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전라도 광주까지 내려가서 <루벤스와 바로크 걸작展>을 관람하고 돌아왔던, 미술에도 관심이 많고자 하는 욕심 많은 '차이'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미술에도 관심이 좀 있어서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던 소망이 잠시 있었습니다만,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하여 과감히 미술학원을 포기하고, 꿈을 접었던지 오래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에게는 미적 감각이 다른 감각들에 비해 무척 부족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여튼, 직접 그리는 것에는 젬병입니다만 관람하는 것은 여전히 좋아하는 터라 이러저러한 미술관람회도 찾아다니면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관람한 전시회는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미술 거장展>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부제로 "렘브란트를 만나다"라고 붙어있긴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저렇게 유명한 작가의 이름이 곁다리로 붙어 있는 경우에는 그 작가의 작품 몇 가지를 곁들여 놓고 구색만 맞추는 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진 않았습니다. 역시나 관람을 하다보니, '렘브란트'의 회화 작품은 <나이 든 여인의 초상> 한 점이 걸려 있었고, 나머지는 그의 '에칭' 작품들이더군요.
물론, 렘브란트는 그 전까지와는 다른 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에칭'의 작품들을 많이 남겼고,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자세히 감상하다보니, 어떻게 작은 선들을 가지고 그렇게 깊이가 다른 명암을 표현할 수 있었는지 놀랍기는 했습니다만 모르겠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저는 서양 미술이라고 하면 당연히 회화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들에 별다른 감동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전시회를 주최하는 측에서는 좀더 솔직한, 의도적이지 않은 명칭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그래도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들 중에서 <십자가에 내려지는 예수>라는 작품은 참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선 하나 하나가 그냥 그어진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선과 선들이 모여서 명암의 깊이를 표현해내는 것을 보면서 역시 미술가는 대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밑에 있는 이미지로는 자세히 살필 수 없겠지만, 실제로 가서 보신다면 제 말에 충분히 공감하실 거라는 생각입니다.
렘브란트 하르먼스존 판 레인(1606-1669) '나이 든 여인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74×63cm 1650-1652 | 렘브란트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1633, 에칭과 뷰린(5판중 제2판), 53x41cm |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만, 일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렘브란트'의 이야기 먼저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렘브란트를 처음 안 것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 영화에서 눈이 멀어가는 화가 지망생인 여자 주인공은 '퐁네프 다리' 위에서 노숙을 통해 생활하면서도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한 노인의 도움으로 한 밤중에 몰래 들어가서 그 작품을 감상하게 되는데요. 눈이 멀어가는 이가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 '렘브란트' 라는 것. 그게 아이러니 였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렘브란트'는 명암의 효과와 인공조명의 효과들을 잘 사용하기로 유명한 화가여서 빛의 마술사 라고 불리우는 화가였거든요.
눈이 멀어 빛을 잃어가는 화가 지망생, 그리고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 멋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여튼, 그런 '렘브란트'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요. 그 작품이 바로 <나이 든 여인의 초상> 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아내를 그린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는데요. 정확한 근거는 남아 있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추정만 하는 그림이랍니다. 실제로 작품을 보시면, 여인의 뒷배경을 이루고 있는 어둠과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는 여인의 얼굴의 윤곽선이 선이 아닌 명암의 대비를 통해 표현되어 굉장히 사실적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얼굴의 굴곡을 표현한 그림자를 통하여 인물의 표정에 감정을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도요..
가이드의 설명이 있기도 했지만, 저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마주 잡은 두 손인데요. 그 두 손의 모양을 통해서 단순한 초상화가 아닌,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중앙에는 '렘브란트'의 특별관을 설치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번 전시회의 주된 작품 구성은 '국립 푸쉬킨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로 17~18세기 회화 전성기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8가지의 테마를 설정하고 그 설정에 맞는 회화들을 각기 배치하여 보여주고 있었습니나만, 워낙에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있기도 하고, 작품들의 양식도 가지각색이어서 관람 포인트를 꼭테마에 두지 않아도 별다른 지장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루벤스'와 '플랑드르' 화풍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도 많이 보였고, 네덜란드의 풍속화들도 몇 점 보였는데요. 저번 <루벤스와 바로크 걸작展>에서 느꼈던 것처럼 저는 네덜란드의 풍속화들이 너무나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 작품들 중에 하나인 '빌럼 판 알스트'의 <장미와 복숭아>는 도덕적 관념을 담은 정물화 인데요. 사진으로 찍어 놓은 것 만큼 사실적인 느낌이 주는 것을 넘어서서 정말 복숭아의 복실복실한 껍질까지도 느껴질만큼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장 밥티스트 그뢰즈'의 <속임을 당한 장님> 이라는 작품에서는 아마도 늙고 눈이 먼 남편을 속이고 정부를 집에 끌어들이는 젊은 아내의 은밀한 표정과 이기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 그런 아내에게 대책없는 순정을 바쳐야 하는 노인이 꼭 잡은 두 손, 남편을 보고 놀라는 정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장 밥티스트 그뢰즈 Jean Baptiste Greuze' <속임을 당한 장님> | '빌럼 판 알스트 Willem van Aelst' <장미와 복숭아> Oil on canvas |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에서 저를 사로잡았던 작품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라는 스페인 작가의 <과일을 파는 소녀> 였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니, 당시 길거리에서 작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파는 소녀의 모습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는데, 이 아가씨가 풍기는 모습은 단순히 과일만을 파는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또 한 편으로는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며 방어하는 모습이 다분히 색정적이라고 하더군요.
따라서 이 소녀는 다른 것도 팔았을 것이다.. 라고 설명을 하던데요. 사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인물표현에 있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잘 그려진 작품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당연히 그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으로 말을 거는 듯 했습니다. 또한 수줍음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을 느낄 수가 있었지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녀가 살며시 옆구리에 끼고 있는 과일 바구니를 장식하고 있는 꽃잎들도 단순하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과일을 팔기위해서 꽃으로 장식을 했다기 보다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장신구를 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이나 그 소녀와 두 눈을 마주하고 서 있다가 돌아왔는데, 그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프랑소와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였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다른 설명이 필요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옴팔레의 가슴을 꽉쥐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굳센 손의 과감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인데요. 어쩐지 실제로 작품을 대하니 감동이 덜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유명한 작품들은 상상 속에서 너무나 많은 감상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이 밖에도, 많은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루벤스'의 작품도 하나 있고요. 미술책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소 피터르 브뤼헐'의 <겨울, 스케이트 타기>와 같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체 작품 수가 80여점 정도로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중에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이 30편 정도 되다 보니 배부를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입장료가 12,000원 이나 하니까요...
물론, 저는 모 정유회사의 이벤트에 줄기차게 도전한 끝에 초대권으로 다녀왔습니다만, 저번에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유명 작가의 이름이 내걸린 전시회는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
어렵게 작품을 공수해오고 거기에 보험료까지 붙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조금 덜 유명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장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자들은 꼭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니, 당시 길거리에서 작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파는 소녀의 모습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장면이었는데, 이 아가씨가 풍기는 모습은 단순히 과일만을 파는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또 한 편으로는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며 방어하는 모습이 다분히 색정적이라고 하더군요.
따라서 이 소녀는 다른 것도 팔았을 것이다.. 라고 설명을 하던데요. 사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인물표현에 있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잘 그려진 작품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당연히 그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으로 말을 거는 듯 했습니다. 또한 수줍음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을 느낄 수가 있었지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녀가 살며시 옆구리에 끼고 있는 과일 바구니를 장식하고 있는 꽃잎들도 단순하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과일을 팔기위해서 꽃으로 장식을 했다기 보다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장신구를 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이나 그 소녀와 두 눈을 마주하고 서 있다가 돌아왔는데, 그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과일 파는 소녀(Girl, Selling Fruit)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Bartolome Esterban Murillo(1617-1682)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프랑소와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였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다른 설명이 필요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옴팔레의 가슴을 꽉쥐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굳센 손의 과감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인데요. 어쩐지 실제로 작품을 대하니 감동이 덜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유명한 작품들은 상상 속에서 너무나 많은 감상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이 밖에도, 많은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루벤스'의 작품도 하나 있고요. 미술책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소 피터르 브뤼헐'의 <겨울, 스케이트 타기>와 같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체 작품 수가 80여점 정도로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중에 렘브란트의 '에칭' 작품이 30편 정도 되다 보니 배부를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입장료가 12,000원 이나 하니까요...
물론, 저는 모 정유회사의 이벤트에 줄기차게 도전한 끝에 초대권으로 다녀왔습니다만, 저번에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유명 작가의 이름이 내걸린 전시회는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
어렵게 작품을 공수해오고 거기에 보험료까지 붙어서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조금 덜 유명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장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자들은 꼭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랑소와 부셰 Francois Boucher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oil on canva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