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

<호의 2007.04.16 Nikon D-50, Nikkor 18-55mm, f4.8, ISO Auto>



  "인간적 호감과 이성적 호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본래 어제 글을 쓰려고 했으나, 학부모 공개수업으로 인해 정신이 없어서 까먹지 않으려고 핵심문장만 적어두었던 것입니다.

  문장이 가볍지 않았는지 두 분이 덧글을 달아주셨네요. 그냥 이대로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몇 마디를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D

  요 며칠사이 꿈을 꿉니다.
  그야말로 쓰잘데기 없는 개꿈이어서 설명 드릴 것도 없지만, 딱 잘라 설명드리면 저는 꿈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합니다.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그 느낌이 참으로 좋은데, 매번 꿈마다 대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대상이 내가 현재 바라고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된 첫사랑, 혹은 그 다음 사람, 혹은 그 전 사람 뭐 이런 식인 거죠.
  어디에 사는 줄도 모르고, 뭐하고 사는 줄도 모르고,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는 사람들인데 왜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극히 현실적인 저의 무의식이 아무나 잡고 그런 감정을 나누지는 못하겠고, 그나마 아는 얼굴이 그 정도이니 무책임하게 제 꿈 속에 등장시키는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저와 사랑을 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어떤 손짓, 혹은 몸짓, 느낌을 가지고 '아, 이건 누구이구나..'하고 짐작을 할 뿐인 거죠..또 한 사람만도 아닙니다. 어제는 그사람 오늘은 다른 사람.. 뭐 이따구죠.

  그렇게 꿈을 꾸다 아침에 깨어나면 허무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겉으론 잊은 척 하지만 속으론 못 있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튼 자괴감 가득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마는 거죠..

  이럴 땐, 참으로 '프로이트'가 원망스러워요. 아니, '프로이트'를 저에게 알려준 사람이 원망스러운 걸까요. 이유야 어떻든 이런 상황에서는 제 무의식에 감춰져있던 욕망이 표출되는 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저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내가 지금 사람이 그리운 건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아쉬운 것은 없는 거에요. 한 마디로 미칠 노릇.. 그렇다면 도대체 이 꿈들의 정체는 무엇인가...하면서 한 명, 한 명 지난 날의 사랑들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결과야 어쨌든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들과 인연으로 끝까지 맺어지지 못했던 것은 20대라는 철없음에 기대어 '인간적 호감''이성적 호감'을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했던 저에게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인간적 호감''이성적 호감'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 딱 잘라낼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또,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사랑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아마도 두 가지의 '호감' 중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가, 상대방은 어떤 식으로 느끼고 있는가로 인해 접근방식의 차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두 사람 모두 두 가지 호감을 함께 가지고 만나는 것이겠지만, 저는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때론, '이성적 호감''인간적 호감'을 혼동하기도 했었고, 상대방은 '인간적 호감'이었는데, 저는 '이성적 호감'만 가득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에 능수능란했다면, 그런 사실을 재빨리 알아채고 적당히 절충해가며 타협점을 찾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저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으로는 잘 될 것 같긴 하지만, 모르겠네요.

  여튼, 요새들어서는 더더욱 두 가지의 호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적 호감'이 분명한 것 같기는 한데, 세상에 오로지 '인간적 호감'만을 가지고 이성을 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고, '인간적 호감''이성적 호감'으로 발전하지 말란 법도 없는데, 굳이 한 번 정해진 감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분명히 '이성적 호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바라보면 그냥 평범한 호감 일 수도 있더라구요.

  하여간 어려운 일입니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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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0/05/31 19: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자주 그러는데;; 정말 헷갈리지 않나요?

  2. clovis 2010/05/31 22: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계속 곱씹어보게 됩니다..
    인간적 호감과 이성적 호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
    참 .. 복잡합니다 ㅠㅜ

  3. 성* 2010/06/02 0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첫 글보고 난 또 오빠 연애 시작하나부다 했다...
    그럼 곧 국수도... 기대했건만...

  4. 카르페디엠 2010/06/05 15: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뭐..간단한 것 같은데요.
    저 사람과 키스가 하고싶은가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나요?
    내가 너무 동물적(?)인가ㅎㅎ

    • 차이와결여 2010/06/07 11:04  address  modify / delete

      앗!

      그렇게 간단명료한 방법이.. ㅠㅠ

      제가 요새 키스를 못해서, 그런 것이군요.. ㅠㅠ

      그치. 연애는 못해도, 키스는 하고 싶은게야.. 그런거야.. 흑흑..

  5. herenow 2010/06/07 23: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차이와결여님도 꿈을 그냥 넘기시지 않으시는군요.
    마음에 걸리는 꿈을 꾸면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답도 없는 고민을 저도 하곤해요.^^
    인간적인 호감과 이성적인 호감...쉽지 않죠.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인간적인 호감과 이성적 호감 모두를 느낄 수 있는 분에게 마음 활짝 여실 날이 곧 오기를 바랄께요. ^^

    • 차이와결여 2010/06/15 10:25  address  modify / delete

      ^^
      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왠지, 꿈은 그냥 넘기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 썩은 이가 후두둑 빠지고, 새 이가 나는 꿈을 꿨어요. 해몽을 찾아보니, 오래된 고민, 걱정 거리가 해결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그랬어요..^^

      왠지 꿈이라는 것이 맞는 것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