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황,적> Fuji FinePix S5Pro, Nikkor 55-200mm, F.8, ISO 800
1. 비(雨)
비가 오네요.
밤에 비가 옵니다.
비가 오는 밤은 참 좋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쌀쌀한 가을을 향해 또 한 걸음 내딛게 된다는 것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노래도 더 감미롭게 들리고, 커피 향도 더욱 짙어 지고, 담배 마저도 구수하게 느껴지지요. 후후..
오샘(오래간만에 등장한 '오샘')과는 비가 오는 날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옥상으로 올라가서 담배를 피웁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하곤 하죠. '비 오는 날엔 담배가 참 맛있어..'
오늘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비가 오더군요.
그래서 고속도로를 타면 금방 올 것을 국도로 빙빙 돌아서 왔습니다.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면서.. 지금도 마시고 있는데, 벌써 세 잔째 네요. 후후...
가끔은 비오는 날 술이 땡기기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일본식 이자카야에 가서 따스한 정종과 함께 오뎅을 먹으면서 음침한 불빛 밑으로 도란도란 별 의미도 없는 말들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친한 사람과 그렇게 부담도 없고, 또 쓸모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참을 늘어져 있다가, 가을 맞이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각자 가보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고, 날짜를 정하고, 가서 할 일들을 생각해보고....
꼭 떠나지 않더라도, 머지 않아 다가올 일들을 함께 생각하면서 기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2. 비(非)
요 몇 일 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있는데, '주관과 객관', '주객전도', '목적과 수단' 이런 말들입니다.
별 연관성도 없는 말들이 계속 떠오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제 상태를 설명해주기 때문이 아닐까하는데,
아마도 지금의 상황에 명확한 의미를 두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단은,
어찌됐건, 다시 연애라는 것을 하고 싶어지긴 했는데,
그러한 감정이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아니 어쩌면 다 알면서 인정하기 싫은 건지도...)
여튼, 중요한 것은
그럼 싱글로 지내보자고 마음 먹었던 지난 시간들은 무엇이었냐는 것입니다.
첫시작은 오랜 연애 생활 끝에 다소간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시들해지기도 했고, 매번 반복되었던 만남과 다툼과 헤어짐이라는 식상한 굴레에서 좀 떨어져 나와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것을 생각하고, 얼마 만큼 독립적인 존재인지를 알아보자는 것이었지요.
조금 지나다 보니, 말로만 긍정했던 '홀로서기'라던가, '진정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명제 같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되었고, 아직은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었기에 누구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조금 더 나를 단련하고 싶었고, 모든 것을 가다듬고 싶었지요. 그 시간이 한 1~2년 남짓 인 것 같네요.
아직은 제가 원하던 나의 모습을 얻지 못한 것 같은데, 절대로 내가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머리와 달리 몸이,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내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주관'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과 잣대로 바라보고 있는가가 의심스럽습니다.
혹시, 올 초부터 독립하여 혼자 살다보니, 어쩔수 없이 느낄 수밖에 없는 외로움 때문에 존재의 본질로서의 필요가 아닌, 외로움의 희석으로서의 필요로 누군가를 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니면, '35'이라는 나이,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압박감에 슬쩍 기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여 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최소한 이러한 생각이 든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합니다.
3. 비(悲)
이리도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고 비인데...
내일도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는데...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한 일주일을 정신없이 사느라 청소도 제대로 못했고, 빨래도 제대로 못했는데, 먹을 거리가 떨어져서 마트에도 다녀와야 하는데, 내일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면 아무래도 불편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일은 맑은 날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확실히 꼴같지도 않는 가사라도 직접해보니까, 얼마나 생각할 것이 많고, 또 평소와는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냥 사는 것과 살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두 배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혹시라도 결혼을 하게 되면, 집안 일들을 같이 생각하고 함께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합니다.
그런 의미로 '삶의 어려움을 나눈다'는 의미에서는 동반자가 꼭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철딱서니 없는 행동만 하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내일도 비가 계속 내려주기를 바라면서 살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것은 배려하는 것이므로 나 혼자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또 얼마 만큼은 아쉬워 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없어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라는 사실, 얼마 만큼은 그런 것들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더라도 '철'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전 "비"하면 가수 "비"만 생각이 나던데 ㅋ
푸힛...
'정지후니'요?? ㅎㅎ
요새 드라마 시작했어요~ "도망자 plan B"인가.. 저는 드라마를 잘 안봐서 어쩐지는 모르지만, 저는 같이 나오는 '이나영'이 더 생각나네요. :D
에고 하여튼 댓글을 부르는 글을 쓰신다니까요. 어디 포장마차에라도 앉아 두런거릴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시니 한 마디 보태고 싶어집니다.저는 요즘 '안개'에 대한 잡념이 많아졌고요,('비'라기 보다는 안개랄만한 것들이 많이 와요 요즘)그리고...읽다보니 가지를 뻗친 생각. '아닌' '마음'이어서 '슬픈' , 이렇게 되는 건가요? 철 지난 줄 모르는 게 '철부지'래요. 나는 오떤 '철'을 보내고 있나, 그런 생각도 하는데...철 지나고 나서 그땐 여름이었지,하고 깨닫는...돌아보면 늘 철딱서니여서 한심하다가도 뭐 그것도 좋잖아, 저마다 때는 다 다르니까, 그리 여기며 살아요...
히히히..
이런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서 이야기 나누듯 연결되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안타깝습니다..
진짜 언제 한 번 제 블로그에 방문하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다 귀국하셔서 포장마차 같은 곳에 모여서 이야기 나누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음... 그러면... 발제를 내가 해야하는 건가.. 그건 또 부담...ㅋ
저는 당연히 철부지이니까요.. 언제까지 철부지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고, 그냥 철부지하면 안되나.. 하는 갈등도 하는 거죠. 뭐..ㅎ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
차이와결여님 글을 읽다보면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사시는구나,
또 그런 생각들을 글로도 참 잘 풀어내시는구나 싶어요.
별 생각 없이 살고 단순한 생각도 글로 풀어내는 게 참 어려운 저로선 부럽다고 하면
좀 철이 없나요?
클라리사님 말씀처럼 포장마차에 앉아 비오는 소리를 배경으로 나누면 참 좋을 얘기들이네요.
저는 잘 들어줄 자신은 있지요. ^^
무슨 말씀을. ^^ 'herenow'님도 충분히 진지하시고, 열심히 살고 계셔서 저는 항상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야 말로 할 일없이 빈둥대면서 이런 잡스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거죠..ㅋ
다 모이세요~
'실버제로'님, '클라리사'님, '카르페디엠'님, 'herenow'님, 'clovis'님, '우연'님, '괜찮아'님 또또..그 밖의 모두들 다 모여서 포장마차 가자구요~ 쭈구미랑 꼼장어랑 홍합탕이랑 쐬주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자구요. ㅋㅋ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오늘 비가 왔는데 가사일은 잘 하셨는지요...
저는 선 보고 왔습니다.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하신 여성분이셨어요. 점심먹고 삼청동가서 (일박이일의 힘이랄까요..) 차 마시고.. 걷고 했는데. . 일단 연락처는 먼저 여쭈었으니 제가 먼저 연락을 해야겠지요??
비가 와서 운치있고 좋긴했는데.... 모르겠습니다..
오.. 비가 왔군요.
제가 있는 곳은 하루 종일 해가 비췄다, 구름이 꼈다 했지 날이 나쁘진 않았어요.
오후 몇 시간은 해도 떠 있었구요. 그래서 빨래도 마치고, 청소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귀찮아하면서 오전 나절을 보내고, 저녁을 먹으러 잠깐 나갔다가 왔는데 커피숍에서 차 마시고 있는 동안 비가 왔나보더라구요. 바닥이 젖어 있었거든요...
음.. 저는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었지만, 전화번호 물어보고도 바로 지웠어요...
이기적이라 내 생각만 했거든요.
어쩔 수없이 친구에게 떠밀려서 나갔던 것이어서 다시 만날 생각을 아예 안했었죠. 참 괜찮은 분이셨는데, 아직 제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전화번호도 안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에, 연락처를 물어보긴 했어요.
헤어지자 마자 친구에게 전화가 오더라구요. 어떻냐고 다시 만날 생각이 있냐고 하길래.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리고 번호는 지웠죠.
'clovis'님은 잘 모르겠다고 하시지만, 제가 느끼기로는 나쁘진 않으셨던 것 같은데요?
그럼 연락하셔야죠~~ 몇 번 더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 번까지는 에티켓이라던데, 돌은 던져봐야지 않겠어요?
던져봐야 '퐁' 소리가 들리는지, 개구리가 맞아 죽는지 알 수가 있겠죠.. ^^
잘 되시길 바랍니당~~
꺄아~ㄱ
모이라고하면 저 정말 모인단말이예요! 어쩔꺼예요! >.<
게다가..아시쟈나요 저 동네 2평남짓한 선술집서 정종마시는거 완젼 조아라 하는데!
그...그게요...
다 모이시려면, '실버제로'님은 독일에서, '클라리사'님은 네덜란드에서, '카르페 디엠'님은 지금쯤 어디계실라나... 또, 'herenow'님은 싱가폴에서 오셔야 되서,
거의 재외동포 환영회 수준이 되야 해서요.. 과연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어요.. ㅋㅋㅋ
그래도 다~~ 모이세요!
여튼,
저도 선술집에서 정종 마시는 거 진짜 좋아라해요..ㅋㅋ
잠시 서울 '신림동'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잘가던 '선술집'이 생각나요.
'신사리'를 조금 벗어난 곳이었는데, 간판이 '술, 술, 술'이었다죠..
그 집 삼치구이는 진짜 맛났는데...
아.. '신사리'를 생각하다 보니,
'낙지 떡볶이'가 진짜 맛있던 호프집도 생각나네요..
'죽통주'가 맛있던 고기집도..
아.. 배고파랑...ㅠㅠ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그르게.. 같이 술을 먹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네 ^^
오뎅집에서 정종 한 잔? 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