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다.

오늘은 근무일.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출근하여 자리에 앉았는데,
평소 아버지같고, 인자하신 선배님 같고 하신 내가 좋아라 하는 권선생님께서 내게 오셔서 물으셨다.

"국수.. 안먹여줄거에요? 애인 없어요?"

참.. 이런 경우에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더 이상의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 있어요. 곧 국수 드리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정도의 애교섞인 답변을 하는 것이 상책이나,

가까운 사람 몇몇이 벌써 내 상황을 알고 있으므로 섣불리 거짓으로 대답했다가는 실없는 사람이되고 말기 때문에, 결국 안쓰러운 시선을 받을 걸 알고서도 곧이 곧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

"예.. 없어요 선생님.. 그 참 어렵네요...^^;;"

하여, 사실 그닥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라도 말해야 동정어린 안쓰러운 시선을 후딱 받고 지나갈 수 있으므로 순순히 대답을 하게 된다.

"아.. 그렇군요.. 선생님, 교사, 교사에겐 교사가 딱 좋은데...그쵸?"
"아.. 네.. 선생님 좋죠..^^;;"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권선생님께서는 항상 끝을 "교사는 교사와"라고 말하시면서 끝맺으신다..



마침 오늘이 말복날이라,
귀여운 후배녀석들과 오붓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닭 한마리 잡으려고 달린 천안행...
어색할 거라던 P양의 말대로 참 화기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귀여워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더니,
뜬금없는 J군의 물음.

"형, 좋은 소식 안들려줘요?"
"응?? 무슨??"
"에이.. 형 나이쯤 되면 좋은 소식은 한 가지 밖에 더 있나?"
"어...결혼?^^;; 너 보내고 갈게."
"에이 어떻게 그래요..."
"결혼하고 싶니?"
"결혼하고 싶기도 하고, 안하고 싶기도 해요."
"어.. 알 것 같다."

이리 저리 이야기는 돌고 돌다가,
결국 너 먼저 해라, 너나 가라, 오빠 먼저 가세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먹구름 낀 인생들...ㅋㅋㅋ



집에 들어와서 씻으려고 욕실로 들어가는데 어머니께서는 또 이러신다.
"얘, 너 소개팅 안할래."
"응? 무슨 소개팅? (차라리 '선'이라고 말씀하시지.. 안쓰럽게...)"
"병무청에 다니는 아가씬데, 나이는 서른이고, 공무원 시험 보느라 스물 여덟에 취직해서 2년 돈 벌고 이제 결혼하려구 한댄다. 집안 일을 도맡아 한대지 아마.. 살림은 잘할거래드라.."
"아.. 그 아가씨. 맏며느리 감이네..."
"그치?"
"응, 아가씨 참하네... 누가 그래?"
"응, 저쪽 사는 XX 엄마가.."
"에이.. 아는 사람한테 소개받았다 싫으면 어찌 거절해.. 안할래.."
"......"

하여, 하루가 "국수"로 시작해서 "결혼"을 거쳐 "소개팅"으로 끝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어제 뜬금없이 은숙이 녀석도 소개팅 안하겠느냐고 물어보던데...
항상 솔로가 되면 이렇게 선, 소개팅이 몰려드는 시기가 있다.. ㅎㅎㅎㅎ

이걸,
"그래, 아직 죽지 않았어!"로 받아들이고 기뻐해야할지.
"이런, 벌써 그런 나이가 되버린건가..."로 받아들이고 슬퍼해야할지...

문제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는 건데, 낸들 어쩌라구..ㅎ
요런 시기를 거치고 나면,
누군가 짠! 나타나던데, 이번에도 그럴라나??
생각해보니, 나의 연애 전력대로라면 짠! 할 시기가 되긴 됐다...ㅎㅎㅎ

뭐 시간에 맡겨 놓을 수밖에...

그나 저나, 천안의 J군이 딱 내 29때 모습인데...
지금 못가면 완전 못갈텐데..ㅋㅋㅋ
어서 후딱 참한 처자 한 명 만나 알콩달콩의 꿈을 이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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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루비 2008/08/21 00: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누들" 덕분에 검색타고 들어왔다 블로그 구경하게 되었네요.
    이 포스팅 완전 공감 백배입니다.
    그래도 어머닌 귀여우신 편. 소개팅 이라니... ㅋ

    좋은 인연 만나시길... 그리고 누들은 정말 개봉관이 적더군요. 심지어 상영 기간도 짧아요.
    꼭 봐야 할터인데요. 찍어둔 영화거든요 ^^

    • 차이와결여 2008/08/21 10:09  address  modify / delete

      후후후. 반갑습니다.
      귀여우시다 못해, 항상 소녀같으신 편이에요..저희 어머닌ㅋ

      완전 공감하신다니 역시 적령기이신 것 같은데 블루비님도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래요. ^^

      '누들'은 꼭 보셨음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은 평을 올려주시는 걸로 봐선 아마 지금 상영이 끝나도 어디선가 다시 할 것 같거든요...

      좋은 영화도 함께하면 더욱 좋죠..
      방문감사드리고 좋은 하루보내세요~~

  2. 비밀방문자 2008/10/26 04: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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