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을 긍정하는 일
  가끔 '인간''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생긴다.
  굳이 구분하자면,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포함한 관계자()로서의 사람을 말하며,
  '사람'이란 '동물'과 대비되는 유기체(有機體)로서의 인류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가 보통 지칭하는 '사람' 또는 '인간'이라는 말은 관계자로서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의 '사람'을 믿는다. '인간'을 긍정한다.
  사람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믿고, 인간의 성선설적 입장을 지지한다.

  하지만, 개별적 유기체로서의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사람과 인간이라는 말이 개별적 유기체의 의미가 아닌 흔히 사용되는 것처럼 '관계자'의 의미를 포함하려면, 당연히 개별적 인간은 사회관계를 고려한 말과 행동을 하여야한다.
  하지만, 개개의 인간은 나약하다. 개개의 인간은 다른 인간과 소통하지 않고는 관계를 이룰수 없다.
  그러나, 때때로 인간들은 관계자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자신의 편의와 안락을 추구하기가 쉽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그것이 물질적 희생이든 정신적 긍정이든 한 개별자에게 인간적 호의와 선의를 표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최대한 그러한 아름다운 태도를 견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가끔씩 그런 나의 태도에 회의를 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는데도, 악의를 품고, 위선적인 태도로 대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대하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행동과 상관없이 나의 태도는 유지되어야 하겠지만, 나 또한 한낱 나약한 개별적 유기체이기도 하므로 화가 나고,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다스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긍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살아야 할텐데...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화를 다스리는 법을, 타인을 타인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싶다.
 


2. 불안
  농담처럼 던져진 '불안한 것 다 안다'는 P양의 말에 깜짝놀라고서 집어 든 책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다.
  역시나 '알랭 드 보통'은 철저한 사유와 자료수집과 해박한 지식을 잘 뒤섞어 그만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100페이지 가량 남았으나, 이미 결론은 난 것과 같으므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불안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며, 사회적 지위라는 것도 자신의 삶의 이유와는 별 상관이 없는, 권력이나, 사람들의 시선, 혹은 사회적으로 그렇다고 여겨지는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마음 깊은 곳의 소망에 좀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또한,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혹시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무비판적으로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것..

  좋은 말이다. 맘이 편해진다.

  모든 두려움은 귀신놀이와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귀신이야기...

  친구 네 명이서 산으로 놀러를 갔단다.
  날이 어두워서 잘만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폐교를 찾게 되었고 그럭저럭 허름하지만 아늑한 교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준비해온 촛불을 켜놓고 진실게임 같은 것을 하면서 신나게 놀다가 자려고 누웠는데,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더란다.
  그때, 한 친구가 너무 무서우니까, 차라리 땀을 흘리게 놀다가 지쳐서 잠드는게 낫겠다고 제안. 친구들 모두 동의.
  그래서, 네 친구는 방의 각각의 모서리에 서서, 한 사람이 벽을 따라 달려와 앞 사람의 등을 건드려주면, 다시 그 앞 사람에게 달려가서 등을 건드려주고, 그 다음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전달... 이런 식으로 몇 바퀴를 깔깔대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신나게 달렸고, 한참을 재미게 놀고, 땀이 난 친구들은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자리에 누웠단다.

  그런데 처음 놀이를 제안한 친구가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그랬단다..

  "애들아, 방에 우리 말고 누군가가 있어.."

  그렇다.. 이야기를 적는 나도 지금 좀 오싹하다..
  두려움이란 그런 것이다.
  인식하지 못했을 때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두려움은 찾아온다..

  불안도 일종의 두려움이므로, 불안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불안할 수가 없다.
  불안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불안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굳이 불안을 인식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그게 좀 덜 계획적이고, 어느 한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뒤쳐지더라도,  아무렴 어떤가. 그들 또한 나보다 무언가 뒤쳐져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그들보다 누리고 있는 나만의 시간이 많지 않은가.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면, 혼자가 아닌 둘이어도 외로움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소중한 시간을 소중히 아껴쓸 수 있어야겠다.



3. 맥주
  맥주가 땡겨서 '하이네켄''오징어'를 사왔다.
  내일도 술을 먹을 텐데..
 
  진짜 먹고 싶은 건, 사케와 오뎅이다...나는 여전히 사케와 오뎅을 못먹었고, 지나는 길에 오뎅이 보이면 오뎅만 죽자고 사먹고, 사케가 땡기면, 맥주만 죽자고 사먹는다...

  아... 사케와 오뎅...
  맥주나 마셔야겠다.
 

덧붙임 : 설마, 위 귀신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없으시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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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0/10/13 07: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뎅과 사케 기막힌 조합이죠 ㅠㅠ
    유럽에선 정말 어려운 조합이기도 하고요.

    불안... 한국을 떠나기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참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약한것 같아요^^;
    그치만 편하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불안이 덜해지겠죠?

    • 차이와결여 2010/10/13 11:15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렇겠군요.. 유럽에선 불가능하겠네요..
      혹시 어디 스시집에 가면 있지 않을까요?? 근데 비쌀 것도 같습니다. ㅎㅎ

      불안을 떨치는 방법은 모든 걸 놓아버리는 방법이 정답일 것 같아요..
      하지만, 알고서도 쉽게 못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

      열심히 수련중입니다. ㅎㅎ

  2. clovis 2010/10/13 21: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귀신이야기 뭔지 모르겠어요... ^^;;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혹시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무비판적으로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것'

    맞는 말인데, 어려운 말이네요 ..

    그 여성분은.. 에휴...
    결국 한 2번정도 더 만나긴했는데.. 제가 너무 소심했나봅니다...
    다시 무적의 솔로부대로 돌아왔습니다... ^^

    • 차이와결여 2010/10/14 09:30  address  modify / delete

      ^^

      귀신이야기가 제 설명이 부족한 것이겠지만, 말보단 그림을 그려놓고 설명해야 빠르거든요..

      4명의 친구가 방의 4 귀퉁이에 한 명씩 서서 한 친구 먼저 출발을 합니다.
      그 사람이 앞 귀퉁이의 사람의 등을 쳐주고 그 자리에 머무는 거죠. 그러면 등을 맞은 사람이 다시 출발해서 그 다음 귀퉁이의 사람의 등을 치고 그 자리에 머물고...

      이런식으로 진행을 하는 건데요.

      이 놀이가 불가능한 이유는
      맨 처음 출발한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게 되기 때문이에요.
      첫 출발자는 누가 등을 쳐준 것이 아니니까. 그 자리에 머물 사람도 없는 거죠.

      즉 결론은 친구들 4명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첫 출발자의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4번 째 친구가 다가와 등을 대주어서 게임이 계속 되었다는 것입니다.

      5명이 필요한 게임이라는 거죠... (아.. 설명이 더 복잡해.. ㅠㅠ)

      여튼,
      솔로부대로의 귀환은 환영할 수가 없잖아요 ^^;;;

      어서 탈출하시길..

  3. 우연 2010/10/15 15: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정종집 좋아하는 여인으로서 아아아~ 아주아주땡기는걸요~! ㅎㅎㅎ

    • 차이와결여 2010/10/15 15:53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
      저는 그제, 정종집에 갔었답니다..
      친구 생일 파티인데, 제 뜻을 따라주더군요...

      덥힌 정종을 얼마나 먹었는지..
      그런데,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주문을 해버려서 오뎅이 아닌, 해물 누룽지탕을 먹었다지요..

      아.. 오뎅과 사케의 길은 멀고도 멀어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