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텐>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 출처 - 다음 (www.daum.net)



When : 2008년 9월 15일 20시 40분
Where :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 ECC내)
(★★★☆)


  '텐텐'이라는 말의 뜻은 우리가 쓰는 한자어 '轉轉'의 일본식 발음으로 '여기저기를 옮겨다니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 말의 '집과 학원을 전전했다.' 할 때의 '전전'인 것 같습니다.

  뭐 암튼,
  '미키사토시' 감독 작품이고,
  나는 그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너무나 재밌게 봤고,
  전작이면서 '오다기리 죠'가 출연했던 <인더 풀> 또한 유쾌하게 봤기 때문에 망설임의 이유가 없었습니다.

  뭣보다 이야기의 소재는 매우 참신하면서 엉뚱함으로 이끌고 가는 감독 특유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맘에 들기도 하고,
  '미키 사토시' 감독의 영화라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3총사 (4총사라고 해야 할까요.),
  '마츠시게 유타카' , '이와마츠 료' , '후세 에리', '키시베 이토쿠'의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좋습니다.
이와마츠 료, 후세 에리, 마츠시게 유타카

좌측부터, 이와마츠 료, 후세 에리, 마츠시게 유타카 (이미지 출처 - 다음)



  <텐텐>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
  '후지타 요시나가' 라는 사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영화가 개봉하면서 동명의 소설이 출간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모르는 작가의 작품이라 읽진 않았죠.
  여기 저기 블로그를 돌아다녀 보니, 원작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연애사는 그냥 부차적일 뿐입니다. 다음은 줄거리.

  84만엔의 빚을 지고 있는 도쿄대생 '후미야(오다기리 죠)'는 청부업자 '후쿠하라(미우라 토모카즈)'의 방문을 받고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합니다.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후미야'는 어디 하나 비빌 구석도 없어 고민하던 중, '후쿠하라'가 나타나 뜻밖의 제안을 하게 되는데요.
  100만엔을 줄테니 자신과 행동을 같이 하자는 것이 바로 그 제안이죠. 기한은 3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면 분명히 100만엔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후쿠하라'에게 반신반의하는 '후미야'는 이렇게 말하죠.
 
  "행동을 같이 한다는 게 뭐죠?"
  "도쿄산책"

  며칠 전, 바람을 피운 아내를 홧김에 때렸는데 아내는 죽어버렸고,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에 자수를 하기 위해 가장 큰 경찰서가 있는 '카스미가세키'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한 '후쿠하라'는 본래 아내와 걷던 도쿄거리를 누군가와 같이 걷기로 정하고 '후미야'에게 제안 한 것.
  울며 겨자 먹기로 '후미야'는 따라나서게 되는데....

  도쿄 거리를 산책하며 만나게 되는 소소한 사건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들이 함께 어울어지며
잘 정돈된 거리의 모습, 골목길들, '후미야'와 '후쿠하라'의 사연들이 정겹게 풀려나갑니다.

  어찌보면, 두 인물은 모두 외로움을 가슴에 담아 놓은 사람들인데요.
  '후미야'는 부모 없이 자랐고,
  '후쿠하라'는 진정 아내를 사랑했지만, 결국 마음이 닿지는 못한 사람이죠.
  그들은 자신의 그런 외로움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관조하듯 무심하게 상대에게 이야기 하고, 상대방은 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러면서 어느 덧 둘의 사이는 전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지만,
  '미키사토시'감독은 그런 변화마저도 세세하게 그리는 것을 원치 않은 듯 합니다.
  그냥 이야기하고 관객은 느끼고,
  이런 방식의 이야기를 추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미야'의 한 마디가 머리에 남았는데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서서히 다가온다, 그러나 불행은 터무니 없이 빨리 다가온다."

  저 한마디에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볼 거리는,
  도쿄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며 만나게 되는 '주전부리들'입니다.
  아주 소시민적인 음식들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면, '닭꼬치', '레몬맛 푸딩', '카레라이스' 뭐 이런 평범한 일상의 음식들이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에 기억되어 있는 길거리의 음식들, 어머니가 정성가득 담아 해주시던 음식.
  그것이 다름아닌 우리의 '행복' 아닐런지요..

  암튼,
  중간 중간 에피소드처럼 끼어드는 '미키 사토시' 3인방들의 감칠맛나는 애드립 연기들도 재미나고, 능글맞게 연기하는 '오다기리 죠'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결말과 마주하게 될 땐,
  "아, 행복이 멀리 있는게 아니었지" 하면서,

  '사소함으로 다가오는 행복' 의 깨달음을 얻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다소 심심하게 보일 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사소한 일상을 포착해내는 감독의 눈길 만큼은 뛰어난 영화.
  커다란 감동이 아니어도 소소한 즐거움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추천!

<텐텐> 티저 포스터<텐텐> 티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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