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놀토였습니다. ^^
  내내 놀다가 갑자기 규칙적인 일과생활을 하려고 하니 일주일이 참 고단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 한 주를 보내고 반갑게 찾아온 놀토라 뭔가 재미나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아,
  물론 주초부터 <젤리피쉬>, <라벤더의 연인> 두 편의 영화를 찍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시간이 어중떠 중간에 뭔가 할 일이 필요했죠.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으로 열린다는 <세계 미술 거장展>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딴에는,
  방학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니 애들도 없고, 8월 31일까지만 한다고 하니 끝물이라 한산하겠다 싶었죠.
  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사람이 어찌나 많든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데리고 온 선생님에 부모님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고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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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 저문을 지나가면 정말 뭔가 있을 듯. 하지만...


  입구에는 이렇게 멋진 전사지가 붙어 있습니다. 좀더 잘찍을 수 있겠지만, 아직 기술이 모자라서 사람들 피해 찍느라 이모양입니다. 실제로 보면 좀더 멋있죠.. 이 문을 보고 왼쪽으로 꺾어지면 그때부터 전시가 시작됩니다.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진 못하지만,
  이 전시회의 제목은 "세계 미술 거장展", 부제가 '인상파에서 팝아트까지 판화로의 여행' 이렇습니다.
아주 작게 저기 써있는 거 보이시죠?

  그니까 실상은 판화가 대부분이다 이거죠...
  그래서 몇몇 유명한 작가의 이름만을 생각하시고 찾아가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말 그대로 19세기 낭만파 회화 부터 20세기 팝아트까지를 쭉 훑어오면서 한 작가당 많아야 3~4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사실 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 들어본 이름도 많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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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지하, 내려가는 계단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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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더군다나 미술사조별로 시대순에 따라 배치되어 있기도하고, 한 작가의 작품경향을 느끼기엔 작품수가 너무 모자라는 까닭에.
  전시를 크게크게 보면서 표현양식의 변화와 같은 부분에 초점을 두어서 감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전시장의 3분의 1 가량은 스페인 작가방, 라틴 대가방, 이렇게 나눠놓고 몇몇 작가들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저와 같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그다지 와닿지가 않아서
  "속았다! 이름만 거창하지 알맹이가 없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그래도 저와는 달리 열심히 관람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학 숙제와 같은 것때문에 억지로 온 것 같은 관람객들이 많아서 쭉 줄지어 지나가면서
  '한번만 보고 가면 되지' 라는 식의 관람객이 많았던 건 쫌...
  때문에,
  유명 작가 그림 앞에서는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좀 유명하지 않은 작가 앞에서는 거의 머물지않고 지나가곤 하는 그런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런 식의 관람이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사실 뭐 저라고 별다르랴 싶어서 생각을 그만 두고 처음 부터 다시 돌면서 눈여겨 두었던 작품을 다시 한 번 보는 걸로 관람을 마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들라크루아"의 <어미호랑이와 놀고 잇는 아기 호랑이>와 "살바도리 달리"의 <낭만시대 : 4개의 천국의 꿈>, 그리고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 <아침의 정사>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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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배경으루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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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촬영석


  전시를 다 마치고 출구로 오면 작가들의 싸인을 크게 확대해서 붉은 바탕에 써 놓았는데, 피카소가 제일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고, 이 벽 뒤쪽으로는 "리히텐슈타인"의 모조작이 걸려 있어서 그 앞에서도 사진을 담아 갈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저번 "신정아 사건"으로 "리히텐슈타인"이 많이 알려진 탓인지 여기 저기에 모조작이 걸려있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시간은 3시쯤 되었고, 영화시작은 5시니 뭘하기도 어정쩡한 시간이라 영화관 앞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에 가서 커피나 마시자고 생각했습니다.
  조만간 포스팅하겠지만,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은 정말  "It's really something!" 입니다.
  탄탄한 문체 속에 일상의 미학이 담백하고도 명징하게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구체적 언급을 하지도 않는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일상의 분위기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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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연스레 이런 배치가 나오기도 하지요.


  여튼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영화를 예매할 때 눈여겨 두었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미로 스페이스>가 있는 "가든 플레이스" 앞에 있는 찌개전문점이었는데요.
  들어가자 마자 주인아주머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십니다.
  그래서 마주 인사를 했더니

  "아까 오셨던 분 아닌가요?"
  "아.. 아닌데요..^^;;"
  "아이구.. 죄송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거 였습니다.  내 얼굴 = 흔한 얼굴...
  4년 전부터 차를 몰기 시작한 후로,
  걷는 걸 너무 귀찮아 한다는 생각에 올해부터는 왠만하면 걸어다닐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기름값에 주차비에 걱정할 것이 한 두가지라 아니라 오늘도 뚜벅이로 다니고 있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날이면 꼭 누군가가 말을 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문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인데요. 잠시 시간을..."
  "영문학이요?"
  "아니요. 우리가 흔히 '영문도 모른다'라고 말할 때 쓰는 그 '영문'이요."
  "아... 예..."


  요새는 "도"에 대해 공부하시는 분들도 참신한 방법으로 접근하시더군요..
  여튼,
  그런 상황을 껶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난 정말 흔하게, 그리고 말 잘듣게 생겼나보다.'

  이런 생각입니다..
  허나, 뭘 어쩌겠습니다.
  생긴대로 사는 수 밖에....

  그렇게 "햄 김치찌개"를 먹고

  "미로 스페이스"에서는 <젤리피쉬>를, 건너편 "씨네큐브"에서는 <라벤더의 연인>을 보았습니다.
  곧 포스팅하도록하죠.
  두 편 모두 알찬 영화들이라, 전시회에서 배신당했다고 느꼈던 기분을 다시 충만하게 돌려놓았습니다.

  이렇게 "놀토"가 저물어갔습니다.

  긴 글 읽느라 지루하셨죠??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느슨한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네요..
  암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에 좀더 재밌는 내용으로 포스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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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스페이스가 있는 가든플레이스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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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의명물 "햄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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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loe(클로이) 2008/10/27 16: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문학이요?'에서 폭소했습니다. 죄송. 하하 ;)

    • 차이와결여 2008/10/27 23:26  address  modify / delete

      경험해 보신 거에요?? 그런거에요?? ㅋㅋㅋ

      다음엔 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까.. 요샌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

  2. Chloe(클로이) 2008/10/28 00: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 전공이어서 더 뜨끔했나봐요? ㅎ

    근데 그거 아세요? 저 해머링맨, 쌍둥이들이 많다는 거? (아마 저만 몰랐을 수도 있지만ㅎ) 스위스 바젤 갔다가 똑같은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 차이와결여 2008/10/28 09:54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래서 더 유명한 것이군요?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요. 작가가 우리나라에만 만들어놓으신게 아니었구나.. ㅎㅎㅎ

      아 저도 가서 보고 싶어요. 스위스 바젤.. 흑....

      (영문학 전공이시라니.. 또 경외감이 듭니다.. 저는 영어엔 젬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