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산성

* 김훈, 학고재

 

 

  '전국국어교사모임' 안산지부에서 주최하였던 '열정 문학강좌'에 참석하셨던 '김훈'의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강좌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시 남한산성 안과 밖에는 말(言)들이 가득 차 있었다' 라고....

 

  성을 나가자는 말들과 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들과 그런 조정의 이야기들을 두고 또 왈가왈부하는 민초들의 말들과 성벽을 지키고 있는 초병들의 말들이 중구난방으로 얽히고 설켜 말로 모든 것이 흥하고 망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이 조금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그렇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말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통해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말과 글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제가 먹고 살기위해 하는 것도 말이고, 공부랍시고 읽는 책들도 다 누군가의 말이고 글이고,

  또한 그런 말과 글을 받아들인 다음 저 나름대로 또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튼,

  사람이 하는 일에는 모두 말이 필요하고,

  비록 그 말을 통해서 사람의 진심이 채 5%도 전달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말을 잘하기 위해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이 '김훈'의 말 속에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남한산성>에는 무슨 말들이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는,

  우리가 하는 말들이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항상 말에는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이 존재합니다.

  어떤 말은 맞는 말이고 그렇지 않은 말은 그른 말입니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고, 그른 말은 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성을 나가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말하는 '최명길'과,

  성을 지키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말하는 '김상헌'은 그런 점에서 독자를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역사는 '김상헌'이라는 사람을 충신으로, '최명길'이라고 하는 사람을 변절자로 기록하고 있지만, 제3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저는,

  그리고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지도 않는 저는 '최명길'의 말이 현실적으로 더욱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김상헌'은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충신이고, 나름의 명분과 가치관으로 자신의 뜻을 펼친 사람이지만, 만일 끝까지 성을 열지 않고 버텼다면, 조선은 어찌되었을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국 성을 열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선조를 남한산성까지 인도해주었던, '나루'의 아비, 사공의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으며, '김상헌'의 행동의 죄는 어디에 물어야 하는 것일까요..

 

  암튼,

  <남한산성>은 그 전 소설보다는 이야기 전개도 빠르고 흥미진진했다고 생각합니다.

 

  '김훈'은 강좌에서,

  최대한 그 당시에 있었던 말들을 살려내려고 노력했지만, 당시에도 아무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아무말하지 않음은 소설에 살려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을 했었지요.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작가의 한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그 당시에 아무말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확연한 상황에서 부연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거나,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서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소설 속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 스스로가 아무말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암튼,

  이제까지 역사의 한 단면(오랑캐에게 당한 치욕적인 사건이라는)만으로 생각해왔던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그 현실에서 움직였던 사람들의 말 속에서 생각해본다는 것이 저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훈'의 차기작이 제가 관심있어라 하는 '공무도하가'를 제목으로 차용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강을 건너려다 강에 빠져죽은 '백수광부'가 아니라,

  그의 슬픔으로 마음 아파하는 '백수광부의 처'가 아니라,

  아예 강을 건널 생각도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또 기대가 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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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라리사 2010/08/25 05: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김훈 소설은 참 안 읽어지던데 왜일까요?
    이 책 몇 번이나 읽으려다가 그냥 덮어놨어요.
    뭔가 계속 부대끼는데 뭔지는 모르겠고...

    • 차이와결여 2010/08/25 23:12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개인적으론, '김훈'의 소설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문체가 답답한 것도 같고, 글이 유려하거나 내용이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요..

      아마도 오랜 동안 기자생활을 한 특유의 정확성과 치밀함이 글에도 묻어나는 것 같긴한데, 진지하달 순 있겠지만, 이야기라는 것이 진지함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