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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 2008년 08월 09일 17시 35분
Where : CGV(오리)
(★★★★☆)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에니메이션 월·E를 보았다.
  원래 이런 영화는 유쾌한 친구들과 같이 가서 보아야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재밌는데, 흑..
  뭐 하여간,
  주말이긴 하나, 더빙이 아닌 자막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 하고 들어갔더니, 왠걸...

  옆에 5살쯤 되어보이는 아가씨는 시작하자 마자 언제 끝나느냐고 계속 물어보고, 뒤에 7살쯤 되어보이는 왕자님은 우스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등받이를 발로 구르는 통에 허리를 뗀 불편한 자세로 보고 말았다.. ^^
  허나,
  아주 늦은 밤이나 조조영화가 아닌이상, 아님 거의 내려갈 때쯤이 되지 않는이상 이런 불편은 감수해야지...애들이 무슨 죄야.. 부모가 잘못이지...

  여튼, 영화의 내용이 아주 재밌어서 중간부터는 그런거 신경 안쓰고 잘 봤다.

  인간보다 더 인간 적인 로봇 월·E(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는 인간들이 버리고간 지구를 혼자서 700년 동안이나 지키고 있었는데, 인간들이 탐사용으로 보낸 로봇 '이브'와 만나게 되면서 사랑이 싹트고, 둘의 활약으로 인간들을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한다는 정도의 내용...

  뭣 보다 영화를 보면서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영화들의 등장 이후 로봇이 인간성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은 모든 SF영화의 공통적인 설정처럼 되어버렸는데,(물론 그 이전의 영화도 있었고, 소설에서는 더 빨랐겠지만...) 그렇게 그려진 로보트들이 항상 악의 형상으로 인간과 대척점에서 서서 인간을 위협하거나,
  미래의 시대에 로봇보다 더 기계적인 인간들에 비해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가는 뭐 그런 항상 대립적인 내용이었다면,
  이 영화 '월·E'는 로봇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사는 세상을 그린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니모를 찾아서>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아이들이 자기네 집 어항 속의 '니모'를 살리겠다고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는 ....) 이 영화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은 로봇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와 같이 여기게 된다면 좀 확대해석일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가 물론 대부분 로봇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악당과 같은 로봇은 전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구 귀환을 방해하는 '오토'와 '고-4' 조차 이미 'Buy N Large'사의 회장으로 부터 '지구 귀환 계획'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인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뿐이고,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일은 끝끝내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식물'을 제대로 없앨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절대 생명을 해하는 일은 하지 않는 착한 로봇들이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래밍에 이상 반응을 보이는 '오작동 로봇'들의 면면들을 보아도 그들은 치료를 위하여 정비소에 모아져 있기는 하나, 나중에 그들이 '월·E'에 의해 탈출에 성공하여 함께 몰려나가며 하는 행동들을 보면, 그들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인격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게 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이브'와 '월·E'간의 사랑은 그야 말로 당연지사 인듯 여겨져, 엔딩이 가까올 무렵 작은 소동으로 '월·E'가 '이브'를 알아보지 못할 때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영화관 안이 모두 숨을 죽이고 안타까워하고 있었음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지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진짜 주제,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다음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오는 일러스트 에니메이션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정착하게 된 지구에서, 인간과 로봇들이 서로 힘을 합쳐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작물을 재배하고 직립보행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 그 푸른 벌판을 달려가는 '월·E'와 '이브'.

  사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을 악인을 만들고, 범죄자를 만들고, 기피하고, 반대로 무시하고, 멸시하고 하지 않는가.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범죄의 대부분은 이런 막연한 공포, 이기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아직 '인격'을 갖지도 못하고, 아직 우리 앞에 실체를 보이지도 않은 '로봇'들을 막연히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는 그런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닐지....


  디즈니사와 픽사의 에니메이션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즐거움 선사하여 주기 때문에, 그다지 짚고 넘어가고 싶진 않지만,

  극히 보수주의적 색깔을 띠는 디즈니사 아니랄까봐, 달에 꽂아 놓은 성조기가 나올 때는 '꼭 이래야만 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에 비해, 소련의 위성인 '스푸트니크'가 위성쓰레기로 '월·E'에게 씌워져 우스꽝스럽게 나올 때에는 '이건 또 뭐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외계 오염물질'을 가득 뒤집어 쓰고 있는 청소 로봇 '월·E'와  온통 우아하고 이름까지도 예쁘기만한 '이브'와의 사랑은 다름아닌 신데렐라 스토리...
  뭐 월트디즈니에게 뭘 바라겠나.. ^^

  그래도, 한 껏 우스며 즐거울 수 있는 영화.
  재미있는 에니메이션. 월·E!
  보실 땐, 엔딩 크레딧도 유심히 살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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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광식 2008/08/22 14: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끝까지 월이 쫓아다니면서 청소하는 "모" 도 귀여웠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