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공식 포스터
* 2009년 1월 15일 17시 10분
* 씨네큐브 (광화문)
(★★★★☆)
(이 포스트에는 부득이 스포일러성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개봉하기 전부터 엄청난 입소문을 타고 있던 <워낭소리>의 실체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일단 이 다큐멘터리에 관하여 알려진 정보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뜨거운 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분에 출품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를 제작한 '이충렬'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5년의 기획과 3년의 촬영기간을 가지고 있으며 HD카메라로 촬영되어서 미려한 영상을 보여준다는 것까지 첨부할 수 있겠네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든이 넘으신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30년 넘게 살아오고 있는 '소'입니다. 보통 '소'의 평균 수명이 15년 임을 감안해본다면 그야말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장수를 누리고 있는 녀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소'의 또다른의 특징은 '부리는 소'라는 겁니다. 말 그래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노동력만을 가지고 농사를 짓던 옛날, 농가마다 한 마리씩은 키우고 있던 그런 '소'라는 거지요.
이미 우리나라도 70년대 새마을운동을 배경으로 선진화라는 이름아래 농촌 개량화 사업을 거쳐 온 상황이라 예전과 같은 인간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농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한 20년 쯤 전만 해도 시골에 가면 심심찮게 외양간에 매어져있는 '소'를 볼 수 있었는데요. 이제는 정말 드문일이 되어버렸지요.
잊고 있던 기억을 깨워주는 HD 영상의 미려함 <워낭소리> 스틸 컷
그런 고지식한 할아버지를 도와서 평생을 살아 온 '이삼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고집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소 팔아!' , '어휴, 답답해.', '무슨 대답을 좀 해봐요.'
'이삼순' 할머니께서 가장 많이 하는 대사이지요.
할머니도 '소'의 고마움은 잘 알고 계십니다. 아마도 그 '소'가 없어다면 9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제대로 키워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고 '소'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가지시기도 하지만, 할아버지가 때때로 할머니 보다도 '소'를 더 위하는 듯이 행동을 할 때면, 서운한 마음에 원망의 말들을 내뱉기도 하십니다. 하지만, 너무나 노쇠하여 볼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소'의 모습, 주인 잘못만나서 평생 일만한 '소'와 자신의 모습이 별다르지 않음을 생각하고 동정어린 손길을 보내기도 하십니다.
그런 할아버지의 '소'가 이제 살날이 얼마남지 않아가고, 할아버지도 더이상 농사를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점점 닥쳐오게 됩니다.
소가 죽으면 장사지내 줄거냐는 마을 사람들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당연하듯 '내가 상주 짓을 할건데?' 라고 이야기 할만큼 각별한 애정을 가지신 할아버지는 언젠가는 '소'와 작별을 해야할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그리 실감이 나진 않습니다.
'소 팔아!', '에이 씨, 내려~' 농사 일 때문에 티격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워낭소리> 스틸 컷
배경이 되고 있는 경북 봉화의 자연 풍경 자체가 우리의 산수화에서나 볼 듯한 완만하고 굴곡진 산과 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곳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소'의 모습 또한 옛날의 그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소'에게 줄 '꼴'을 베러 다시실 때 사용하는 '낫'도 오래 되었고, '삽'도, '소'에게 거는 '멍에'도, 할아버지의 '지게'도 모두 어디 박물관에서나 가야 볼 수 있는 모습들이지요.
할아버지가 일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시던 트랜지스터 라디오(이것도 참으로 오래된 것입니다.)가 고장이 나자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옆에서 할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에효~ 어쩔꼬, 할아버지도 고물, 라디오도 고물, 다 고물이네~'
그래서, 가끔 스쳐지나가는 '신식' 농기구들이나, 심지어는 흔하디 흔한 1톤 트럭 조차도 엄청나게 삐까뻔적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신식'의 것들이 화면을 채울 때마다, 저만 그렇게 생각되었는지 모르지만 겉모습은 정말 번지르르 한데 왠지 화면과는 잘 어울어지지 못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질감. 그 말이 딱 맞을 것 같군요.
더군다나, 여기저기에 돋아 있는 잡풀들 마저 '소'가 먹을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끝까지 무농약 원칙을 고수하시는 할아버지의 고루하지만 우직한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워낭소리>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순수한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고, 그리고 수명이 다해가고, 그것을 우직하게 받아들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소'의 모습을 통해서, 지금은 잊고 있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인간과 동물의 우정,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들을 은연중에 알게 하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부정한 어깨, 고지식한 모습, 터벅터벅 걸음 걸이. 너무나 똑같은 둘 <워낭소리> 스틸 컷
어쩌면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궂은 일, 좋은 일을 함께 한 삶의 동반자요, 친구이기도 한 둘의 모습이 닮아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또 하나, 이 다큐멘터리는 나레이션이 없습니다. 나레이션은 물론, 배경음악도, 효과음도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맨 마지막 부분에 잔잔하게 짧은 배경음악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감정이 고조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는 곳에서는 아무런 음악도 사용되지 않더군요. 하지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최대한 사실적인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다큐멘터리에서 만큼은 그런 생략의 미학, 한발 물러서 있는 태도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진 배경음악이나, 나레이션은 없었어도 다큐멘터리 전체를 통해 쉼없이 울리는 '워낭소리' 만큼은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최원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소리를 질러야 알아 들으실 정도로 귀도 안 좋으신데요. 아파서 누워계신 동안에도, '소'가 이상한 울음을 울거나, 딸랑거리는 '워낭소리'가 들릴 때면 번쩍 눈을 뜨시고 소를 바라보곤 하셨습니다.
극장을 다녀온 것이 만 하루가 지난 지금도 맑고 청아한 그 '워낭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그 '워낭소리'가 할아버지의 눈을 번쩍 뜨게 하였듯, 우리의 마음에도 잔잔히 울려서 잊고 있던 많은 것들의 소중함들을 일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마칠까합니다.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워낭'의 종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합니다. <워낭소리> 스틸 컷
덧붙임 : '워낭'은 마소의 머리 밑 쪽에 달던 작은 종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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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워낭소리 _ 삶과 죽음의 관한 담담한 여정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9/01/19 10:28 delete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삶과 죽음의 관한 담담한 여정 <워낭소리>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재쳐두더라도(하지만 재쳐두기엔 그간 선댄스가 주목한 작품들은 대부분 다 좋긴 했다), 다큐멘터리에 특별한 관심이 있던 내게 개봉 훨씬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40년을 함께한 소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극장' 정도의 소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영화라는 포맷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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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가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물론 뭐 다른 스타일의 영화이긴 하지만요.
정작 시골에 가보면 심심하고 적응안되는것들 투성인데
시골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ㅋ
풍경이 비슷하네요. ^^
이번에는 말 못하는 할머님이 아닌 '소'가 등장한다는 것이 차이랄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시골이 좋았어요.. 좀 심심한 것도 좋구요.. 시원한 햇살을 받으며 마루에 누워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
역시 벌써 보고 오셨군!!!
저두 너무 보고싶은 영화인데 여건만 허락한다면 바로 보고싶지만 안양쪽에 개봉하기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예고만 봐도 눈물이 핑 ~돌던데 오빤 감정이 메말랐나 아님 남자라서 그런가 그런 얘기는 없네...
6년정도 아산 외암리마을쪽에 살아서 시골의 고요함과 정을 좀 안다고나 할까~
집으로 보고서도 엄청 울었었는데 손수건 준비하고 작정하고 가야겠다!!!
얼른 보고싶다!!!!
^^ 이런 영화는 개봉날 봐주는 센스~
아마도 확대 개봉이 될 듯해. 어디 멀티플렉스에서도 곧 개봉하겠죠.. ^^
아무래도 리뷰에 모든 것을 다 써버리면 보실 분들이 재미 없을 테니, 최고의 장면들은 좀 아껴두었다고 하면 이해가 될라나?
그래도 눈물 펑펑 쏟을 정도로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니까.. 괜찮을 것임. ^^
개봉관이 많이 없어서 오산에서 서울명동까지 영화보러 갔습니다.
가슴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그런 애틋한 영화입니다. 제가 원래 동물을 좋아해서..
위엣분 말씀데로 집으로 가 생각이 나구요,,
말못하는 소이지만 정말 """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는 말이 맞네요
오~ '가라사데'님 대단하세요. ^^
저도 오산 근처 동탄에 살아서요. 시간내서 서울로 다녀왔어요. 원래는 '명동'에서 볼려구 했었는데 시간을 놓쳐버려서 어찌어찌 광화문까지 갔네요.
저도, 너무 말라 삐쭉 튀어나온 엉치뼈를 보곤 정말 소는 모든 것을 다 주는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방문 감사드리구요. 반갑습니다. ^^*
사실 이런 영화는 리뷰 쓰기가 참 쉽지 않더라구요.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어린 제가 이렇다 저렇다 하기도 부끄럽구요 ^^;
기대만큼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본질적인 문제들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저도 뭉뚱그려가지고 그냥 주섬주섬.. ㅋㅋㅋ
오늘은 '타인의 취향'을 보러 가시겠군요 ^^
아~ 기대됩니다.
드뎌 보고왔어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왜 아무에서나 안 하는 건지... 설전이라 차막히고 눈도 오고 넘 어렵게 봤어요.
내 옆에 앉은 모르는 할머니랑 한숨쉬면서 웃으면서 울면서 보고 왔어요!!!
왠지 부모님도 같이 보여 드리고 싶은 영화였어요.
친구는 젊은 사람도 봐야한다고 하고...
이런 영화 남녀노소 다 봐야하는데...
너무 보고싶었던 영화라 마음이 따뜻해지는게 tv에 나오는 소들이 다 워낭소리에 나오는 소같아.
맛난 거 많이 드시면서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저두 한 3kg는 찐것 같은... ㅎㅎ
아~~ 그 때, 오리역에서 봤다는게 이 영화??
사람들 평이 여전히 좋더라구 ^^
많은 분들이 보고 있으니까... 올해는 좀더 마음이 따스워지는 우리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당..ㅎㅎ
나는 연휴래도 별 다르지않아서 체중 걱정은 없어~~
차결님의 포스팅을 보고 얼릉 보구왔답니다. ^^
재미있었고, 이 영화가 가진 시각이 참 좋은-착한- 시각이라고 생각들었어요.
새해 좋은 일 가득하세요 ^^)/
안녕하세요. '나리'님 ^^
저도 가끔 놀러가보는데, 매번 같은 글을 새로운 것처럼 읽고 오고는 한답니다..ㅎㅎ
'착한' 영화 맞네요. 딱어울리는 표현이십니다..
'나리'님도 올 한 해는 좋은 일들만 그득그득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