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르치는 녀석 중에 이뻐라 하는 녀석의 이름이 '이가인' 입니다.
'아르헨티나' 축구팀의 공격수 이름과 비슷하지요.
요샌, 월드컵 때문에 여기 저기 온통 축구 이야기 뿐인데요. 이 녀석의 이름이 '이과인'과 비슷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가 '그리스'를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멋있게 이겨주고,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기대가 막 부풀어 올랐을 무렵, 수업시간에 우연히 녀석의 이름이 나와서 제가 그랬죠...
"야! 이가(과)인!! 너 내일 골 넣으면 안돼!!"
"아이... 샘... 벌써 그 이야기 10번도 더 들은 것 같아요.ㅠㅠ"
네, 이미 저 말고도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했었더군요...
그때까지 저는 전혀 비슷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나서 말한 거였는데, 다른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나봐요... 이럴 때보면 제가 참 감각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암튼
제 제자 '이가인'은 정말 착한 여자아이 입니다. 선생님께 이쁨을 받는 아이이기도 하고 항상 웃은 표정으로 생활하기도 하는 들꽃같은 아이이지요..
간혹 수업시간에 옆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제가
"야! 가인, 너 자꾸 떠들면 노래시킬거야~~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메인 보컬이름이 '가인'이잖아요 호호)."
그러면, 어쩔 줄 몰라하고는 하죠.
저번에 중간고사를 보고 선, 문학 점수가 잘 안나왔길래, 공부 좀 해야겠다는 의미에서 그랬지요.
"우리 가인이, 문학도 못하고, 수학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고..어쩌니..."
물론, 장난 삼아 하는 이야기였고, 같이 웃고 떠들던 상황이어서 평소 같으면 그냥 '아이 선생님!', '담엔 잘할거에욧!' 정도의 원망을 듣고 넘어갈 일이었는데, 그 땐 스스로도 성적이 안 나왔던 것에 실망하고 있었는지..
"그러게요. 선생님..." 그러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게 아니겠어요?
좀더 조심스럽지 못했던 제가 잘못한 것이었지만, 평소같지 않은 갑작스런 상황에 적잖이 당황하면서 잘못했다고 사과하느라 진땀을 뺀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담부터는 '울보 이가인'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간혹 떠들면 "너 또 울린다~"라며서 잘 지내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전에서 '이과인'이 해트트릭을 하고 말았잖아요..
담날 녀석 반에 수업이 있어서 가서 또 원망스럽게 이야기 했죠
"야~~ 너 골 넣지 말라니까 아예 해트트릭이냐~~"
"그러게요. 선생님. 저 어제 문자 테러로 100통은 받은 것 같아요. 2대 0 때부턴 아예 핸드폰을 꺼놨어요. 호호호."
그러더군요..
그런데, 이번엔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이과인'을 제외하겠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우리에겐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이겨주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과인'이 출전하는 것이 더 좋은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또 '가인'이를 보자 마자 그랬죠.
"야! 이가인, 너 모레 왜 안나온다는 거야~"
"그러게요. 선생님. 저도 정말 뛰고 싶은데!!"
라면서 폴짝 폴짝 뛰더라구요..
귀여운 녀석...
저는 모레 새벽경기를 '오샘'과 같이 수원 월드컵경기장에 가서 응원하고 곧장 출근할 예정입니다.
이래저래 월드컵 때문에 즐거운 요즘입니다.
저번 주말에는 정말 한 1년 만에 주말 약속이 생겼습니다.
예정에 없던, 계획하지 않았던 약속이 생기니 정말 즐겁더군요.
그래서, 야호를 부르며 사람들을 만나고 놀았지요.
뭐 그렇게 대단한 일들을 하고서 논 것은 아니지만,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뜨문뜨문 속 이야기도 하고,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랬지요.
정말 편안한 사이들이어서 같이 술을 먹으면서도 정말 즐겁다고 몇 번씩이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때, 저도 살아가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으면서 살았었는데, 생각하는 것만큼 잘하지도 못했고, 때론 실망하는 부분도 있어서, 차라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나 잘해주고 살자는 주의로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나이를 들어가고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실리가 있는 관계가 아니면 잘하지 못하고, 그렇더라도 쉽게 맘을 터놓을 수도 없고, 때론 약점이 잡힌다는 생각도 들곤 하니까요.
그래서, 맘 편한 사이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좋은 사람들을 알게되어서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있어요.
저야, 장담할 순 없어도 당분간은 이런 상태로 지내겠지만, 그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테니까.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결혼도 하게되고 이래저래 또 바빠지면, 내가 기대했던 만큼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물론 반대일 수도 있구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혹시 내가 이런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진실로 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마치, 살아오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란 상처는 다 받은 사람처럼 생각한다는게 한심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문제점은 저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느새 마음을 닫는 법을 배워버린게 아닐까요?
문제점은 나에게....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여튼,
지난 주를 정말 즐겁게 보내도록 도와준, 앙알윤똥, 루이보똥에게 감사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보신다구요?!
정말 부지런하시군요... !
저도 볼거랍니다.. ㅎㅎ 하지만 거리응원은 못갈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집에서 5시에는 나가야하거든요.. ㅎㅎ
잘보고오세요!!
대~한민국!
거의 실시간 댓글이에요!! ^^
5시에 집에서 출발하신다니..정말 대단하세요..
그럼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시는 거에요???
저는 아침 뉴스 앵커들은 과연 몇시에 일어날까 궁금했는데,
혹시 뉴스 앵커 아니세요?? ㅎㅎ
즐거운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과인인지 이과수인지..
짜증 만땅.
선생님, 제가 이렇게 애국심이 많은지 몰랐스모니다.
ㅋㅋㅋ
아아악.
ㅎㅎㅎ,
저도 몰랐어요.
그대는 진정한 애국애족자셔요.. ㅋㅋㅋ
내일도 3시에 일어나서 응원하시겠죠? 경기장에서 만나효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