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올린 단상에서,
음반을 3장이나 구입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었고,
오늘은 그 노래에 관한 이야기들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다.
본래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봄, 가을' 인데,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여름엔 더워서 너무 힘들고,
더군다나 벗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머리 위에 얼음을 매달고 다닐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여름은 혹독하기만한 계절임이 너무나 확연하고,
겨울은, 또 추워서,
손발이 너무 시려워서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과 겨울 중에 어느 한 계절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나마 겨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유인 즉슨,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온기가 따스하게 느껴지므로,
상대가 누구가 됐든,
추운 겨울날 시린 손을 꼭잡고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면 왠지, 계절을 닮아 더욱 깊어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그의 마음의 깊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손으로 전달되는 작은 떨림 속에서,
그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아직 누군가와 겨울에 만남을 시작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건 내 안의 경계의 마음이 더 늘어나 있기 때문일것이다.
여튼,
이 추운 겨울을 달래고자 구입했던 3장의 음반이 하루는 망연함으로, 하루는 사소함으로, 하루는 보편적으로 내 가슴을 울리고 있는데 그거 바로 이와 같은 구절들 때문이다.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 금지 요청>
처음 노래 제목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만 들리던 그룹명과 함께,
'뭐 이따위 제목이 다 있어, 사랑 노래는 한 곡도 없다던데, 신인 그룹 주제에 <앵콜 금지 요청>이라니, 너무 거만한거 아냐? 그만큼 재능에 자신이 있단 거야?'
이런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발랄하게 시작하는 멜로디와 함께, 또 발랄하기만한 여성 보컬이 읊조리듯 독백하는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자니, 이건, 그게 아닌 거다.
예술 작품에서 흔히들 사용하곤 하는 '낯설게 하기'. 일상적인 어휘들을 색다르게 사용하여 뒤늦게 그 의미를 알아차리게 만든 후에 받게될 충격까지 은밀하게 고려한 깜직한 수법,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직관,
그것을 가지고 있는 노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잡는 척'이라면 그만하자는 다분히 냉소적이고, 체념적인 깨달음까지..
한 번 쯤, 비슷한 경험을 해본사람이라면 저 이야기 앞에 벌어졌을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급 호감의 이야기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주 오래 지난
남자 친구가 있긴 해
너무 놓으면 안되니까
가끔 얼굴만 확인해
서로 아닌 척 하지만
차마 이런 말 못 하는 것뿐이야
"다들 이러진 않아. 시간 탓하지 마라
이젠 사랑이 안 된다니 이별이야."
- '이소라', <track2>
이번 이소라의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노래에 제목이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인데,
두 번째 실려 있는 노래의 가사에 저런 구절이 붙어 있었다.
차마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딱 이사람이라고 챙길 수도 없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하지만,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어떠한 확신이 들기 까지는 이런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이를 먹은 후에 알게 되었다.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고,
그렇다고 먼저 이별이라 말 할 수도 없는 이 멜랑꼴리한 상황...
이번 앨범에는 '이소라'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던데,(언제는 안 들어있었나?)
역시나,
삶이 풋풋이 묻어나는 가사들,
자꾸 나이를 먹다 보니, 완전히 센치한 가사도 그리 내키지 않고,
지금은 완전히 진정이 되어버린 나의 삶이기에 청승모드도 그닥 어울리지 않고,
그냥 이러한 담담한 가사들이 와 닿는 것 같다.
우리의 삶에 정답이란 없는 것
오랫동안 꿈꿔온 사랑이 다를 수도 있겠지
들어봐 나의 사랑은 함께 숨쉬는 자유
애써 지켜야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지
- '윤상', <사랑이란> Song by 엄정화
'윤상'의 이번 앨범은 기존의 노래들을 새롭게 믹싱하여 후배 가수들이 불러줬다는 것인데,
새롭게 편곡되고 믹싱되어버린 탓에 그의 음악역사의 궤적을 따라 읽기에는 좀 뭣하지만,
갈수록 위상이 커져만 가는 그의 위치와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적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중, <사랑이란>이란 노래는 겉으로 보기엔 무지 통속적인 제목과 노래가사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이번 편곡에서는 엄정화의 애절한 보이스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어서 진솔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더군다나,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의 옆에서 한 없이 자유롭고 싶은 그 마음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 이야기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맞다.
'애써 지켜야 하는 거라면' 그것 이미 사랑은 아닌 것일 거다.
최소한
내가 원하는 사랑은 그런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아..
이렇게,
기분에 꼭맞는 노래들을 돌려돌려 들으며, 출 퇴근을 하노라면,
그냥 그대로 차를 몰고 부산까지, 제주까지, 아니면 하와이까지 그대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차에서 내리기가 싫어진다.
(또, 춥기도 하고...ㅋㅋ)
방학이라, 이래저래 할일들도 많고 여기저기 다니자면 차를 좀 버리고 다녀야 하는데,
어쩌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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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알게된 브로콜리너마저 '앵콜금지요청' 노래 넘 좋아!!!
하루종일 들었더니 저절로 흥얼흥얼~~
그게 그게.. 중독성이 꽤 강한데 말이지... ㅋㅋㅋ
그 앨범 샀더니 더 좋은 노래가 많더라구.. ^^
하루 종일 흥얼흥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