대상이야요....ㅋㅋㅋㅋㅋ

  2. 애독자j 2010/10/19 18: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전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했어 망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차이와결여 2010/10/19 19: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이거 뭡니까..ㅡㅡ;;

    오늘의 교훈을 망각한 위와 같은 발언들에는 댓글을 달 수 없는 건데..ㅋㅋㅋㅋ

    '멍지'님.. '멍지'님 역시 마찬가지세요...ㅋㅋ

    '애독자j' 혹은 'P양' 너무 흡족해 하시는 거 아닙니까..

    난, 차분하고 긍정적인 위안의 댓글을 상상했단 말이죠..ㅎㅎㅎㅎ

  4. 실버제로 2010/10/20 04: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는...

    제가 보는 차이와 결여님은 감성적이신분? ㅋ
    아 모르겠네요^^
    저자신도 모르겠어서ㅋㅋ

    • 차이와결여 2010/10/20 08:20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의 모습은 전혀 딴 판이랍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 중 몇 분은 아마 이런 제 글을 보고 가식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ㅋㅋㅋㅋ

      아.. 저도 감성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ㅠ

  5. clovis 2010/10/20 21: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진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학생들말이 왠지 '차이와 결여'님을 잘 나타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애들 눈은 속일 수 없다잖아요??

    저에게 '차이와 결여'님은.. '뭔가 달고 싶은사람' 입니다. 생각의 깊이나.. 이런 재미있는 글을 쓰시는 능력이나.. ^^

    • 차이와결여 2010/10/21 00:27  address  modify / delete

      음... 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서요.. 저조차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ㅋㅋㅋ

      여튼, 'clovis'님도 무척 훌륭하신데, 저늘 닮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니 고맙긴한데요...

      저를 닮으려고 해봤자.. 별로 도움이 될 건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

      'clovis'님도 굉장히 멋있으세요.. 우리 모두 힘내요~~ ㅎㅎ
      (뭔가 공익광고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