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메인 포스터
* 2010년 10월 27일 (수) 20시 40분
* CGV 동수원
(★★★☆)
우연히 영화 포털사이트를 헤메다가 발견한 기묘한 글자의 기묘한 포스터 <할>
다소 도발적인 포스터 카피는 '부처와 예수가 드디어 만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대로 종교를 공부해본 적은 없었지만, 오래 전부터 '선(善)'과 '내세'의 관계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지요.
'내세'라는 것이 정말 있는지, 아니면 윤회를 하는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건지 아직 죽지 않아봐서 잘모르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에 의해 내가 이세상에 나게 되었으면 최대한 선하게 살다가 죽어서 죄가 없으면 '내세'에 가든, 윤회를 하던지 하면 되는 것이고, 죄가 있음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루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결국, 인간은 자신들의 종족보존을 위해서 '선'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화라고 불리우는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종교'도 인류가 개발한 하나의 문화이므로 '종교' 역시도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종교'의 근본적인 목적 역시도 인간이 잘살고, 선하게 살고, 그런 문화를 후세에 자자손손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튼,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고, 그러한 종교들도 저마다의 교리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종교가 낫고 어느 종교가 못하다는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모든 종교의 핵심적 원리, 교리에까지 닿아가게 되면 결국은 '선'이라는 개념으로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지요.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제 생각은 정말 단편적이고, 무모한 생각일 수밖에 없을음 압니다. '종교'가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되거나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니까요...
여튼, 평소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부처'와 '예수'는 등가적(等價的) 인 의미였습니다.
제가 <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히 그런 저의 생각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든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본 영화 <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저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부처를 만날 수 있습니까' 존재의 의미를 찾아 구도여행을 떠나는 '우천'
영화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자란 '우천(조용주)'은 자신의 존재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존재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을 품습니다. 같은 고아원 친구였던 '미카엘(안홍진)'은 신부, 수녀님들의 가르침대로 착실하게 커서 '신부'가 되었지만, 훨씬 알고싶은 것이 많았던 '우천'은 방황을 하게 되고 결국 출가를 결심하게 되죠. 절에서 '큰스님(우상전)'을 만나게된 '우천'은 부처를 만날 수 있는지를 스님에게 물어보게 되고 '우천'의 근기[footnote]근기(根氣) : 근기는 사람이 가진 종교적인 소질이나 능력을 뜻하는 말로 근은 물건의 근본이 되는 힘이고, 기는 발동하는 뜻이다. 근기는 사람마다 타고난 정도가 다르므로 근기가 높은 사람은 교법을 받는 성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footnote]가 남다름을 안 큰 스님은 '우천'과 함께 화두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우천'의 깨달음의 길을 함께 따라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문제는 그 깨달음의 과정이 선문답이라는 겁니다. 여타의 불교 영화에서는 그런 선문답에 대한 수행자의 깨달음을 영화적 내러티브에 의해 형상화하여 보여주려고 했었습니다만, <할>에서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마저도 수행자의 입장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합니다. 물론, 불교적 구도의 과정이 단 몇 가지의 화두로, 혹은 2시간도 안되는 짧은 과정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겠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보면서 서서히 큰 스님의 선문답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우천'의 모습에 마음 속으로 '옳지, 옳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옳지, 옳지'의 표현은 등장인물에 대한 깊은 이입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겠고, 막연하게 나마 화두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우천'의 수행을 따라 관객들도 어렴풋하게 실마리, 또는 힌트 같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근기가 높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체험'이 빠진 깨달음이란 죽은 지식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일테죠.
그래도, '우천'에게 던져졌던 화두가 곧 관객들에게 던져진 화두이고, 그 화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했다는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영화는 화두를 던져 놓고 관객에게 생각해보도록 상징적 의미의 영상을 보여줍니다.
<할>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독특한 점 중에 또 다른 한 가지는 영화를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나누어서 각 장마다 검은 바탕에 커다란 글씨로 새로운 화두가 시작됨을 알려주는데, 그러면서 성경의 구절들에 친절하게 밑줄까지 그어가면서 불교적 깨달음과 성경의 교리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려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일도 없고, 불교에 대해서도 문외한에 가까워서 어떤 장은 잘 들어맞는 것 같고, 어떤 장은 잘 모르겠고 그랬지만 아마 제대로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또, 영화에서는 겨우 1박 2일의 시간이지만 큰스님과 '우천'이 '화두여행'을 가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철원', '오대산', '통도사', '안면도' 의 모습들이 어느 영화에서 본 것보다도 예쁘고 아기자기 했습니다. 아마도 해외 영화제에 출품되면 그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어필 될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아름답더군요. 나중에 찾아봤더니 감독님이 CF감독 출신(윤용진)이었습니다.
영화기법적인 측면에서도 <할>은 실험적입니다.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할>에는 일러스트 애니매이션도 잠깐 나오고 중간에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그것은 또 다큐멘터리의 삽입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영화의 본래의 이야기와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도대체 영화인지, 연기인지, 구분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 모든 것이 영화의 주제를 제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감독의 치밀한 계산과 고민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님의 가르침 속에 깨달음의 실마리를 찾게 된 '우천'은 친구 '미카엘'을 만나러 가는데, 처음 출가를 이야기할 때 반대하던 '미카엘'과 반갑게 얼싸 안으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뒷모습은 결국 모든 것은 하나라는,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었고 또한 모처럼 우리 나라 영화에서 만나게 된 흐뭇한 영화 장면이었습니다. 조금은 작위적이기도 하고, 기독교적 깨달음의 과정은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좀 허전한 감은 없지 않지만, 나중에 '카톨릭'의 입장에서 불교와의 교리를 비교하는 연작 형태의 영화가 나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관람했던 때가 이미 개봉한지 좀 지난 뒤였고, 이제 곧 극장을 내려가게 될 터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올해 발견한 문제작 중 한 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본래, 신부님과 스님들은 친하시죠. 함께 어깨동무를 하려는 모습이 어색하지않고 진정한 융합을 이루는 불교적 '원융'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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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이지만 그안에서 감독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느낄수 있어서 보고난뒤 참 뿌듯했던것 같아요. 무엇이든간에(인간관계부터 사회생활까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면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런것들이 어쩌면 저에게는 평생 숙제로 남을것 같다는...^^;
아마 영화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천스님의 마음처럼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저는 그랬음^^)
근데 왜 기독교가 아닌 천주교를 택해을까요? 음, 스님과 어울리는 사람이 목사가 아닌 신부여서 그랬을까요? 음.....(딴지 거는건 아니고 순수한 의도로 물어보는거에용..)
뭐, 암튼..안뇽히 주무세요...
글쎄요...
아마도... 고아원을 운영하는 곳이 개신교보다는 카톨릭이 더 많아서 처음 설정상 그랬을 것 같고,
괜히 개신교 쪽을 건드렸다가, 개신교 쪽에서 '불교보다 못하다는 것이냐'와 같은 시비를 걸어올지도 몰라 걱정했을 수도 있고요..
원래 큰스님들과 큰(?)신부님들은 서로 강연도 해주려 다니시고 서로서로 친하잖아요.. 후후..
타 종교에 대해서도 덜 배타적이시니까.. 그런거 아닐까 싶네용..
저도 잘은 몰라요..(빨리 감기나 나으세용.)
포스트를 읽기만 했는데도..하품이ㅠㅠ
저는 근기가 제로인가봅니다ㅋㅋ
나름 법명도 받았는데, 우째 이런 일이.
ㅋㅋ
제 글 솜씨가 없는 탓이겠죠.. ㅠㅠ
아.. 재밌는 영화인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의 리뷰를 올려야 하는뎅... 오늘 야자 감독 시간에나 해야겠네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