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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막 커피를 내려왔습니다.
  참 심란한 책상이네요.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집에서 일을 붙잡고 있답니다.
  나는 교산데, 집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붙잡고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농담삼아

  "나는 일을 몰고 다니는 사람인가벼..."

  라고 푸념을 하고는 하는데,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주위의 진단을 들어보면 대부분 꼼꼼한 제 성격 탓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일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땐 저는 정말 일을 잘하지 못하거든요..게다가 게으르기까지한데 말이죠...
  다만,
  열심히 일해놓고 욕먹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고로, 기왕 하는 거면 깔끔하게 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요령도 없고, 머리도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주구장창 일만 하고 있을 수밖에요...에공..
  제가 원한 '비담임'의 삶이 이런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교육청에서 하는 각종 공모전(창의적 체험활동 모범학교, 차세대 나이스 연구 동아리... 등등)은 왜 하라는 것이며, 평소엔 6월 말이나 되어야 보고 하는 내년도 교육과정을 왜 하필 내가 업무를 맡으니 3월말에 제출하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는 없지만,
이것도 운명이 아닌가... 하고 체념하고 있답니다...

  이번주 금요일까지 보고 되어야 할 공모전이 하나, 교육과정 보고가 하나, 다음주 금요일까지 보고되어야할 것이 또하나, 공모전도 또하나...
  틈틈히 발생하는 잔일거리들과 수업 준비... 참으로 어처구니없습니다.

  어제는 대학원에 가서 논문자격시험을 보고 왔답니다.
  작년에 봤던 건데, 전공은 통과했지만 외국어 시험에서 낙방을 했던 관계로... 올해 다시 보고 말았는데요.. ㅠㅠ
  한 번 떨어졌더니 어찌나 압박감이 심하던지, 금요일날 새벽까지 공부하고 내려가서 시험을 보았다죠.. 역시 저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ㅠㅠ
  다행히 시험은 그럭저럭...
  대학원에 간 김에 지도교수님을 만나 뵙고 논문 방향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여쭙고 올라왔습니다.

  몸도 피곤하고 논문 압박에, 업무 압박에...
  힘이 덜 들려면 어제라도 조금씩 뭔가를 해놨어야 했는데, 오늘 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쓰러져서 잠들었습니다.
  일찍 잠들어서인지 오늘은 일찍 일어났는데요. 우... 그간 몇 주를 청소를 안 한건지 방안에 먼지가 가득하더군요..
  아침을 챙겨먹고 부랴부랴 털고 쓸고 닦고...
  먼지를 한 바가지는 털어냈을 것만 같은...
  그러고 나니 맥이 빠져버렸어요...

  나는 이런 황금같은 휴일을 도대체 뭔짓을 하면서 살고 있는건지..
  일 따위는 모두 던져두고 영화나 보러 나갈까했지만, 그러면 또 한 주를 빡시게 살아야한다는 걸 잘 알기에... 눈물을 참고 나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겠는지라, 밥도 앉히고,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하루 동안 먹을 밥과 다음 주에 살아갈 양식들을 준비하고 자리에 앉았더니 시간이 벌써 저녁이군요...

  삶이 참으로 팍팍합니다.
  일도 일이지만, 비담임이 되고 났더니, 자율학습 감독이며, 아이들과의 실랑이며, 학부형들과의 전화통화 같은 것은 없어져서 좋은데, 여러 가지 수당들이 빠져나가서 월급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아껴 살아야할 듯..ㅠㅠ

  아.. 여러 가지로 숨통을 조여오는 것들에 끊임없이 계획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아요.. 그런 불안감이 있는 하루하루입니다..

  3년 전이었나요...
  막 블로그를 시작하던 그 즈음에는, 너무나 시간이 많아서, 잡생각이 너무나 많아서, 자꾸 깊어만가는 생각에 뭔가 정리를 해야할 것만 같아서 그렇게 블로그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인데 말이죠...
  영화도 많이보고, 책도 많이 읽고, 공연도 많이 다니고,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말이죠...
  결혼을 해서 처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인이 있어서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갈수록 제 삶은 바빠져만 갈까요...
  그 이유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번달만 잘 버티면 조금은 편한 날들이 오지 않을까요.. ㅠㅠ
  부디 모두 '안녕'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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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1/03/28 04: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공모전 이름이 후덜덜한데요...

    차세대 나이스 연구 동아리? 창의적 체험 활동 모범학교?

    에구... 학기초인데 힘드시겠네요. 그래도 힘내시고요!! 화이팅^^

    • 차이와결여 2011/03/28 16:34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완전 거창하죠?

      뭐 어차피 우리 학교는 사립인지라.. 저런 공모들이 채택되긴 완전 어려운데 말이죠...

      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서도, 기왕하는 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ㅠㅠ

      아.. 여유로운 삶이 나를 찾아주었으면 좋겠어요...

  2. 비밀방문자 2011/03/28 19: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11/03/28 23:11  address  modify / delete

      어쩐지 그런 것 같더라니.. ㅎㅎㅎㅎ

      이거이거, 내가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다니 완전 행복하잖아!!

      축하 파뤼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드뎌, 우리의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진건가? ㅋ

      괜찮아, 더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

      빛나는 청춘이여 영원하라~~

  3. anne 2011/03/31 16: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이와 결여님 안녕하세요.
    가끔씩 들어와서 글을 읽곤 하는데 오랫만에 글을 남깁니다.
    글자체가 좀 좋지 않아 읽기가 조금 어렵네요.
    건강하시고, 더 좋은 일 많으시기를 바랍니다.
    더욱 행복하세요.

    • 차이와결여 2011/04/01 16:31  address  modify / delete

      아~ 안녕하세요. ^^
      잘 지내셨죠?

      가끔 들어와서 글을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글자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같은 글씨체인데 말이죠..

      아마도 'anne'님 컴퓨터 설정이 달라졌나봐요...

      기본 폰트는 '맑은 고딕'체이구요. 그체가 없으면 굴림체로 나올거에요~~

      항상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4. 클라리사 2011/04/02 06: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자~ 심호흡 한번 하시고.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시고.
    화이팅입니다^^

    • 차이와결여 2011/04/26 09:08  address  modify / delete

      무려 24일만의 답글이네요..죄송해요..

      진작 봤으면서도 지금은 답글을 달 때가 아니라는 생각만 했었답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혼란된 시간을 보내면서 무언가 정리가 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클라리사'님이 써준 댓글을 수시로 보면서 화이팅도 하고, 담배도 보고 했답니다.

      늦었지만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