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피곤해도 머리는 맑아지고 있는 요즘.
아침 저녁만큼 날씨가 선선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선, 선선, 하니까..

왠지 '순두부'가 생각나고, '순두부'보다는 역시 '초당두부'라는 생각이 들면서,
올해는 속초에 못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무턱대고 들이밀 때쯤. 한 번 다녀와 주셔도 나쁘지 않을 듯..

허긴,
몇 년 전부터 계획했던, '내장산' 단풍놀이는 이번에도 못가면 5년째 계획만 잡는 것 같기도 하다.

졸업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오며 잠깐 들렀던 '내장산' 국립공원 초입의 단풍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내 두눈을 뻘겋게 물들이고 있는데 말이다.

오늘은, 점심시간 식당에서
읽다만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잠깐 내려놓고 밥을 먹고 있으려니까

앞자리에 앉으신 한 선생님께서 그러신다.

"좋겠다. 책 읽을 여유도 있고......"
"샘~, 책은 여유있을 때 읽으면 절대 못읽잖아요. 시간 내서 읽는 거죠."
"그래도 시간이 나기도 하니까 좋겠다구."

뭐 그분은 고3담임이기도 했고,
그 말의 뜻이 뭔지는 잘 알지만, 속으론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나도 시간이 나서, 여유가 나서 책을 들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건 괜히 지기 싫은 마음이 들어서 그랬다기 보단,

이유야 어찌 됐든,
의도적으로 목록을 만들고 순위를 정하고 한 권씩 독파해가면서,
한참 불붙고 있는 나의 독서열이 한가로움이나, 여유로움과 같은 쉬운 단어들로 치부되어 버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나도 나름 바쁘단 말이에욧!!)

뭐 여튼,
의도적으로 책을 읽다보니, 책 읽기가 즐거워지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된다.
항상 곁에 책을 지니고 다니다가 시간만 나면 책을 펼치게 되고,
운전을 하면 책을 읽을 수 없으므로,
다소 멀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고,
지하철 환승역 같은 경우에는 걸으면서도 읽고,
자꾸만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더불어,
걷기까지 좋아져서
걷기문화 운동이라도 펼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걷다보니,
얼마동안 못보고 지나갔던 많은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는 것도 느끼게되고,
그간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지 못하던 길거리의 많은 먹거리들이
눈에 들어와 참아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책을 읽는 다는 건 장점이 참 많은 일이라는 걸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고 실천한다.

허나,
집에 있는 책들을 다 읽고 사야지 하고 맘먹었지만,
자꾸 자꾸 지르게 되는 나의 손모가지는 좀 자제시켜야 할 듯.

여튼,
가을도 좋고, 책 읽기도 좋고, 모든게 해피한 하루 하루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사색하고, 더 많이 깊어지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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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forest 2008/10/04 23: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독서중독증 중증이신듯 ㅎㅎ
    저도 뭐라도 읽지 않으면 불안해져, 친구집에서 화장실 갔는데 책이 없으면, 샴푸통이라도 읽는답니다

    • 차이와결여 2008/10/05 00:29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너무 너무 반가워요 'rainforest'님.


      'rain'님도 저 못지않은 중증이신군요??? 저도 읽을 게 없으면 여행용 휴지에 있는 '공산품 품질표시'까지 읽는 경우가 허다 하거든요 ^^.
      강도 17, 뭐 이런거까지요.ㅋㅋㅋ


      정말 반갑습니다.
      밑천이 바닥날 것 같아 불안한 요즘, 종종 들러서 좋은 책 추천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