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날씨는 어제 오늘 또 서늘하고 추워서 진짜 봄날이 온건지 아닌건지 헤깔리지만, 주위 사람들이 꽃놀이를 다녀오고 사진도 찍고, 하는 걸 보니 봄은 봄인 것이겠죠..

  저는 벚꽃보다는 목련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를 따라 쭉 심어져있던 목련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때문이겠지만,
  맛으로 치자면 벚꽃은 달콤한 사탕같고,
  목련은 시원한 샤베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여튼, 제가 다니는 학교에도 목련이 몇 그루 있는데, 만개하다 못해 활짝 벌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내일 비를 맞고 나면 전부 떨어져버릴 것 같은데,
  목련이 가진 밋밋하고 심심한 줄기, 잎 보다 훨씬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 홀딱 떨어져버린다는 것, 그것도 꽃에겐 황금의 시간이랄 수도 있는 봄을 한참이나 남겨두고, 푸르른 잎들이 무성할 여름이 오기도 전에 마치 가을처럼 후두둑 떨어져 버린다는 것이 왠지 제겐 처절해보입니다.

  어쩜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목련이 처절하게 떨어지는 것은 봄이고, 봄 중에도 4월이고, 4월은 언제나 그렇듯 쉽지 않은 날들이니까요..
  꼭,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봄을 타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4월은 뭔가 봄이랄수도 겨울이랄수도 없는 애매모호함 속에, 항상 불안하고, 불안정 했던 것 같습니다.

  감정에 실려서 하루하루를 보내기 일쑤고,
  때론 감정의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너무나 바빠서, 영화 한 편,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이 4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덜 우울하고, 불안하기는 합니다만, 나를 위해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지나고서 생각해보니,
  작년은 제가 많이 외로웠던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라고 얼마나 달라졌나 싶긴 하지만,
  저는 스스로 무언가에 약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감정을 오버하고, 일부러 즐거운 척하고, 무슨 일인가를 만들려고 하면서, 속으론 끊임없이 자신의 그런 모습을 부정하는, 약해진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면이 있어서
  작년엔 괜히 더 쿨한 척, 대범한 척 했었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누구나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건데,
  괜히 센 척,  나는 외롭지 않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네요..

  그러다보니,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뭐 죽을 만큼 힘든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심리적 압박이 서서히 나를 짖눌러왔던 것 아니겠습니까..

  산다는 게 별게 있는 것이 아닌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되는 것인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사는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깨우쳐야 할 것을
  또 교만하게
  이쯤이면 어느 정도 다 알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건방을 떨었네요..

  겸손해지고, 담담해져야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쭉 하다보면,
  저도 살아오면서 나름 상처를 많이 받고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건 너무 긴 이야기 이므로 다음에.. ㅎㅎ

  아직, 바쁜 나날들이 한참이어서, 블로그가 잦아진다고 다짐은 못드리겠지만,
  서서히 정신을 차려가고 있으니, 곧 나아지겠죠..

  저는 괜찮습니다.
  다들 무사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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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1/04/27 0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살아있어요~~^^ 출첵해요~~^^

  2. clovis 2011/04/27 20: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무사합니다~
    오랫만입니다 차이와결여님ㅎㅎ

  3. 카르페 디엠 2011/05/02 15: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무심코 즐겨찾기를 훑어보다 '속삭속삭'을 보고
    마치 책장 사이에 꽂아놓고 잊어버렸던 편지를 본 것처럼
    반가워서 들어왔네요^^
    그런데 마지막 들어왔던 때랑 별반 달라진 건 없어요 ㅋㅋ
    목련꽃 그늘 아래서 '속삭속삭'의 글을 읽노라~~

    • 차이와결여 2011/05/02 19:56  address  modify / delete

      문학적이셔요.. ^^

      우울하고도 괴로운 4월을 보내느라 좀 버벅거렸댔죠..

      이제 많이 회복됐으니 점차 나아져야겠죠..

      말이라는게 참 이상해요..

      하면 할수록 내것이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고, 또 부질없기도 하고,
      말이든 글이든..
      그렇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나봐요...
      그러다간 또 나아지고...
      그러다가 또 헛소리도 하고.. ^^

      여튼, 여러 가지로 복잡한 기분을 살다가,(혹은 봄을 타다가)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있답니다..

      잘지내셨죠??

      목련꽃 그늘 아래서, 저도 속닥속닥 이야기를 들려드리고만 싶습니다. ^^ 진!심!

  4. anne 2011/05/05 17: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차이와 결여님!
    오랫만에 들어왔네요.
    가끔씩 들어와서 글을 읽어보곤하는데
    오늘은 목련과 벚꽃 얘기네요.
    우리동네에도 목련은 다지고 벚꽃도 다진것 같네요
    바쁘게 사는 중에도 벚꽃과 목련구경은 동네에서 한번해봤습니다.
    이제 진짜로 세월가는 느낌이 드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4월의 노래는 불렀어야 되는데
    잊고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4월의 노래보다는 한창인 5월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맞아야겠습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차이와결여 2011/05/07 09:54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 'anne'님..

      바쁘신 와중에도 꽃보기를 잊지 않으셨다니 다행입니다.

      4월은 여러 모로 답답한 날들인 것 같아요.
      왜인지 모르지만 괜한 제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었으니, 또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지겠죠..

      언제나 희망은 삶의 또다른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셔요. ^^
      건강하시구요..

  5. 비밀방문자 2011/05/29 18: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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