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운 탓도 있겠지만,
  요새는 자주 오른손에 찬 시계를 끌러 놓는다.
  집에가면 당연히 끌러서 적당한 곳 위에 올려놓고, 학교에서도 수시로 끌러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심지어는 커피를 마실 때나, 밥집, 술집에 가서도 자리에 앉아마자 하는 것이 시계를 풀러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일이다.

  나름 아끼는 액세서리이기도 하고, 의미있게 구입했던 시계라 잊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끝내 끌러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손목에 칭칭 감기는 듯한 느낌이 거북해서 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손목에서 시계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고 손목 위에 시계가 없는 것을 확인 할 때마다 허전한 마음에 마음이 헛헛하여 진다.
  그래서 오늘은 당분간 시계를 차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계와의 잠시 동안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랄까?

  나의 이 모순적인 행동을 생각하다 보니, 왠지 시계와 팔의 관계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분이 시계라는 사물을 통해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내가 가진 성향에는 무엇이든 쉽게 버리질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애정을 가지고 내 것이라 여겼던 것들과는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면이 나에게는 존재했다. 그러면서도, 그 대상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라 여겨질 때면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거리를 멀리 하고는 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여튼, 요새 올 해 들어 여러 가지의 일들로 인하여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다보니, 매사를 귀찮아하고 있었고, 하루하루의 삶을 그때그때 해야할 일들만 겨우 처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늘어가고, 삶에 대한 책임감도 더해만 가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할 일들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이상 이기적으로 살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의 삶은 내가 맘 먹은대로 움직여질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이 점점 사라져가고 삶의 무게가 조금씩 느껴지는 것은 아닐는지...

  그런 나의 마음이 시계의 무게조차 버거워하고 갑갑해했던 것은 아닐는지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삶의 무게가 언제 든지 끌러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계만큼의 무게라면 얼마나 좋으랴만은 아무래도 그보다는 무겁겠지..
  내 삶과도 어느 정도 시간을 가져보자고 이별해볼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이겠지...

  아마도
  생활의 패턴이 무너져버린 탓이리라.. 하루 빨리 생활의 패턴을 찾아야겠다.

  다행히도 오늘은 주말..
  즐거움으로 가득한 주말이기를..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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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6/20 14: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손목시계 하나로 이런 생각을 하시다니!
    '차이와 결여'님은 정말 생각이 깊으신 것 같아요...
    조심하세요...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미칠지도 몰라요!
    가끔은 가볍게 가볍게 사셔도 된답니다..ㅎ

    • 차이와결여 2010/06/20 22:05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 'clovis'님 ^^ 즐거운 주말은 보내셨는지용~

      저는 즐거운 주말을 보내서 이번 주말은 왠지 이 시간에도 별로 아쉬움이 없습니다.
      또 모르죠, 내일은 월요병에 시달릴지도.. ㅎㅎ


      걱정마세요.
      설마 미치기야 하겠어요.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겠지요. ㅋㅋ

      저는 짐작과는 달리 너무 가볍게 살아가는 사람이랍니당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