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아 머리에 힘좀 주었더랬다.
미용실을 찾았더니, 이름도 어여쁘신 "태희"선생님이 그러신다.

"어머, 오셨어요? 전에 반응 어땠어요?"
"아..네.. 다들 괜찮다고 하던데요..^^;;"
"그럼 또 펌 하실거에요?"
"네. 그러죠 뭐."
"전처럼 해드릴까요?"
"아뇨, 금방 풀렸더라구요. 좀더 강하게 해주세요."
"괜찮으시겠어요?"
"네에~"

하여 좀더 강하게 힘을 주었더랬는데,
마침 개학날에 비가 내린 거다..
관리에 어설픈 나는 대충 만지고 출근을 했는데, 채 빠지지 않은 약기와 습기가 결합하여 아주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세팅되었던 걸 몰랐던 거다...

그래서, 하루 종일 학교 건물이 들썩들썩 할 정도로 내 머리는 이슈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자연스런 웨이브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시끄러웠다.

"아줌마 같아요~ 샘~" 이런 말도 들었고,
"모짜르트 같은데요?" 이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들..
개중에는
"어린왕자! 어린왕자!" 라는 듣기 좋은 말도 있어서 올 가을에는 빨간색 목도리를 구입해 볼까하는 착각어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교감샘은 지나가는 나를 잡고 부르시더니,
"파마했어요?"
"네... 머리 숱이 너무 없어서요.."
"아.. 네"
하시면서
책으로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가신다.. 신경쓰인다는 거겠지..ㅋㅋ

암튼, 이러 저런 반응들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언젠가도 잠깐 이야기했던, "권 선생님"
개학 후, 이틀 정도 지나서였던가.

"샘, 확실히 젊어 보이네~"
"아, 예....^^;;"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운게 아주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


저렇게 따스하게 말씀해주시는 권 선생님이 나는 참으로 좋다. 후후


어제는,
영화시간을 기다리면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산뜻한 것이 참으로 재밌었다.
12개의 단편 중, 가장 대표작이고 작가가 아낀다는 <대성당>을 먼저 읽었는데, 마치 예전에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읽고 느끼던 단편소설의 재미를 느꼈던 때의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쁜 마음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오늘은 또,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인지, 커피가 아주 맛있는 것이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곧 가을이 올 것만 같다.
후후후. 이렇게 뭔가 기대를 만드는 비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기다림이 있는 시간,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 기다림은 설렘과 초조함이 함께하지만,
만남이 예정되어 있지않고 대상도 불분명한 그냥 막연한 기다림,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절대 실망할 일도 없는 무한한 기다림.

요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런 시간들인데,
마치 한적한 시골 우체국 앞에서 받을 사람도 정해놓지 않고 쓰는 엽서 한 장과 같은 여유로운 마음이 드는 이 시간이
나는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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