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 나오는 공익광고입니다.
  광고를 처음 보고 선,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었고,
  다시 보게 되었을 땐, 내용이야 어떻든 광고 표현면에서는 일단 잘 만든 광고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내용적인 측면을 보면 발췌와 (표현적인)왜곡과 감추기 등등으로 이루어진 토나오는 내용이지요.
  솔직히 누구에게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부끄러운 내용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 광고가 국내용 광고이지 않을까하는 추측된다는 것이지요.
  제일 첫 장면 외국인 꼬마 소녀가 들고 있는 책 표지에 한글로 인쇄가 되어 있어서 그렇게 추측한 것입니다만 물론 바꾸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 겁니다.

  여튼, 주 내용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가족처럼 지내는 나라,
  물건을 흥정할 때도 에누리와 같은 마음을 주고 받는 나라,
  서해 기름 유출과 같은 국가적 재앙이 닥쳐와도 손으로 발로 뛰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나라,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데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라는 것이지요.

  현상의 단면만을 살펴본 것이지만, 거짓은 아니므로 저런 말들에 딴지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장면에 덧붙는 이야기.

  '희망이 경제를 웃게 합니다'

라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건가요?

  그렇다면,
  '희망'만 가지면 어려운 경제가 술술 풀려지기라도 한다는 것인가요?
  물론, '희망'을 가져야 힘도 내고, 또 열심히 살아가기도 하겠지만, 우리 나라는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긍정적인 나라이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면 되는 것인가요?

  제 성격이 삐뚤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광고의 메시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상할 정도로 좋은 나라이니까,
  꿈과 희망을 갖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딴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

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위에서, 아마도 국내용일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내용상 절대로 다른 나라에는 보여줄 수 없는 것이긴 하군요. 메시지가 우리 내부를 향하고 있으니까요...


  오늘 전시회장에 갈 일이 있어서 서울에 나갔었습니다.
  평일 한 낮이라 차가 막히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차를 몰고 나갔죠.
  경부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얼마 쯤을 달리다가 차가 양재, 서초 정도에서 밀리더군요. 반대쪽 차선도 마찬가지였어요.
  도대체 그 시간에 왜 밀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모두들 열심히 일하러 다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어요.
  서초를 지나 좀 풀리던 길이, 명동으로 접어드니 다시 밀리더군요. 그러나 명동이야 워낙에 상습정체구역이니까 그러려니 했죠.
  지지부진 가다말다를 반복하던 차 안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데, 꽉 밀려있는 찻길 옆 인돗가로 노점상인들의 리어카들이 행렬을 이루어 지나가고 있었어요..

  '음.. 이제 장사를 시작하실 건가 보다...'

  그런데, 이게 이상한 겁니다.
  한 둘이 아니었거든요.
  못해도 2~30대의 리어카들이 연달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리어카를 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어요.
  나이가 꽤 들어보이시는 분도 계시고, 젊은 청년도 있고요. 아주 어린 아가씨들도 있더군요..
  그 복잡한 도로를 줄줄이 소세지처럼 리어카를 밀고 지나가는 사람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힘들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밀고 가다가 앞 사람이 막히면 도로 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고...
  잘못해서 언덕에 걸친 사람들은 앞 사람이 다시 출발할 동안 온몸으로 리어카를 지탱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노점상을 해보지도 않았고, 단속을 해본적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점상이 도시의 그렇게 큰 암세포같은 존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살려서 우리만의 문화로 만들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물론, 제가 행정가는 아니니까, 정확한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과 같은 상황보단 나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속이 상했습니다.


  그렇게 명동거리를 지나,
  세종로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트 선재 센터'로 전시회를 보러가는 길이었습니다.
  새로 세워진 '광화문'도 좀 보고, 그 앞 '광화문 광장'의 끄트머리를 좀 밟기도 했죠.(어차피 광화문 광장은 가보고 싶지도 않으니..)
  그리고 미술관들이 몰려있는 '소격동', '삼청동' 쪽으로 건너가려고 신호를 기다리며 안전지대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뒷쪽을 보니, 무슨 만국기 같은 것들이 걸려 있고, 현수막과 사진들이 있더라구요..
  내용을 보니 우리 나라가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러한 사실이 '60년'만에 새롭게 발굴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사실을 축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사실이 뭔데 그러는지 또 유심히 훑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다른 말들은 없고,

  "한국전쟁 참전 연합군 국가수 67"

  이게 보이더라구요.

  설마 했습니다.
  설마,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록이라는 게 "67"이라는 사실일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맞더군요.

  그들은 그러니까.
  "한국 전쟁에 참여한 연합군을 구성한 나라가 모두 67개국이고 그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으며, 그러한 사실은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여전쟁"이라는 사실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는데, 그 사실을 우리는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현수막을 대문짝 만하게 만들어서 엄청난 크기로 홍보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음.. 여러분.. 제가 이상한 겁니까?
  그게 홍보하고 자랑스러워할 사실인가요?
  고마워할 일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네스북에 60년 만에 등재" 되었다고 축하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은 분명이 그렇게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볼려고 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누가 제게 설득 좀 해주십시오.
  이해하고 싶습니다.

  본래의 서울 나들이의 목적은 시험 기간 중 처음으로 칼퇴근을 하여서, 오래간만에 삼청동에 가서, 전시회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지적 자극과 감성으로 충만하여서 돌아와 포스팅을 하는 것이었는데,
  서울을 다녀온 잠깐 사이에, 제 머리는 온통 혼란스러워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ㅠㅠ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34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실버제로 2010/10/06 22: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국이 원래 이상하죠 ㅋ
    그정도 이상한거야 뭐^^; 귀엽게 봐주심이 어떨런지요?
    이상하지만 이상해서 재미있는것 아닐까요?
    모든것이 이성적으로 제대로 되어 있고 철저하고 제도적으로 잘 확립이 되어있으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 차이와결여 2010/10/07 09:48  address  modify / delete

      우리 나라는 분명 역동적인 나라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에 따라서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연대도 잘하죠.
      때에 따라서는 치밀함에 혀가 내둘릴 정도이고도 하고요..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한 해 한 해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라지만,

      그게 항상 즐거울 수 만은 없는 것 같아요.

      빠르게 지나가는 롤러코스터에 앉아서 즐거워 하지만, 막상 주변 풍경은 하나도 못보고 지나가는 것처럼요.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요.
      그런 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2. clovis 2010/10/06 23: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그 공익 선전의 성우 목소리가 마음에 안들더라구요.....

  3. 가자미 2010/10/11 0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란 영화가 생각나네요
    영화에서 가장 코믹하고 불쌍하기까지한게 이상한놈이었는데....휴..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게 없는 이상한 나라 였군요ㅋㅋ

    • 차이와결여 2010/10/11 23:27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 이상한 놈에게 가장 정이 갔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을 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좀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4. 클라리사 2010/11/23 06: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을에 한국 가서 정말 충격 받았어요. 그 어리둥절함이란!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요. 그 쥐20을 티비로 광고하는 거 보고요, 정말 놀랐거든요. 이 쥐R을 안보고 사는 내 삶에 감사해야하나 하는 초긍정적생각까지 들었음.

    • 차이와결여 2010/11/23 20:04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정말 창피하죠.. 전 정말 창피했어요..
      외국인 친구가 있었더라면, 아마 대신 사과라도 하고, 변명이라도 했을 거에요...

      그러면서,
      그들이 그렇게 없애라고 했던 지난 정권의 '국정홍보처'가 생각나고, 더했으면 더했지 전혀 못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답니다..

      여전히 TV 공익광고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없어도 가지라고 강요하고 있답니다..

      이 쥐R을 안보고 사시는 건.. 정말 행운이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