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금붕어 되다

<빗자루, 금붕어 되다> 메인 포스터




  * 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16시00분
  * 영화공간(주안) 인천
  * 별점생략


  갑자기 영화 예매권이 두 장이나 생겼습니다.
  하나는, 근처에 있는 영화관 Cinus에서 홍보차 학교 담임선생님들께 나눠준 표이고 또 하나는 오늘 한 녀석이 찾아오더니 자신은 보기 힘들 것 같다면서 주고 간 10월 31일까지가 기한인 CGV 영화관람권이었습니다..

  천상 두 표를 썪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주 다음 주에는 영화를 봐야 할 것 같네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주말에 봤던 영화 세 편에 대한 리뷰를 짧막하게 나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영화 <빗자루, 금붕어 되다>
  포스터부터 아주 의미심장한 영화 였는데요.
  사실 내용은 빗자루하고는 무관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주인공이 빗자루질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금붕어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으며 금붕어가 된다는 것에는 또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다 쓰고나서 찾아보니, 영화 제목 자체도 영화의 모호성과 어울리게 별 의미없이 붙인 것이라네요..ㅎㅎ)


사진사진

장필이 깎은 목각인형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방안에... 여전히 목각인형을 다듬는 장필...



  대충의 스토리는 이러합니다.
  신림동 고시방에서 기거하고 있는 중년의 '이장필'은 학원 전단지 붙이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매일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고물가전제품이나 페휴지를 수거하는 일들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하지요. 그러는 와중에 시간이 남을 땐, 옥상에 올라가 나무에 여러가지를 조각하여 공원에 나가 파는 일도 합니다.
  주식은 라면에 가끔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주는 식사로 끼니를 때우고, 다 써버린 비누 대신에 다른 사람이 보관해놓은 클린징 폼을 슬쩍 쓰기도 하고, 담배가 궁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담배 구걸을 하기도 하는 등 한 마디로 지질이 궁상입니다. 그런데 마침 고시원 원장이 지방에 몇 일 내려가게 되고 고시원 총무자리가 비게 되어 장필이 일을 하는가 싶었는데, 같이 생활하던 다른 젊은 고시생이 그 자리를 가로채게 됩니다. 헌데 그 녀석은 그리 성실한 녀석이 아니었어요. 빌려갔던 돈은 갚지도 않은채 장필에게 고시원비를 달라고 독촉하고, 받은 돈으론 도박을 해버리고 말죠.
  궁지에 몰리게된 장필은 어쩔 수 없이 '폐휴지'수거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한 젊은 여인이 남이 버리려고 내다놓은 고장난 컴퓨터 모니터를 장필에게 팔아버리게 됩니다. 전재산 2만 3천 2백원을 주고 '모니터'를 손에 넣은 장필은 컴퓨터 중고상에 가져갔지만 이미 고장난 컴퓨터를 팔지는 못하게 됩니다. 점점 돈에 쪼들리게 된 장필은 여인에게 '모니터'를 샀던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리게 되고, 그녀를 마주하게 되지만 오리발을 내밀고 인격까지 무시하게 된 그녀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맙니다.

사진사진

총모자리를 노리는 고시원 청년... 시종일관 불안감을 조성하는 카메라의 각도




  음..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다 말해버리고 만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여튼 평범할 것 같은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 입니다. 그 다음 장면 부터는 의도적으로 전체 스토리라인에서 분절된 듯한 느낌의 장면이 이어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것이 장필의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구분할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결론은 장필이 자신의 총무자리를 되찾게 되고 모든 것이 원래 진행되어야 할 상태로 회복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요. 어디에서도 장필의 살인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에 대한 부분을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본래는 극사실주의적으로 진행되어 가던 이야기가 장필의 살인 후, 여러 가지 상징적인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는데요.
  목각으로 깎은 인형이 실제 여자의 모습으로 장필의 방안에 내려와 있는다거나, 자위행위로 얻은 자신의 정액을 키우던 금붕어에게 먹이로 준다거나, 그 금붕어가 죽어서 땅에다가 묻는 장면(그 장면은 우발적 살인에 의해 죽은 여자를 땅에 묻는 장면과 겹쳐지고요.), 금붕어를 땅에 묻으면서 태극기로 감싸서 묻는 다거나.. 여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설픈 저의 짐작으로는,
  신림동 고시촌이라는 경쟁사회의 최끝단의 삶을 그리면서 그들의 비루한 삶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아닐까 싶고, 그런 장면들을 위해 시종일관 CCTV에서 보는 것과 같은 비틀어진 각도의 카메라를 사용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발적인 살인 뒤에 이어지는 환타지적 장면들은 장필의 상상과 망상이 혼합되어서 이루어진 복합적인 장면들이고, 장필의 자위행위 후 죽게되는 금붕어는 그런 비참한 생활 속에서의 남성성의 거세, 혹은 제의 정도가 아닐까요. 그런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방치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으로 태극기의 장례 장면이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자신이 부당하게 잃었던, 또 그로 인해 당했던 억압을 별다는 보상 없이 '총무'자리를 회복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말도안되는 폭력을 일삼았던 고시원 청년에게 위로의 돈까지 건네는 장필의 모습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작은 행복임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나름대로의 해석인지라 영화를 보시는 분들마다 여러 가지의 다양한 감상 또한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사진사진

장필에게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두 길이 만나는 공간이며 동시에 모니터를 샀던 공간, 동기이면서 결과. 두 길의 만남




  여기 까지 써놓고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영화는 60컷이라는 최소의 장면에 배경음악 하나 깔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관객여러분의 다양한 해석을 고려하며 연출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음... 그러면 대충 제 이야기가 맞는 것이겠군요...해석은 관객의 몫이니까요..ㅎ

  하지만, 쉽게 따라갈 수만은 없는 영화였습니다.
  또, 연기자들의 연기 편차도 좀 심합니다만 주로 연기하는 사람은 주인공역의 '유순웅'과 청년역의 '김경록'이니까 넘어간다고 해도. 이 두 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튀어보인다는 점이 거슬렸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가 까이에 뒤 시네마의 한 평론가로부터 올해의 영화 10편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섣부른 짐작도 해봅니다.

  여튼,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영화를 만나기가 힘들지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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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10/27 19: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보고싶어지면서도 복잡한 영화인 것 같아서 또 좀 그렇네요....ㅎㅎㅎ 으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차이와결여 2010/10/29 19:24  address  modify / delete

      헤헤.. 저도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어요..

      적극적인 관객의 해석을 요구한달까요.. ㅋ
      아는 게 적은 저로써는 이리봐도 저리봐도 궁금증만 한 바가지 생길 뿐인거죠.. ^^

      'clovis'님도 감기 조심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