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에 뜸한, 요즘을 알리는..
"보고서"라기엔 좀 뭣하지만....
본 영화가 4편이나 되나 아직 올리지도 못하고 겨우 댓글로 연명하는 결이의 넋두리...



아.. 연말이 다가오니,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바쁜 듯,

블로그를 시작하고, 포스트가 늘어감에 따라, 하루 방문자 수가 조금씩 늘어갈 것이라는 건 대충 예상했던 바이지만,
몇 몇 어줍잖은 글들로 인해,
하루에 1만명이 넘는 방문자들이 다녀가곤 해서 내심 '이건 말이 안되잖아' 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솔직히,
1,000 이 넘어가는 숫자들은 그게 도대체 얼마만큼인지 감이 오지 않는,
그런 소심함을 가지고 있는 터이기에,
하루에 1만명이라는 사람들이 내 포스트를 바라보았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고,
그저 하루에 2~300명 정도 들락날락 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고 쭉 생각해왔었다.

지나간 어제도 보니 방문자가 800명에 육박하는 데,
이것도 나름 부담이 되는 숫자...

완전한 개인 넋두리의 장을 만들고자 했던 블로그가 그래도 나름 찾아주시는 분들 덕에 붕붕 띄워져 날아다니고 있는 듯 하여 그 분들께 내심 고마운 마음 뿐이다.


요샌, 맡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정신없이 지나가는 터라,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오로지 일에만 매진을 하고 있는데 (물론, 타고난 본성탓에 완전 열심으로 매진하지는 못하고)
심난한 연말,
일과 아이들과 애인먹고 잘~ 지내라는 하늘의 배려이시겠거니 하면서 웃으면서 지낸다.
바빠서 딴 생각할 틈없이 하루 하루 보내기 바쁜 하루살이 인생이 이시기엔 딱인 듯,

여튼, 남아 있는 일들을 대충 적어 보면,

'기말고사 문제 출제 두 과목',
'수행평가 채점, 점수산정, 입력',
'고3 생기부 오류점검',
'아이들 생기부 대정리',
'기말고사 채점, 점수입력, 문항분석',
'학기말 우수상, 노력상 선정',
'독서기록장 입력',
'각종 상장 출력',
'아이들 진학 상담 (14/33)'
'대학원 면접',
'병원 검사',
'성적표 중얼중얼',
'보충수업 성적표 작성',
'방학 보충 교재 선정'

대충 떠오르는 것만 이 정도다.

틈틈이 영화, 공연, 독서 등의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하루에 한 가지씩은 바쁘게 치루어주어야 주말에라도 쉴 수 있을 듯...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요새 아이들과 진학 상담을 하고 있는데,
상담을 하다 보니,
나는 참으로 내 적성과 맞지 않는 직업을 택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날로 먹으려 하면 무슨 직업이든 쉽지 않겠는가마는,
제대로 하려면 무슨 직업이든 어렵지 않겠는가마는,

'교사'라는 직업을 택했을 땐,
한 아이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적극 지원하되,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순 없으므로,
물 먹을 우물가로 데려다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물 먹는 것은 그 아이에게 맡겨두면 되는 것을,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그 아이의 인생을 자꾸만 대신 살려고 하는 것인지,
헛된 일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33명의 인생이 되려하는 나의 어리석은 모습에 남는 건, 축나는 내 몸.

'교사'라는 한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그 수많은 인생들이 참으로 버겁게 느껴지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또 문득 들었다.

다소 비관적이지만,
이미 다른 길을 걷다가 되돌아 짚어 온 길이기에,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것을,
이 길에 발 디디고 있는 순간만큼은 열심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힘을 내 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오늘 같이 아이들도 말을 듣지 않고, 기대에 어긋나고, 입에는 혓바늘이 돋고, 눈은 하루 종일 충혈되어 있는 날은,
그것, 내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나을 터!

고단한 오늘은 어서 지나고,
야자 없는 즐거운 '수'요일을 맞이 하고자하오니,
부디,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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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8/12/03 16: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선생님들 잡무 많다고 하더니..참 잡다한(가치 없다는 뜻이 아님^^) 일이 많네요
    각종 상장 출력 정도는 제가 도울 수도 있겠군요?ㅎㅎ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이셨어요
    봄이면 교정에 흐드러지던 벚꽃의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민족의 아픔을 가르쳐주시는 걸로 시작해서..
    저희들한텐 키팅 선생님같은 분이었죠
    하지만 그때는 어렸나봐요..그런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혼란스럽기만 했거든요
    전교조 문제로 교실밖에서 경찰이 서성거리는 것도 목도했고요...선생님은 교단을 떠나셨더랬어요
    물론 후에 복직하셨지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요..지금 결이님의 노력이 결코 헛된 일도 아니고 어리석은 일도 아니예요
    먼훗날이라도 아이들은 기억한답니다..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선생님 힘겨운 말과 노력의 의미를 그땐 몰랐지만 그 말들이 인생을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며,
    가치관이 되고 인생관이 되고...
    그리고 이제 좀 잠수 타셔도 돼요^^ 그동안 너무 부지런히 포스팅하셨어요~

    • 차이와결여 2008/12/03 21:14  address  modify / delete

      ^^

      저도 선생되기 전에는, 비는 시간에 교무실에서 띵가띵가 노는 줄 알았죠.

      해야할 업무도 많은데, 진짜 해야되는 학과관련 잡다구리도 천지랍니다. 물론 연말, 학기말이라 좀더 복잡해뵈는 건 사실이구요..

      저도 유난히 국어 선생님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고3때 담임샘이 국어샘이셨는데, 반듯한 대쪽같은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상도 싸나이라 무뚝뚝해도 속정이 깊으셨던 분인데 모자란 제탓에 연락도 두절되었군요.

      저는 살아가면서 인복이 많아 항상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도 선생님들의 티나지 않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되요.
      그 분들이 하신 것의 반이라도 따라간다면 성공적인 삶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계속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


      감사해요 '카르페 디엠'님,
      가끔 한 마디씩 건네주시는 자상한 말씀에 살아가는 힘을 얻고는 한답니다.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세요 ^^

  2. 실버제로 2008/12/04 07: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고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 다 국어선생님들이셨는데요.

    그전엔 국어선생님하면 뭔가 사색에 잠겨있고 문학적일줄 알았는데, 정말 논리적이셔서 힘들었습니다.ㅋ


    글쎄... 글쎄...
    힘든일이지만 그래서 저는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길이지만.
    멋진 선생님이신거 같아요.

    계속 고민하시면서 애들 잘 뒷바라지 하셔요^^

    • 차이와결여 2008/12/04 09:23  address  modify / delete

      의외로 국어 선생님들이 많군요. ㅎ

      저는 담임은 고3때 딱 한번이었어요..
      아님 제가 기억 못하는 거겠죠 ^^

      분명히 선생님들마다 특색은 있습니다. 국어 선생님들도 인문계통의 전공에 있고, 이거저것 읽어야 하는 관계로 약간은 논리적일 수도 있겠네요. 거기에 감성도 있어야겠죠...

      저는 그리 훌륭한 선생은 못되구요..
      그래서 자꾸 글로 써보면서 확인하는 겁니다..
      이미 자기방어적 글쓰기를 한 탓에, 그나마 많이 가려져 있다고 생각해요..ㅋㅋㅋㅋ

      아.. 나는 언제쯤 인생을 익숙하게 살까요. 걱정입니다.^^