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공식 포스터
* 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20시 40분
* 영화공간 주안(인천)
(★★★)
<우리학교>와 <워낭소리> 이후로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많이 대중화 된 것 같습니다. 언뜻 생각만 해봐도 그 전 작품 <비상>도 있었고, <경계도시>도 있었고 <소명>, <더 코브>, <지구>... 이로 셀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요 몇 년간 대중영화 상영관에서도 개봉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많네요..<땡큐, 마스터 김>, <사이에서>, <화씨 911>, <식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브에나 비스타 쇼셜클럽>...)
그런데,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순수했던 '다큐멘터리' 시장에도 다분히 상업적,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접근하는 세력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워낭소리>의 흥행에서도 얼마 간 제시되었던 문제이기도 했지만, 제 아무리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작가의 의도적 선택과 생략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가 전부 진실일 수는 없는 것이겠죠. 때로는 '다큐'의 기본 속성으로 곡해될 수밖에 없는 '진실'이라는 이름을 바닥에 깔고 그보다 더한 의도가 고려될 수도 있을테고, 우연히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게 되었을 경우 미치게 될 파장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다행히 <워낭소리> 이 후로 나온 영화들이 제작사나 어떤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깔고 그 정도로 흥행에 성공을 했거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영화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얼마 전에 공공연히 홍보되었던 그리고 그 힘으로 2편까지 제작되었던 모 영화의 경우에는 그 성과를 순수하게만 받아 들일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그들을 위하는 것이 주님을 위하는 것이니...
저의 경우엔 그런 몇 가지의 이유로 '다큐멘터리' 영화 관람을 등한시하고 있었고, 정작 보고 싶었던 <땅의 여자>는 밍기적 거리다가 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울지마, 톤즈> 같은 경우에도 '신부'님이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젠 카톨릭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그냥 넘겨버리려고 하고 있었던 참에 블로그 친구 '괜찮아'님의 추천을 받아서 관람하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안봤으면 후회했을 영화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주된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몇 십년 째 내전을 벌이고 있는 나라 '수단'에서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울 정도로 온몸으로 희생과 봉사를 다했던 故 '이태석' 신부님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다큐의 특성상 줄거리가 그대로 영화의 전부이므로 자세하게 이야기할 순 없고 워낙에 포털사이트 영화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굳이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느낌만을 간단히 서술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꽃'보다 아름다운 생을 사셨던 신부님의 삶을 더럽히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피부색이 다른 것이 이질적이지만 마음만은 하나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신부님의 얼굴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첫 장면입니다.
수단 '톤즈'에서의 생활을 자의가 아닌 병 때문에 정리하고 한 기도원에 머물면서 암과 투쟁을 벌이고 계실 때에도 신부님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놓치 않고 기도원의 투병환자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고 계셨습니다. 기타 하나와 앰프와 작은 간이 노래방기계를 가지고 음악회를 여시면서 사람들 앞에서 윤시내의 '열애'를 열창하시지요.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 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아직까진 항암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진 않아서 머리칼도 온전하시고, 목소리에도 힘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빨간색의 티셔츠를 입고서 기타를 매고서 작은 마이크를 들고 가사를 보시면서 노래를 부르셨는데, 그 모습이 뭐랄까요...
'톤즈'에 있는 아이들을 위하여 할 것이 많으므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과 그러기 위해선 이 병에서 빨리 나아야 한다는 마음과 또 한편으론 설사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주님의 뜻대로 생명이 다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수행하겠다는,
오로지 낮은 곳에 있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밖에 모르는 것 같은, 그렇게 노래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얼마나 감동스러운 이야기가 전개될지 생각하느라 그 장면을 무심코 보아버리고 말았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엔 그 장면보다 가슴을 울리는 장면은 없다는 생각이네요. 아마도 다시 영화를 보게 된다면 영화의 처음부터 눈물을 흘리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신부님을 위한 추모의식을 마치고 난 직후 인 것 같습니다. 밝게 웃는 모습이 영화 속과 너무 달라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신부님의 삶은 제가 감히 흠을 잡을 수가 없고 또 그럴 부분도 없지만,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았습니다.
영화는 'KBS'에서 제작하였고, 나중에 엔딩크레딧을 보니 전체 PD와 수단 지역을 취재하고 조사했던 PD가 다른 사람이던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순수한 다큐멘터리라고 보기엔 관객을 허탈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여러 군데 있었거든요.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영화가 처음부터 상영관 개봉에 촛점을 맞추어서 제작되었다면 일반 TV 다큐멘터리와는 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불만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TV다큐멘터리의 질이 낮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곳곳에 감정을 부풀리려 억지스러운 추모의 장면들을 만들고 애도의 분위기를 자아내려는 것과 같은 장면들.
예를 들어 신부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신부님의 사진들을 인쇄해가서 나누어준다든지..(심지어는 한센병으로 눈이 보이지도 않는 분께 사진을 쥐어드리고 그 분 집에까지 따라가서 인터뷰를 한다던가...)
신부님이 가르쳤던 '브라스밴드' 학생들에게 신부님이 투병하시는 영상을 보여주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인터뷰를 하려고 카메라를 들이댄다든가... 하는 장면들.
다분히 설정된 장면으로 밖에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은 그들의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감싸지도 못하고 영상으로 담기 위해서 급급하기만 했던 것만 같아서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톤즈'의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랐고, 아이들이 웃는 얼굴이기를 바랐던 신부님께서도 그런 모습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시진 않았을 거라는 저만의 생각도 들었구요. 결국 그런 장면들에 대한 반감은 영화 전체의 감동을 줄어들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화적 허술함을 충분히 극복하고 남을 정도로 신부님의 삶은 위대하고도 아름다웠습니다.
신부님이 계시지 않는 1년여 간 방치되어 폐허가 되다시피 한 '톤즈 공동체'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신부님을 '존 리'라고 부르며 그분의 죽음을 믿을 수 없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 아팠습니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마음 하나로 아름다울 수 있고, 그 아름다운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셨던 분..
이런 분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은 아닌지,
아니,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비록 내 힘은 작지만, 그런 삶을 보고 배우고 조금씩 달라져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알게 해준..고마운 영화
언제라도 꼭 한 번은 보시길 바랍니다...
발이 불편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신을 직접 제작해 손수 신겨주시고 계신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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