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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인드 리와인드> 공식 포스터



* 2009년 1월 11일 16시 40분
* 씨너스 평택
(★★★★)

  '미셸 공드리'의 신작 <비카인드 리와인드> 입니다. 정확하게는 <비 카인드 리와인드> 이겠죠.
  영화 소개를 보면서 '미셸 공드리'의 참신한 발상이 '잭 블랙'과 합쳐지면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 참으로 궁금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200% 만족이라는 생각입니다.

  영화의 초기 설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 관계로, 설마 그게 전부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역시나 '미셸 공드리'는 그리 단순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는 않았습니다.
  엉뚱하게 벌어지는 한바탕 판타지 소동극이야 '미셸 공드리'의 전매 특허와 같은 것이고, 그 안에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빠르게 변화해가는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영화에 대한 참된 의미까지. 참으로 많은 것들을 영화에 담아내고 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가슴까지 찡하게 만들어주었으니, '미셸 공드리'가 천재 감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부득이 스포일러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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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고스터 버스터즈> 부터 시작하자구' <비카인드 리와인드> 스틸 컷

  영화는 미국 뉴저지 퍼세익이라는 도시의 한 허름한 상점에서 출발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그 도시에서 태어난 유명한 재즈 연주가 '팻츠'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였던 그가 태어난 곳이 지금 '플레처(대니 글로버)'가 운영하고 있는 비디오 가게였던 것. '플레처'는 그 이야기를 가게점원인 '마이크(모스 데프)'와 친구 '제리(잭 블랙)'에게 들려주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쯤, 퍼세익의 시당국에서는 도시 정비 계획과 슬럼가의 개발계획을 이유로 '플레처'의 가게가 있는 건물을 헐어버리려고 하지요. 그 건물은 오래되기도 했지만, 새롭게 달라진 건축법을 충족하지 못하여 대대적인 수리를 하지 않는 한 헐어버리는 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건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플레처'는 남은 6주의 시간동안 어떻게든 건물을 살려보기 위해서 '마이크'에게는 '팻츠'의 추모식에 가는 척 속이고 다른 DVD 대여점들을 돌아보며 가게의 현대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그렇게 떠나는 '플레쳐'가 당부한 한 가지는 '제리'를 가게에 들이지 말 것이라는 단순한 당부였죠. 항상 엉뚱한 일들로 사고만 치는 '제리'를 감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친구인 '마이크'에게는 그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평소 정부와 FBI에서 전자파를 이용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조종하려 한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제리'는 그날도 정부의 계획을 무력화하고자 발전소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지만 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자칫하면 감전을 당하여 목숨을 잃을 뻔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친구 '마이크'가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으로 비디오 대여점에 찾아간 '제리'는 몸에 아직 감전으로 인한 자기력이 남아 있던 상태였던지라 그가 지나간 순간 비디오 테입들은 모두 지워지게 됩니다.
  '플레처'가 없는 동안 가게를 잘 지키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이크'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순간이었죠. 그리고 비디오를 빌리러오는 마을 사람들...
  '마이크'와 '제리'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손수 비디오를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대여해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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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제리 그만해' <드라이빙 미스데이지>를 리메이크 하는 주인공들 <비카인드 리와인드> 스틸 컷

  오!
  쓰고 보니까 줄거리가 상당히 길군요.
  이미 알려져 있는 부분까지만 이야기 한 것인데, 좀 자세히 이야기 하다보니 분량이 좀 많아졌습니다.

  이 영화 역시 '미셸 공드리'의 영화 답게 우리는 쉽게 생각하지 못할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일으키는 두 인물은 어딘가 조금 모자란 듯 하고, 그럴싸한 직업도 없는 청춘들이죠. 때문에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들도 당연히 엉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엉뚱함은 평범한 사람들의 틀에 갖힌 생각과는 뭔가 다른 독창적인 방법들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어 의외의 결과들로 이어지게 됩니다. 영화의 처음에 벽에 낙서하는 '제리'에게 주의를 주며 지나가는 경찰들의 대사 '얼간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사건이 있기 전에는 사람들에게 구박이나 받고 구제불능으로 여겨지는 하찮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엉뚱함으로 인해 유명해지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감독은 소외 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드러내는 것을 감추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가까이에 있는 DVD 대여점의 화려한 모습과 함께, 동전을 들고 비디오 테입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외 받은 사람들과 또한 옛 것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담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감독의 시선은 '팻츠'의 이야기에서도 묻어나고, 그런 '팻츠'의 노래를 꼬마 아이들이 '힙합'으로 바꿔 부르는 것을 통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지요.

  이야기가 약간 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 또한 VHS 비디오 테입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장에 가기가 쉽지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 88올림픽을 맞이하여 개회식, 폐회식을 녹화하고자 아버지가 사오셨던 비디오 플레이어, 부모님의 눈을 피해 돌려보던 그 많은 '성룡'의 영화들, 보고 또 봤던 가요프로그램 녹화 테입. 아마도 제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디오 테입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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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데니 글로버', 깜짝 등장 '시고니 위버' <비카인드 리와인드> 스틸 컷

  여튼,
  결국 천방지축 두 콤비가 만들어낸 비디오들은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갑자기 등장한, 우리나라로 치면 영상물 심의위원회 쯤 되는 곳에서 나온 사람들(시고니 위버)에게 그들의 비디오가 저작권을 침해했음을 알리면서 더 이상의 리메이크가 불가능하게 되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지막 영화를 촬영하게 되는데,
  영화 촬영에 참여하는 모두가 너무나 즐거워하면서 주어진 여건 하에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빛들이란.. 정말이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꿈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디오 테입과 가정용 카메라의 도입으로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것만이 아닌 직접 영화를 촬영하고 한 번쯤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그런 경험들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이 부분에서 어쩌면 '미셸 공드리'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영화의 참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CG의 발달이나 거대 자본을 통한 엄청난 규모의 영화들이 경쟁하듯 생겨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그런 영화일 수록 관객은 단순이 관람석에 앉아서 바라보기만 할 뿐, 영화를 통한 작가와의 소통은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씩 꿈꿔봤음직한 스스로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보는 상상이야 말로 영화라는 장르가 몇 몇 예술가나 자본가들의 소유물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와 가까이 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거죠.

  이와 같이, 단순하지만은 아닌 영화에 대한 생각과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루저'로 표현되는 소외받은 사람들의 참신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잘 버무려서 만들어낸 코미디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의 정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잭 블랙'의 다소 오버 하는 듯한 연기는 '제리'의 역할과 잘 어울려서 그리 눈에 거슬리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모스 데프'의 착한 눈빛은 우직한 '마이크'의 역할을 하기에 역시나 딱이어서 도저히 악할 줄 모르는 착한 바보의 역할에 정말 잘어울렸구요. 전혀 코미디를 하는 것 같지 않게 진지하기만 한데도 웃음을 일으키는 '데니 글로버'의 연기 도 멋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시고니 위버'는 이마에 주름이 많이 간 것 같아서 세월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시기 위해서는 <21세기 스페이스 오딧세이>, <드라이빙 미스데이지>, <러시아워2>, <고스터 바스터즈>, <맨인블랙>, <로보캅>, <라이언 킹> 등 영화에 짧게짧게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셔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외국의 평론가들이나, 우리 나라의 평론가들도 아직 소년적인 상상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미셸 공드리'의 연이은 작품에 실망을 많이 하기도 하고, 스토리가 매끄럽지 못하다고 하여서 평점을 낮게 매기는 것 같은데, 저는 애정이 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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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나오는 차가 '기아'에서 생산 되었던 '아벨라' 시리즈 <비카인드 리와인드> 스틸 컷


덧붙임:
1. 영화 처음에 우리 나라 차들이 두 대나 등장 하더군요. '잭 블랙'이 뭔가를 만들어 붙이고 있던 해치백 스타일의 차는 기아에서 나왔던 '아벨라'시리즈였고, 그 옆에 서있던 차는 현대 마크도 선명한 '베르나'였습니다. 우리 나라 차들은 미국영화에서 나올 때면 항상 그렇게 쓰레기장에 버려진 듯이 나오기만 하는 군요..

2. 아래는 '미셸 공드리'가 직접 제작한 Sweded(Sweded:영화에서 나오는 '스웨덴제'라는 의미의 신조어)<비카인드 리와인드>의 트레일러 입니다. 역시 예고편도 기발한 방식으로 만들어 홍보하는 감독의 재치가 돋보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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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비카인드 리와인드 (Be Kind Rewind, 2008)

    Tracked from Different Tastes™ Ltd. 2009/01/11 23:35  delete

    비카인드 리와인드 감독 미셸 공드리 (2008 / 미국) 출연 잭 블랙, 모스 데프, 대니 글로버, 미아 패로우 상세보기 ★★★☆☆ 작년 말부터 유독 "영화에 관한 영화"들을 자주 본다. 미타니 코키 감독의 신작 <매직 아워>(2008)가 그랬고, 타셈 싱 감독이 6년만에 내놓은 작품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도 결국엔 그들 각자의 시네마 천국을 보여주는 영화들이었다. 루이 말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굿바이 칠드런>(1987)에서..

  2. Subject: 비카인드 리와인드 _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9/01/20 23:17  delete

    비카인드 리와인드 (Be Kind Rewind, 2007)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 미셸 공드리는 내게 있어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인생 최고의 멜로 영화를 안긴 영화 감독이자, bjork, beck 등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 먼저 알게 되었던 뮤직비디오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감독 이전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익숙했던 그의 작품들에는, 동시대의 다른 뮤직비디오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세계가 있었다. 그는 디지털 보다..

  3. Subject: 사라져가는 추억들 - 철거되는 세운상가, 낙원상가와 아트시네마, 그리고 &lt;비카인드 리와인드&gt;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1/21 02:04  delete

    #1 세운상가가 사라진단다. 종묘 공원 앞에 있는 그 낡은 건물 말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봤다. 처음 세운상가를 간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케이블방송이 없던 시절이었다. 유선방송까지 보지 않던 우리 집은 안테나로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안테나를 사러갔다. “세운상가는 용산 전자상가보다 호객 행위가 심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 다음으로 세운상가를 간 건 고등학교 때였다. 방송반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러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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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어지 2009/01/11 23: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기 영화를 혼자서 다시 한번 Swede하다니... 정말 제정신이 아닌 감독이네요. ㅎㅎ

    "사람들에게 구박이나 받고 구제불능으로 여겨지는 하찮은 존재들" --> 살짝 울고 갑니다.
    <비 카인드 리와인드> 이 영화가 사실은 제 얘기였군요.

    • 차이와결여 2009/01/11 23:53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맞습니다. 제정신은 아닌 것이 분명하죠..ㅋㅋㅋ

      사실 "하찮은 존재"라는 표현은 평소 남들에게 저를 표현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인데요...

      그래서 제가 이 영화에 좀더 공감하지 않았나하고 적은 것인데, '신어지'님두??? ^^

  2. taisnlee 2009/01/11 23: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미셸 공드리' 감독님의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 패러디의 패러디 잘봤습니다 ㅋㅋ

    저도 '미셸 공드리' 감독님의 팬으로서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네요 ㅋ
    평점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영화입니다 ㅋ

    • 차이와결여 2009/01/11 23:55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우연히 엔딩 크래딧을 보다가 발견한 주소를 따라가다 보니 발견한 것인데요..

      정말 재밌죠?

      저도 보고 나오는 길에 가슴이 따스한게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던 영화였습니다. 9.5점 충분하죠 ^^

  3. jjj 2009/01/14 14: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혹시 엔딩크래딧에 나온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4. 아쉬타카 2009/01/20 23: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저 영화평론가들의 평에 절대 동의 못하는 1인 입니다 ㅎ
    그 평론가들은 공드리의 반에 반에도 못미치는 동심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